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자리가 났다.
적당히 피곤한 오후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빈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다리를 쩍 벌리고 있었다.
정말로 ‘쩍.’
그야말로 좌우로 대범하게 펼친 자세.
양 옆 좌석으로 자연스럽게 침범해오는 형국.
나는 순간 당황했다.
몸을 옆으로 바짝 붙여 앉아야 했다.
다리가 닿을까봐,
아니 사실은 이미 닿아 있었다.
모르는 사람과 피부가 닿는 기분.
그건 기분 나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온몸에 긴장감이 도는 불편함이었다.
그 사람은 아무렇지 않았다.
정말 당연하다는 듯,
이게 자기의 ‘자연스러운 자세’인 것처럼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뿐이 아니었다.
그 스마트폰 보는 시선을 슬쩍 내 쪽으로 돌리더니
내가 보고 있던 화면을 힐끗힐끗 보기 시작했다.
나는 몸을 조금 더 틀었다.
화면을 가렸다.
그러면 또 고개를 조금 기울인다.
그렇게 슬쩍슬쩍 눈길을 준다.
자리를 넓게 차지하더니
시선까지 넓게 쓰는 건가 싶었다.
지하철 좌석은 한 사람당 한 칸씩 나뉜 것도 아니고,
사적인 공간도 아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적당한 간격과 태도로 유지하는 **‘공유 공간’**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걸 모르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왜 그럴까?
나는 생각해본다.
어쩌면
내가 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일지도.
다른 사람이 얼마나 불편한지는
애초에 고려하지 않는 것일지도.
혹은
자기가 강하게 보이고 싶어서?
무언의 ‘자리 표시’를 하려는 것일까?
무엇이든 간에
그건 단순한 자세 문제가 아니다.
배려의 문제다.
자리를 넓게 쓰는 건,
타인의 공간을 침범하는 일이고
타인의 기분까지 침범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이해하려 했다.
혹시 몸이 불편해서 그런 걸까?
다리가 아파서 그런 자세가 편한 걸까?
하지만
너무나 태연하게,
너무나 당당하게,
다른 사람을 좁아지게 만드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리고
내 화면까지 슬쩍슬쩍 엿보는 그 여유까지 보게 될 때마다
나는 결국,
이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