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그렇게 시원하게 하셔야 했나요?”

by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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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이었다.

그날 따라 사람이 많았다.

어깨가 닿을 만큼 좁은 간격 속에서 나는 서 있었고,

바로 내 앞자리에는 어떤 분이 앉아 있었다.


그분은 갑자기,

“에취!” 하고 크고 시원하게 재채기를 했다.

입도 가리지 않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그냥 정면으로. 그대로.


내가 본 건 재채기 그 자체보다,

내 얼굴 쪽으로 날아온 작은 미세한 물방울들이었다.


놀란 마음에 잠시 굳어 있다가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미 늦은 것 같았다.


물론, 재채기는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이다.

나도, 누구라도 갑자기 나올 수 있다.

그 한 번의 재채기에 모든 걸 탓할 순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그분은 몇 분 간격으로 계속 기침을 했다.

기침, 재채기, 다시 기침.

그 어떤 순간에도 입을 가리는 제스처는 없었다.


버스라는 폐쇄된 공간,

마스크도 벗은 채,

그분의 기침 소리는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소리도 문제지만,

그 소리 속에 실려오는 불쾌감이 더 컸다.


나는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이 정도로 예민하진 않았는데.”


맞다.

나도 예전에는 그냥 “아 감기 걸리셨나 보다” 하고 지나갔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우리는 너무 많은 걸 경험했다.


기침 하나에 눈총을 받던 시절.

재채기 소리에 뒤돌아보던 거리의 공기.

지하철에서 누군가 기침만 해도 나도 모르게 움찔하던 감각.


그건 단순한 예민함이 아니라,

경계와 조심의 경험치였다.


그리고 이건 코로나 때문만이 아니라

기본적인 위생 매너가 됐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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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막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고 하더라.

입을 팔뚝이나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 요즘의 기본 예절이란다.

손으로 막으면 그 손으로 다시 손잡이를 잡고,

휴대폰을 만지고, 메뉴판을 넘기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만들게 되니까.


그런데도 아직,

대놓고 기침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식당에서, 버스 안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에게서 나온 소리가, 공기가, 침방울이

다른 사람의 얼굴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걸.

다른 사람은 그 한 번의 ‘시원한 기침’에

한참을 불쾌해하고 있다는 걸.


나는 이해하려 했다.

순간적으로 나온 걸 어떻게 다 막냐고 할 수 있다.

습관이 없을 수도 있고,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스타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의식 없이,

태연하게,

기침을 ‘그냥 해버리는’ 사람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점점 더 확신하게 된다.


이건 단순한 무심함이 아니다.

배려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예전엔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런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불쾌한지를.

심지어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까지.


나는 또다시 생각했다.

이걸 이해하려고 해야 하나?

지금도?


하지만,

공용 공간에서 기침을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모습 앞에서

나는 결국,

이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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