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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May 30. 2022

셔틀아 제발 가지 마라ㅠㅠ

출근길에 다리 후들들했던 이야기

'몇 시지?'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이상했다. 시계를 봤다. 늦.었.다! 얼른 준비해야 한다. 심지어 월요일이라 출근 셔틀도 다른 날보다 일찍 온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하는 것도 사치였다. 옷은 평소보다 더 정신없이 골랐고 몇 개 안 되는 화장품도 대충 발랐다. 일단 집에서 나와야 했다. 차림새가 평소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버스 정류장까지 언덕배기라서 뛰지 못하고 빠르게 걸어서 쉼 없이 올라갔다. 이 너무 찼다. 그래도 괜찮다. 제발 그 사이에 버스만 지나가지 마라.



"곧 도착"

안내판에 쓰여 있는 문구가, 보이는 버스가 어찌나 고맙고 반가운지. 마스크 안에서 숨을 고르며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타기 위해 애썼다. 지금은 단 1초도 허투루 쓰면 안 된다.


'한 정류장이니까 서 있자'라고 생각했다가 내리는 문 가까이에 빈자리가 보이길래 앉았다. 힘들다.  잠깐이나마 숨르려 했는데 이내 벨을 누르고 일어나야 했다. 한 정류장의 거리는 생각보다 짧다. 오늘은 참 멀고도 가까운 거리다.


나오자마자 버스를 바로 타서 셔틀 시간까지는 여유 있게 기다릴 수 있었다. 재택하면서 알람을 꺼뒀었나 보다. 어제 자기 전에 확인했어야 했다. 으이구, 잘했다.




얼마 전에는 비슷하지만 참 다른 일이 있었다.

그날은 여유 있게 나왔는데 생각보다 버스가 늦게 왔다. 셔틀 시간이 거의 다 돼서 마음이 초조했다. 버스가 신호마다 정차한다. 고작 한 정류장인데 너무 멀게 느껴졌. 무척이나 멀었다.


'아직 2분이나 남았는데 왜 버스가 벌써 왔지?'


길은 건너야 하고 신호등도 아직인데 셔틀에는 사람들이 올라타기 시작했다.



'달리면 탈 수 있을까?'


생각의 선택지가 없었다. 냅다 뛰었다. 달렸다. 신호가 바뀌어서 출발하려는 셔틀버스를 마주하고 뛰었다. 셔틀버스 앞을 막아섰다. 탔다ㅠㅠㅠ


숨을 몰아쉬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숨이 잘 안 쉬어진다. 옆사람 눈치가 보여서 숨을 눌러 쉬었다. 다행이다. 그래도 탔다.


요즘은 바람이 참 좋다. 가끔은 퇴근길에 집 앞에 잠깐이라도 앉아 있다가 올라간다. 부디 내일 출근길은 바람을 느끼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셔틀에서 내렸다. 넘어졌다. 근태 확인을 해야겠다 싶어서 들여다보다가 보기 좋게 넘어졌다. 그것도 내리자마자 바로. 벌떡 일어나서 손이 까졌는지만 보고 핸드폰만 보고 걸었다. 폰 케이스가 긁혔다. 내 마음도 긁혔다ㅠㅠ 한참 걷다가 바지를 봤는데 누가 봐도 넘어졌다. 아, 오늘 액땜은 다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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