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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n 05. 2022

염곡사거리를 지났다.

비가 많이 왔던 기억, 울면서 운전했던 기억들이 뒤섞여 재되어 있다. 길 위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매번 네비를 보고 다녔는데도 매번 길이 헷갈렸다. 나는 길치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감정은 기억한다. 몸이 기억한다. 사진을 꺼내보듯 기억다.



사실이 아니길 바랬다. 오진이었으면 했다. 물론 그럴 리 없었다. 엄마에게서 이야기를 듣던 그날 출장 중이었던 남편은 옆에 있어주지 못함을 매우 미안해했다. 벌써 2년 전 일이다.


매번 괜찮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의사의 '괜찮다'는 더 진행이 되지 않았다는 거다. 그게 과연 괜찮은 걸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나빠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오래지 않아 아빠는 우리 곁을 떠다. 병원에서 말했던 앞으로 남은 시간은 의미가 없었다. 속절없었다.  수 있는 게 없었다. 저 옆에 있는 것 말고는. 나의 무능함 속이 아팠다. 답답했다. 울고 또 울었다.



두 번째 기일이 한 달 정도 남았다. 얼마 전부터 다시 마음이 힘들다. 작년에도 비슷했던 것 같다. 아직길고 어두운 터널 안에 있나 보다. 조금은 앞으로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아닌가 보다.


멀리 여행을 가신 것 같을 때가 다. 엄마도 가끔 그렇다고 했다. 천천히 조금씩 받아들이려고 한다. 기억하고 기억하면서, 추억하고 추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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