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리기 힘드네
지난가을, 아파트 대출규제를 강화한다는 심란한 소식이 들려왔다. 하필이면 내가 이사할 집을 알아보는 중요한 시기에. 동네에 고등학교가 없어서 집 근처에 학교가 있는 곳을 알아보던 터였다. 아들이 아직 4학년인데 고등학교를 걱정하는 것이 이른 감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동네 친구 사귈 것을 고려하면 중학교 입학 전엔 이사를 해두어야 했다. 어쩌면 아들은 핑계고 병원 많고, 식당 많고, 도서관도 있는 등 생활하기 더 편리한 동네로 가고 싶은 나의 사심이 담긴 계획이었다.
부동산 사장님들도 대출부터 알아보라며 아는 은행 대출 담당자 연락처를 알려주셨다.
"네. 00 은행 000입니다."
"안녕하세요. 주택담보대출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요즘 까다로운데.. 4대 보험 되는 직장에 다니고 계시죠?"
담당자가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
"어.. 아니요."
"그럼 대출은 어려우세요."
그는 자기 손님이 아니라는 듯 딱 잘라 말했다. 통화 중임에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저도 남들처럼 20년 넘게 꼬박꼬박 카드값을 상환하고, 세금도 내고, 지역의료보험료도 납부했다고요. 게다가 그쪽 은행 장기 고객인 건 알고 계시죠? 그런데도 절 못 믿으시겠다고요?!'
조금 우호적인 다른 은행에서도 '가능은 하지만 정확한 건 심사를 해봐야 안다'며 여지를 남겼다.
쉽지 않을 것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벽에 부딪히니 빈정이 상했다. 그렇다고 남편 명의로도 필요한 만큼의 대출을 받긴 힘들었다.
'흥, 그럼 월급 받으면 되지!'
나는 다시 월급쟁이가 되기로 했다. 비영리 NGO단체에서 10년간 일을 하다 퇴사하고 육아와 가사에 전념한 지 7년. 솔직히 아주 전념했다고 보긴 어렵다. 아들이 유치원에 가 있는 동안 개인사업자로 디자인도 하고, 책도 쓰고, 한동안 AI도 공부하지 않았는가!
물론 마흔 중반의 경력단절녀를 덮석 반길 만큼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남편의 반응도 한 번 해 볼 테면 해 보라는 듯 시원찮았다. 그래도 한동안 걸어 다니면서 충만해진 자신감 덕분이었을까. 결과가 어떻게 되더라도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시도하고 싶었다. 아니 집을 위해서라도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