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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Jan 27. 2017

수지│Yes? No?

솔로 아티스트 수지가 담아낸 이면(裏面)의 이야기

수지│Yes? No?│JYP Entertainment, 2017.

음악가 : 수지

음반명 : Yes? No?

발매일 : 2017.01.24.

수록곡

1. 행복한 척

2. Yes No Maybe

3. 다 그런거잖아 (Feat. Reddy)

4. 취향 (Les Preferences)

5. 난로 마냥

6. 꽃마리


 오래도록 이어져 온 아이돌 전국시대는 수많은 그룹의 흥망성쇠와 함께 해왔다. 데뷔 10년을 넘어 20년을 바라보는 '장수돌'이 있는가 하면, 소속사와의 재계약 문제 같은 어른의 사정으로 잘 나가던 그룹이 마지막 인사를 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마의 7년'이란 말이 생긴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음악, 예능, 연기 등 각자 자기 살 길을 모색하는 와중에 수지는 시작부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었다. 단 한 편의 영화를 통해 국민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등극해버린 까닭이다. miss A의 멤버가 아니라 한 사람의 스타가 된 그의 솔로 데뷔 또한 지금까지 쌓아온 밝고 건강한 이미지의 연장선에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세로라이브] 수지 - 행복한 척

 그러나 수지 본인이 품고 있는 음악에 대한 욕심은 대중의 기대 이상이었나 보다. 음악가는 <Yes? No?>에서 자신을 둘러싼 기존의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던진다. 아니, 정확히는 뒤집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듯싶다. 마냥 밝은 줄만 알았던 겉모습 너머 감춰진 이야기를 하나 둘 풀어간다. 첫 트랙 "행복한 척"부터 범상치 않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밑에서 멋진 자신을 뽐낼 줄 알았건만, 그는 무기력한 자신에 대해 고백한다. '네가 보고 싶을 때, 네가 그리울 때, 기대고 싶을 때, 되돌아가고 싶을 때' 화자는 행동하지 못한다.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너무나도 두렵기 때문이다. 유약함을 감추기 위해 행복의 외피를 뒤집어썼지만 그 무게에 눌려 더 이상은 움직이기 힘들다.


 이후에도 음반을 이끌어가는 것은 나약함의 서사다. '나'조차 알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에 대해 털어놓으며("Yes No Maybe"), '원래 다 그런거'라며 체념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다 그런거잖아 (Feat. Reddy)"). 우울감을 덜어낸 곡도 이러한 서사에 일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의지하는 경향의 화자는 달콤한 사랑의 감정에 취하기보다는 상실에 대한 근심이 앞선다("취향 (Les Preferences)"). 마지막을 장식하는 "꽃마리"는 어떠한가. 빛바랜 사랑에 작별을 고하고 그저 과거의 기억으로 묻어두려 한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한 들꽃처럼 말이다. 거기에 수지의 호흡 섞인 목소리가 더해지니 서사와 맞물려 높은 시너지를 발휘한다.


 20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음악가는 '이후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만개한 사랑의 황홀함이 아닌 모든 사랑이 지나간 후의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첫 번째 선택이 이러한 이면(面)의 이야기란 점은 어딘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본작이 선사하는 쾌감이 오롯이 음악가 수지의 것인가라는 물음이 남기 때문이다. 본작은 miss A로 시작된 음악가 수지가 아니라 엔터테이너 수지가 쌓아왔던 긍정적인 이미지에 상당 부분 빚을 지고 있다. 만약 수지에게 따라붙었던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가 없었다면 이만큼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을까? "역시 수지!"라며 감탄을 보내는 대중의 마음 속 수지는 과연 누구일까? 그에게 남은 물음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음악가 수지의 홀로서기는 미완성이다.


3.0/5.0


수지(Suzy) "Yes No Maybe"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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