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본 척, 그게 더 눈에 띕니다

by 지나

마트에 갔을 때였다.

과일 코너에서 누군가가 진열대를 스윽 지나가다가

사과 하나를 툭 떨어뜨렸다.

툭— 하고 둔탁한 소리가 났고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정작 그걸 떨어뜨린 사람은

그냥 지나갔다.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놀라서 멈춰 섰고,

주변 사람들도 잠깐 시선을 주었는데

당사자는 아무렇지 않게 걸어갔다.


결국

내가 뒤늦게 사과를 주워 다시 올려놓았다.

그게 아주 무겁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왜 내가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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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장면,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마트뿐 아니라

쇼핑몰에서도,

문구점에서도,

서점에서도.


책을 집어보다가 쏟아놓고 그대로 놓고 가는 사람들.

옷가게에서 옷을 떨어뜨리고 그냥 가는 사람들.

화장품 가게에서 테스트하다가 진열대 어지럽히고 그냥 빠져나오는 사람들.


그리고 늘 비슷한 패턴이다.


‘못 본 척.’

‘아무 일 없다는 듯.’


물론 정말 몰랐을 수도 있다.

아주 가벼운 물건이었거나

너무 정신 없어서 미처 인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개는

툭 떨어지는 그 소리를 모를 리가 없다.

자신이 스친 것도 알 텐데.

주변에서 놀란 반응이 있는 것도 알 텐데.


그런데도 못 본 척 하고 가는 건

아마 "쑥스러워서", "창피해서",

혹은 "굳이 내가 다시 주울 필요는 없겠지" 하는 마음 아닐까.


그렇다면

그럴수록 더더욱 주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쑥스럽고 창피하면

그 순간이라도 책임지는 모습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상황을 정리하는 방법이다.


그런데도 못 본 척 하는 건

‘나는 내 실수를 감당하지 않겠다’는 선택이다.

작은 일이지만,

그 작은 일에서 사람의 태도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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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번이고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가만히 있기가 민망해서

내가 대신 주워 올려놓게 된다.


그리고 괜히 주변 사람들이

‘내가 떨어뜨린 줄 아는 것 아닌가’ 하는

불편한 시선을 감당하게 된다.


이럴 때마다 속으로 묻는다.

“그냥 주우면 되잖아. 왜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사람들이 더 많이 있는 곳일수록

더 화려한 가게일수록

더 값비싼 물건일수록

이런 행동은 더 눈에 띈다.


어쩌면

그들은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일까봐

그 순간 ‘내가 아니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걸 선택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습 자체가 더 눈에 띄고, 더 오래 기억된다.


나는 이해하려 했다.

정말 순간적으로 몰랐을 수도 있고

정말 너무 부끄러워서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 뒤를 지나는 사람이

그걸 대신 치우고,

그 상황을 감당하게 되는 걸 보면서

나는 결국,

이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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