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D, 고객을 이해하다 [코드스테이츠 PMB 4기]
지난 JTBD 겉핥기 포스팅에서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라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 좋아요만 누르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인생은 역시 혼자인가)
한편으론 그만큼 다른 사람들도 JTBD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금 더 공부하고 고민해보았다. 지난 코드스테이츠의 교육에서 솔루션을 찾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5 WHY'에 대해 배웠는데 이는 문제가 발생할 때 연속적으로 최소 5회 이상 질문을 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는 기법으로 수업을 듣는 내내 나의 관심은 아직 JTBD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불안함에 있었기 때문에 밀크셰이크와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제품들에 계속 '왜?'라는 질문을 던졌고 드디어 나도 JTBD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 기존의 많은 JTBD 관련 글이 아쉬웠는데 그 이유는 모두가 하나같이 밀크셰이크만을 사례로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해는 했는데 활용을 못하는 아이러니를 겪었다. 그러다 코드스테이츠에서 제공하는 읽을 자료를 통해 새로운 사례를 알게 되었고 조금 더 JTBD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상관관계에 집중하고 고객을 더 많이 아는 것이 기업이 잘못된 방향을 택하도록 이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이 진정으로 지향해야 했던 것은 고객이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 상황을 다루고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었다. 이 일을 'Jobs to be done(해결과제, JTBD)'이라고 부르려고 한다.
JTBD는 구매 이면에 있는 인과관계를 파악함으로써, 지금까지 어떤 데이터도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고객의 선택에 대해 이해하는 방식을 바꾼다.
[지역 건축 회사의 건물 판매를 촉진하는 일]
타깃 : 따로 나와 살려는 퇴직자나 이혼한 부부
판매 전략 :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
(삐걱거리지 않는 바닥, 삼중 방수 처리된 지하실, 화강암으로 된 부엌 바 테이블 등)
가격 : 12만 ~ 20만 달러
영업팀 : 모델 하우스에서 일주일 중 6일간 대기
홍보 : 대대적인 마케팅 캠페인과 신문 부동산 섹션 광고
방문객은 많았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은 적었다.
FGI에서 '돌출 창이었다면 더 나았을 것이다'와 같은 답변들을 수용해 인테리어를 바꾸었지만 판매 실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고객과 대화를 하다 보니 '테이블'이라는 뜻밖의 단서를 발견하게 되었다.
더 쉽고 편하게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테이블을 원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처음에는 테이블이 왜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동안 가족들과 테이블에 앉아 시간을 보내며 그들은 왜 테이블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불현듯 깨닫게 됐다.
테이블은 가족의 추억 그 자체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사를 하기로 결정하는 것을 막는 요인은
건설사가 제공하지 못한 특징이 아니라
깊은 의미를 지닌 무언가를 포기하면서 오는 불안감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수십만 달러짜리 집을 구매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테이블을 보관하려는 의지에 달려있었다.
고객의 어려움을 깨닫자 [지역 건축 회사의 건물 판매를 촉진하는 일] 은
[한 가족의 삶을 새로운 공간으로 옮기는 일]로 바뀌게 되었고 그 덕분에 사업은 25%나 성장할 수 있었다.
침실의 크기를 줄이고 테이블을 놓을 공간을 확보했다.
이사 자체에서 오는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이사 서비스를 함께 제공했다.
2년 동안 물품 보관 공간과 분류실을 제공해
입주자가 어떤 물건을 폐기할지 충분히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왔다.
JBTD는 개인이 주어진 상황에서 진정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것의 약칭이다.
고객의 상황은 제품의 특징, 트렌드, 신기술보다 훨씬 중요하며
단순한 기능이 아닌 사회적, 정서적 측면을 고려해
이전의 부적절한 해결책이나 해결책 자체가 없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은 혁신이다.
다시 나의 상황으로 돌아와서 지난 포스팅과 똑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Q1. 최근 자주 사 먹은 제품은 어떤 Job을 수행하기 위해 이용했을까?
Q2. 그 제품을 가장 많이 사 먹는 고객군은 어떤 Job을 수행하기 위해 이용했을까?
Q3. 그것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우선 지난 포스팅은 최대한 밀크셰이크 사례와 비슷하게 사고하기 위해 '단백질바'로 정했지만
사실 내 가계부를 매일마다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단연 '커피'다.
가계부를 들여다보다 하나의 변화를 캐치했는데 지금까지는 단골 카페를 자주 방문했지만
이번 달부터 프랜차이즈 카페를 자주 방문한 것을 알게 되었다.
편의를 위해 단골 카페는 [커피스테이츠]로, 프랜차이즈 카페는 [바나프레소]로 칭해보자 :')
우선 나는 어떤 Job을 수행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게 되었을까?
지난 11월,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1,759명을 대상으로 커피 소비 행태를 조사한 결과
1위 : 잠을 깨기 위해
2위 : 습관적으로
3위 :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4위 :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5위 : 맛이 좋아서
6위 : 식사 후 다른 입가심 거리가 없어서
7위 : 기타
로 파악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맛있고 차가운 커피를 마신다는 행동을 통해
카페인의 도움을 받아 잠이 깰 것이라는 묘한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고
동시에 나는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보다 행복한 기분으로 잠을 깨울 수 있었다.
나는 보다 확실하고 행복하게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Job을 수행하기 위해 바나프레소 커피를 마시게 되었을까?
