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Cool_ 네이버 나우 생방송 종방을 회고하며
지난 8월부터 준비해 쉼 없이 달려온 네이버 나우 [언박싱 더 케이팝] 시즌1이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매주 월요일이면 분주하게 준비했던 생방송을 쉬게 되자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왔다. 담당자분들과 리뷰의 시간을 가졌으니 이번엔 오롯이 혼자 회고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혼자라도 나름 열심히 공부한 스크럼을 써먹고 싶었다.)
우선 네이버 나우는 비디오 쇼와 오디오 쇼로 나뉘는데 나의 경우 생방송으로 비디오 쇼를 진행했다.
원래는 신인 작사가라는 특성을 살린 가사 리뷰와 작사가, 작곡가, A&R 등 앨범에 참여한 분들의 인터뷰 코너에 힘을 주고 시작했는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반응이 더 좋은 앨범 굿즈 언박싱에 집중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비디오 쇼다 보니 비주얼이 돋보이는 굿즈의 장점을 더 극대화하여 보여줄 수 있었다.
SM, YG, 빅히트, 스타쉽, 큐브, 피네이션 등 다양한 기획사들의 굿즈를 비교하며 팬들과 실용성과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엄청난 하이텐션으로 방송 내내 뮤직비디오를 보며 주접만 떠는 등 재밌는 시간들을 보냈다. (특히 유노윤호 편,,) 사실 이 방송은 내가 누군가에게 '랜선 덕질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획하게 되었는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내가 든든한 친구들을 사귄 기분이었다. 그 수가 많진 않았지만 우리 방송 덕분에 매주 월요일이 즐겁다며 찾아와 주는 인연들이 내게는 정말 소중했다.
아무래도 콘텐츠의 특성상 가수의 인지도가 시청률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는데 체감상 4회 방탄소년단, 7회 아이유, 8회 블랙핑크 편이 가장 댓글이 많았고 5회 카이, 6회 태연 편은 외국인 참여 비율이 높았다. 특히 카이님 편에 중국어와 영어 댓글이 많았는데 매주 시청해주시는 찐 구독자분께서 알고 보니 영중과 학생이라 우리의 대답을 일일이 다 번역해주시며 방송을 도와주셨다. (사실 이때다 싶어 네이버 파파고를 광고하고 싶었지만 훈훈한 소통 댓글에 절로 광고 욕심을 내려놓게 되었다.)
이렇듯 좋았던 추억이 훨씬 많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회고의 시간, 나는 가장 가슴이 아렸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인기가 많은 가수일수록 시청률과 함께 빌런(?)들의 존재감도 높았기 때문이다.
그 첫 순간은 4회 방탄소년단 편으로 당시 내가 RM의 팬임을 대문짝만 하게 밝혀두었는데 보란 듯 댓글창에 'BTS는 RM 빼고 다 좋다'라고 계속 얘기해 나는 속상함을 삼키며 멘트를 이어가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RM의 선한 행보에 대해 방송 내내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 한 명에게 나와 내 시청자들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아 그냥 계속 못 본 척 넘기고 말았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8회 블랙핑크 편이었는데 정말 딱 한 명. 그 딱 한 명의 빌런(?)이 인신공격성 악플로 댓글창을 도배해 버린 것이다. 정말 스마트폰 세로 화면 창을 꽉 꽉 채워 성실히 도배했다. 다른 시청자분들이 합심해 신고해주어 1분도 안 되는 찰나에 사라졌지만 나는 쉽사리 다음 멘트를 이어갈 수 없었다.
"(익명)님,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아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고 또 이렇게 댓글로 표현을 하죠?"
이미 떠난 건지 댓글을 달 수 없는 건지 확인할 순 없었지만 나는 진심으로 물었고 그 대답은 끝내 듣지 못했다. 사실 나는 방송 전 '무플보단 악플이 낫다'라며 매주 마음의 준비를 했었고, 매번 그 악플이 나를 향한 비난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가슴에 총을 맞는 것처럼 쑤시듯이 아팠고 시간이 지날수록 멍든 것처럼 아렸다. 9개의 선플보다 1개의 악플이 더 신경 쓰이는 건 나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더 웃는 얼굴로 방송을 끝냈고, 카메라가 꺼지면 늘 자책했다.
내가 거기서 발끈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했어야 했는데,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넘길 걸, 선플들을 읽으며 분위기를 전환할 걸, 아니면 노래 듣고 오겠다며 뮤트 해 물이라도 한 잔 마시며 숨 좀 고를걸.
그렇게 매번 자책하던 내게 친구가 "그게 왜 네 잘못이야? 악플 다는 사람이 나쁜 거지"라고 말해주었다.
그러게? 그렇네? 내 잘못도 아닌데 나는 왜 내 탓을 하는 거지?
사람은 원래 본능적으로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을 더 강하게 기억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의식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해야 한다. 사실 내 닉네임 '김긍정'도 그런 의미에서 지은 것인데 내가 너무 '긍정'이라는 단어에 무뎌지다 보니 그 본질을 잊은듯 했다. 친구의 말을 듣고 나니 나는 '책임감을 빙자한 오지랖을 부렸구나' 하는 생각에 창피함이 몰려왔다.
그 뒤로 나는 한결 더 편한 마음으로 방송을 진행할 수 있었고 내가 직면한 문제들을 시청자들에게 직접 공유하기 시작했다. 나 혼자가 아닌 다 같이 방송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 화 현아님편에서는 택배 파업으로 앨범이 도착하질 않아 생방송 2시간 전, 전국에 하나 남은 물량 확보를 위해 택시를 타며 그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했고, 가수 현아 님께서 직접 좋아요를 눌러주시며 바이럴 되는 성덕 모먼트를 경험하기도 했다.
끝으로 [언박싱 더 케이팝] 시즌1을 마무리하며,
친애하는 악플러에게 나는 현아 님의 이번 미니 7집 [I'm Not Cool]을 추천한다.
쫄깃한 랩과 화려한 퍼포먼스에 가려진 그녀의 진솔한 음색과 섬세한 감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불필요한 친절은 됐어, 다 아는 듯한 말투가 충분히 불친절해
- 현아 <Show Window> 가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