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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부터 어르신까지 사로잡은 빙수의 세계

* 강남구청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강남 라이프>에 정기 연재중인 8월호 칼럼입니다 /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gangnam.go.kr/gangnamlife/view.html?code=2_5&bdm_bbs_key=672






< 푸드 앤 컬처 >

MZ세대부터 어르신까지 사로잡은 빙수의 세계 



이주현

푸드 칼럼니스트 / 요리 연구가

성신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무드앤쿡’ 쿠킹클래스 운영



바야흐로 빙수의 계절이다. 최근 빙수 전문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사계절 내내 편하게 빙수를 즐길 수 있어졌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이 여름, 차갑고 달콤한 빙수 한 그릇이 유독 반가운 건 어쩔 수 없다. 


요즘에는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한 이색 빙수들이 줄지어 출시되고 있다. 감칠맛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우유 얼음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수박, 청포도, 멜론, 망고 등 각종 제철 과일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듬뿍 올리기도 한다. 저절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하는 근사한 비주얼 역시 요즘 빙수의 필수 조건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호텔에서는 앞 다투어 고급 빙수를 호텔의 시그니처 메뉴로 내세우고 있다. 그만큼 높은 가격을 자랑하는 일명 ‘호텔 빙수’는 여름이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빠질 수 없는 인증샷 주인공이 된다. 이 외에도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녹차, 쑥은 물론 흑임자와 인절미를 주재료로 한 빙수가 출시되고 있다. 이 예스러운 맛의 빙수는 MZ세대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오고, 어르신들은 친숙하게 즐길 수 있어 더더욱 좋다.


여름 대표 음식인 빙수는 과연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문헌에는 조선시대부터 매년 복날에 관원들이 서빙고의 얼음을 하사 받았다고 적혀있다. 이 얼음에 꿀, 과일을 넣어 시원하게 화채를 즐겼다고 한다. 이 후 빙과류가 본격적으로 대중화 된 시기는 1900년대 일제 강점기 시대부터 이다. ‘빙수점’이라는 간판을 달고 얼음을 갈아 설탕, 우유를 넣은 단촐한 빙수를 판매하였다. 지금으로 보면 1세대 빙수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후 1970~1980년대에 잘게 부순 얼음 위에 졸인 단팥, 설탕, 연유, 떡, 미숫가루 등을 얹은 정통 방식의 팥빙수가 등장했다. 이 오리지널 팥빙수는 지금도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다정한 맛을 지녔다. 


그 단순하고 명쾌한 맛을 생각하면 초등학생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무더운 여름철 오직 한 가지 생각만으로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 집으로 뛰어오던 시절. 책가방을 휙 던져 놓고는 무작정 부엌으로 향한다. 식탁에 앉아 회전하는 선풍기를 따라 고개를 돌리며 땀을 식히면 엄마는 그 사이에 파란색 곰돌이 빙수 기계로 얼음을 갈았다. 그 맑은 얼음 알갱이 위에는 팥, 연유, 떡이 척척 올려졌다. 그 어렸던 나는 잊지도 않고 내가 좋아하는 과일 젤리는 한 숟가락만 더 얹어달라고 외치곤 했다. 지금도 무궁무진한 맛의 독특한 빙수들이 줄지어 출시되지만, 오리지널 팥빙수만이 갖고 있는 매력은 이렇게 겹겹이 쌓아올린 추억에 있지 않을까. MZ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여름이면 이 다채로운 빙수의 세계에 풍덩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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