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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n 20. 2022

운동화 끈이 풀어졌다

월요일이다. 부지런히 나가야 하는디 몸이 무겁다. 언제쯤 가벼움을 느낄 수 있을까. 당분간 없으려나. 아침 산보는 가볍게 포기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오늘은 잠깐 앉는 것보다도 앉았다 일어나는 게 더 힘들어서 서서 가기로 한다. 보통 혼자만 내리는데 오늘은 어떤 아저씨가 벨을 누르고 옆에 서있다. 등산 가방을 메셨다. 산에 가시나보다.


아저씨 뒤를 따라 내렸다. 뒤를 돌아서 보시는 것 같길래 내가 너무 뒤따라 내렸나 싶은 생각이었다. 신호등을 기다리려고 앞에 섰다. 손가락으로 발을 가리키신다. 운동화 끈이 풀어져있다.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운동화 끈을 다시 묶는다.



"안 풀어지게 묶는 방법이 있어요."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앞에 끈하고 같이 한 번 더 묶으면 된다고. 가끔 끈이 풀어져서 넘어지는 걸 보시는데 이도 깨지고 얼굴도 다친다며 버스에서는 얘기하기가 어려워서 말씀을 못해주셨다고 했다.


풀어진 운동화 끈에 넘어질까 봐 걱정이 되셨다는 얘기로 들렸다. 허허 웃으며 말씀해주시는 마음이 고맙고 감사했다. 신호등이 켜지자 성큼성큼 다시 제 갈 길을 가신다. 다치지 말고 잘 다녀오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득 아빠 생각이 났다. 아빠도 누군가에게 이런 얘기를 해 준 적이 있었을까.



남편한테 다시 묶어 달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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