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잘못은 없다, 라는 습관

by 지나

살다 보면 꼭 만나는 유형이 있다.

"나는 잘못이 없어."

이 말이 습관처럼 입에 붙은 사람들.


문제가 생겼다.

분명히 그 사람의 실수였다.

그런데도 첫마디는 이렇다.


"그거는 내가 그래서 그런 게 아니고~

그때 상황이 그렇잖아~

그쪽에서도 그랬잖아~"


시작부터 남 탓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우리는 묘하게 헷갈리기 시작한다.

"어? 내가 잘못 이해한 건가?"

"내가 너무 민감한가?"


그들은 그걸 안다.

논점을 교묘하게 흐려서

상대방이 의심하게 만드는 기술.


더 놀라운 건,

그런 수법을 쓰는 사람들이

의외로 학력도 높고,

직위도 높고,

사회적으로는 '괜찮은 사람'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래서 더 어이가 없다.

그 정도 위치에 있으면,

자기 실수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오히려 그런 사람들일수록

"지금 여기서 내가 틀렸다"고 말하는 순간

자기 권위가 깎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든 피한다.

논점을 바꾸고,

남 탓으로 돌리고,

아예 문제의 본질 자체를 흐린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아, 저 사람은 실수 안 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믿어주는 게 아니라

"아, 저 사람은 실수도 책임지지 않는구나" 하고 기억한다는 것.


더 큰 문제는

이런 태도가 전염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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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도 그렇다.


부모가 아이 앞에서

자기 잘못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 탓을 한다.


"네가 그랬잖아."

"네가 말을 이상하게 하니까 그렇지."


아이들이 그걸 모를까?

그저 힘이 없고, 말발이 없으니 가만히 있는 거지,

속으로는 다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자라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 앞에서

그렇게 행동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책임지지 않는 어른,

우기는 어른,

사회성 없는 어른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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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그런 어른들이 회의석상에서,

가정에서,

사회 곳곳에서

"나는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걸 자주 본다.


가끔은 생각한다.

왜 이런 행동은

위에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더 자주 할까?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더 자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들의 말과 행동이 더 눈에 띄기 때문일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위에 있을수록 말의 무게가 크고,

그 무게를 잃지 않으려는 강박이 더 크기 때문.


그렇다면 더 조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 자중해야 하고,

더 솔직해야 하고,

더 본받을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이해하려 했다.

그들도 체면 때문에,

자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일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습관이 사람을 망치고,

사회의 신뢰를 갉아먹는다는 걸 보면서

나는 결국,

이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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