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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Aug 13. 2022

아저씨의 요가

마흔 셋의 첫 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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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아저씨. 어울리지 않는 단어.


명상을 매일 조금씩 이년 정도 했다. 문득 요가가 궁금했다. 요가가 뭔지 아무것도 몰랐지만, 명상과 요가가 연결되어 있다는 흐릿한 느낌이 있어서였다.   

  

남자가 요가에 관심을 보이면, 사람들은 여자 많은 곳에 가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는 장난 어린 시선으로 본다. 뭔지 모르니 나 자신도 편견이 있고, 요가원으로 향하는 건 더 어려워진다.     


‘여자들만 있는 곳에서 남자인 내가 뭔갈 배울 수 있을까?’     


이런 남자들이 요가원으로서는 블루오션인가보다. 내가 사는 시골에도 어느 날 ‘남성 전용 요가’ 플래카드가 걸렸다. ‘오호! 가볼까!’. 아니다. 남자들만 모여 요가 하는 장면을 상상하니 급격히 기분이 다운됐다. 

    

시간이 흐른 뒤. 직장 10개월 장기 교육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교육원으로 출퇴근하는 이 교육엔 체육활동이 있다. 골프, 수영, 탁구, 볼링, 요가 중 선택이다. 교육생들은 주로 사오십 대고, 대부분 골프를 선택했다.     

같이 교육 온 직장동료 형에게 체육활동 뭐할지 물었다.     


“글쎄 요가를 하고 싶긴 한데”
“그럼 저랑 같이해요. 저 예전부터 요가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 허리도 안 좋고 유연성이 없어서 해보고 싶은데, 선뜻하기가 그래서”
“저랑 같이하면 되죠. 저도 요가 배우고 싶었는데, 남자가 요가원 가기가 그래서 못했었거든요. 교육 프로그램이니까 그래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같이 하면 남자가 혼자 인 것도 아니니까 괜찮을 거 같은데요.”   


그렇게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 반. 요가 수업 시작. 남자 넷, 여자 여섯이다. 쓱 보니 요가 참가자는 40대와 50대인 것 같다. 미리 알아본 남자 요가복은 등산복이랑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운동할 때 입던 등산바지와 언더아머 내의를 입고 위에 티셔츠를 입었다. 다들 요가 매트 위에 조용히 앉았다.     


선생님도 같은 공간에 계시다가, 시작 시간이 되자 앞으로 나오셨다.“제가 뒤에서 봤는데, 여러분은 요가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에요. 모두 등, 어깨, 목이 말려있어요.”

우리는 “고생을 많이 해서 그래요.”라고 했다.     


그래서 첫날은 폼롤러로 몸 전체를 푸는 동작 위주로 진행됐다. 선생님은 수업을 마치며

“제 수업에서 이 정도로 천천히 진행해본 건 처음이에요.”라고 하셨다. 선생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나는 몸이 개운해진 느낌에 수업이 마음에 들었다. 요가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기엔 요가 근처도 못 갔다.     


두 번째 시간. 요가를 몰라도 기초적인 동작이 분명할 텐데, 선생님 동작을 따라 하는 내내 숨이 너무 막혀 머리가 아프다. 끝나고 선생님께 말했다. “선생님 이러다 진짜 죽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선생님은 딱히 대답해줄 말을 찾지 못하셨다. ‘뭐 이런 몸들이 다 있지?’라는 느낌이었겠지…     


수업이 서너 차례 진행되면서 요가를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초보자. 라고 하기도 민망한 극 초보자를 위한 수업일 텐데도 땀이 비가 오듯 했다. 과호흡이 될 정도로 숨이 찼다. 한 번은 수업 끝나고 집에 가던 길에 숨이 너무 차서 운전하던 차를 세우고 쉰 적도 있다. 선생님이 호흡이 너무 힘든 이유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고 알려주셨는데, 그 중의 배가 나와서 그렇다는 것만 기억에 남는다. 요가 시작 시 다이어트도 함께 시작한 터라 당시 내 배는 응급상황이었다.     


흔히 요가에 가지고 있는 장난스러운 편견인 민망한 복장에 민망한 동작 같은 건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격투기를 한 것처럼 몸 상태가 만신창이가 됐다. 뭘 신경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요가는 막 백조처럼 우아하고 그런 거 아니었나???     


그래도 수업이 끝나고 나면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에 요가가 갈수록 좋아졌다. 다이어트와 병행했는데, 요가를 하면 체중 감량 정도와 상관없이 체형이 좋아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으로 보이는 효과 때문에 다이어트에 더 도움이 됐다. 초반에는 특히 소화력이 많이 좋아지는 느낌 때문에 몸 상태가 전체적으로 향상되는 기분도 받았다.      


안되는 동작이 있으면 죽을힘을 다해 따라 했다. 요가를 이런 식으로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될 때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했다. 점점 안되던 동작들이 되면서 더 욕심이 나고 재밌어졌다. 쟁기자세가 처음 되던 날의 흥분은 잊을 수 없다. 그 뒤로는 바퀴 자세, 크로우 포즈 등 선생님이 알려주시면 동작들이 한 번에 되어서, 나도 놀라고 선생님도 놀라고 수강생들도 놀라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두 달 지난 지금 각자의 몸 상태 때문에 안되는 동작이 있을 때 따라 하지 못하셨던 다섯 분이 중도 포기하고 다른 체육활동으로 옮기셨다. 수강생들이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할 정도로 나는 무리하게 하다 보니 허벅지 뒤 근육이 아픈 상태가 됐다.      


요가 선생님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상태의 6~70%까지만 몸을 움직이라고 하셔서 이제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움직인다. 명상으로 내 마음을 알아보게 되었듯, 요가로 43년 만에 내 몸을 처음으로 제대로 알아차리게 됐다. 어디까지가 가능하고 어디까지가 무리인지 알 수 있게 됐다. 우리는 보통 몸이 아파도 아픈지 모르고 산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내 몸이 어디가 좋고 안 좋은지 잘 알아차리게 됐다.     


명상과 요가로 마흔셋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된다.


Photo by The Nix Compan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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