단순하게 비교해보자면 커피스테이츠는 저렴했다.
또 스탬프를 통한 무료 혜택의 순환이 더 빨랐다.
그래서 커피 픽업에 5분 더 오래 걸리는 것과
직접 결제하는 것은 전혀 번거롭지 않았다.
하지만 1월 한파에 접어들면서 얼어 죽어도 아이스를 마시는 나는 그 5분이 귀찮아졌다.
왼쪽 커피스테이츠의 경우
일단 주문을 하려면 직접 카페에 가야 한다.
전화로 미리 주문하고 찾으러 가는 방법도 있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만을 위해 전화를 거는 것은 부담스럽다.
테이크아웃 카페이기 때문에 주문하는 동안 추위와 싸우며 기다려야 한다.
한파로 인해 차가운 커피를 들고 다니면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종이 스탬프를 깜빡하고 들고 오지 않을 수 있다.
오른쪽 바나프레소의 경우
바나프레소 어플을 이용해 '지금 바로'부터 최대 30분까지 픽업 예정 시간을 고객이 고를 수 있다.
커피를 주문하고 나면 앞 대기 건수와 내 커피의 진행상황 등 매장 상황을 어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반 카페이기 때문에 먼저 도착하더라도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같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더 달거나 쓴 맛을 제공하고 얼음과 물 양, 카페인 등을 주문 시 조절할 수 있다.
음료 뚜껑을 래핑하고 비닐 캐리어를 씌워주기 때문에 흘릴 염려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이동할 수 있다.
자동으로 스탬프가 적립되고 결제 시 갖고 있는 혜택을 알려주어 유효기간 내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간편 주문> 기능을 설정해두면 클릭 2번 만에 원하는 대로 주문과 결제가 이루어진다.
나는 추운 한파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덜 수고스럽고 더 신속하게 픽업하기 위해 바나프레소를 이용했다.
그렇다면 바나프레소 커피를 자주 사 먹는 고객군은 누구이며
어떤 Job을 수행하기 위해 이용했을까? 또 그것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우선 앞서 살폈던 '커피를 마시는 이유' 통계 1위이자 나 역시도 커피를 즐기는 가장 큰 이유였던 '잠을 깨기 위해서'를 예로 들면 아침 시간대가 있다.
실제로 바나프레소에서는 <이 시각 매장 현황>이라는 우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바나프레소에서 직접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로 시간을 특정해두었기 때문에 그 시간에 가장 주문이 붐비는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은
매장의 상황을 주문 전 파악할 수 있고 '지금 바로'부터 최대 30분까지 픽업 예정 시간을 직접 설정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커피를 받을 수 있다.
또 하나 주요 고객군은 점심을 먹은 직후 '12시 반 ~ 1시 반' 고객으로 예상해 보았다.
앞선 통계의 <3위 :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4위 :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6위 : 식사 후 다른 입가심 거리가 없어서>가 이 시간대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드스테이츠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는 엉덩이가 가벼워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에
맥도날드의 밀크셰이크 아저씨처럼 1시간가량 바나프레소를 맴돌며 점심 시간대의 고객군을 지켜보았다.
아무래도 출근길의 신속함과는 다르게 점심시간은 다 같이 와서 직접 주문을 하고 수다를 떨며 기다리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커피를 받자마자 다들 이미 끼워진 컵 홀더를 빼고 서로 비교하는 것이었다.
왼쪽은 바나프레소의 캐치프레이즈인 <행복한 사이즈, 행복한 한 잔>이고 오른쪽은 컵홀더를 제거한 모습이다.
커피 라벨 하단에 <마음의 소리>라는 작은 코너로
그 날의 운세를 알려주기도 하고 사진처럼 귀여운 속마음을 이야기해주는 등 바나프레소는
커피와 함께 소소한 행복을 팔고 있었다.
이 날 나의 마음의 소리는
"너무 매력적이어도 피곤해"였다.
(´・ʖ̫・`) (어떻게 알았지!)
아침 시간대의 고객은 자신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점심 시간대의 고객은 소소한 즐거움을 위해 바나프레소를 이용하고 있었다.
끝으로 이 글을 작성하다 우연히 커피스테이츠의
네이버 스마트 주문 기능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메뉴를 등록하지 않아 사용이 불가했다.
(그리고 이를 그들도 모르는 듯하다.)
현재 커피스테이츠는 겨울 전략으로
따뜻한 차 메뉴를 다양하게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 스마트 주문이나 배달의 민족 포장 주문 기능, 자체 카카오톡 채널을 개설해 활용하는 등 모바일 주문을 가능하게 만든다면 지금보다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JTBD를 향한 나의 호기심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처음에는 PM 관련한 공부들이 내겐 어렵기도 하고 막막한 마음도 들었는데
공부하면 할수록 여러 사람들의 문제를 도와주고 일상을 바꿔주는 참 매력적인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주어질 PM 공부와 업무는 여전히 어렵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했던 지금의 나를 잊지 않기를 :')
브랜드를 사랑하는 앱등이로 시작해 제품이 아닌 가치를 파는 잡스병을 거쳐
혁신을 꿈꾸는 프로덕트 매니저에 도전하다. 코드스테이츠 PM 부트캠프, 그 100일간의 기록
김긍정 brunch.co.kr/@positiv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