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버린 게 아니라 수준을 버렸다

by 지나

누군가 과자 봉지를 휙 던진다.

사탕 껍질이 바람에 날린다.

길가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컵.

무심한 듯, 의도적인 듯, 마치 ‘누가 가져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내려놓고 간 흔적.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건 쓰레기를 버린 게 아니라

자기 수준을 버리고 간 거라고.


나는 쓰레기가 생기면

가방 속에 넣는다.

비닐 한 장, 종이 조각 하나라도

그냥 바닥에 두는 건 찜찜하다.


휴지통이 없다면 들고 다니고,

어디서든 버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게 ‘당연한 일’이

누군가에겐 ‘귀찮은 일’이고,

심지어는 ‘할 필요 없는 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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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창밖으로 날아가는 빈 캔.

엘리베이터 구석에 버려진 커피 빨대.

공원 벤치 밑에 밀어 넣어진 배달 음식 비닐.


심지어 흡연 구역도 마찬가지다.

바로 앞에 재떨이가 있는데,

담배 꽁초는 그 주위를 에워싸듯 흩어져 있다.


한 발짝만 옮기면 되는데.

한 손만 뻗으면 닿는데.


왜 그렇게 못할까?


나는 이걸 정말 이해할 수 없다.

다른 비매너야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넘길 여지가 조금은 있다.

습관일 수도 있고,

눈치 못 챈 실수일 수도 있고,

의도가 나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행위는

순간의 선택이다.


고작 몇 초의 선택.

내 손에 있는 이 쓰레기를

‘나와 무관한 공간’에 버릴지,

‘내가 책임질 공간’으로 들고 갈지를 결정하는 아주 짧은 선택.


그리고 그 짧은 선택에서

그 사람의 기본적인 태도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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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환경에 대한 의식이 아니다.

그건 위생이나 미관의 문제도 아니다.


그건 단순히 ‘나는 내가 만든 불편함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다.


그들은 생각한다.

"어차피 누군가 치우겠지."

"길에 쓰레기 하나쯤 어때."

"남들도 다 그러던데."

이 무책임한 핑계들이

그들의 손끝을 아주 가볍게 만든다.


하지만 그게 쌓이고 쌓이면

도시는 지저분해지고,

사람들은 피로해지고,

매일을 살아가는 누군가는 그 더러움을 감당해야 한다.


나는 진심으로 궁금하다.

그들은 자기 집에서도 그렇게 할까?


과자 껍질을 바닥에 던지고,

커피컵을 식탁 위에 방치하고,

재떨이 옆에 꽁초를 뿌려두고.


아니겠지.

그건 안 되지.

집은 자기 공간이니까.


하지만 길거리는, 공공장소는,

남이 쓸 공간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그 무심한 행동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불쾌하게 하고,

얼마나 많은 공간을 추하게 만드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을까?


나는 애써 이해하려 했다.

정말 한 번쯤은 실수였을 수 있다.

바람에 날렸을 수도 있고,

손이 미끄러졌을 수도 있고,

그 순간 휴지통이 안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쓰레기가 너무도 자주, 너무도 정확하게

길 위에, 문 옆에, 계단 아래에 놓여 있는 걸 볼 때마다

나는 결국

이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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