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척, 내 말만 하는 사람들

소통하는척 독백하는 사람들

by 지나
제목 추가 (20).png


예전에 친구들과 맛집 얘기를 하던 날이 있었다.
A가 말했다.
“저기 ○○ 파스타집 진짜 맛있어. 웨이팅은 좀 있지만 가볼 만해.”
그러자 B가 대뜸
“아 그거? 별로야. 내가 먹어봤거든.”
하고 잘라버렸다.


"나는 거기 맛있었는데?"
라고 다른 친구가 얘기하자
B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몰라~ 근데 내 입맛에는 아니었어.
내가 아는 애들도 다 그러더라구.”
결국 대화는 '그 집 파스타가 맛있다'가 아니라
'B 입맛 기준으로 맛없는 집'으로 마무리됐다.


비단 음식 얘기만이 아니다.
다들 경험해봤을 거다.

내가 여행 얘기를 하면
“거기? 에이 별로야. 내가 다녀와봐서 아는데.”
새로 산 전자기기 자랑을 하면
“그거 돈 아까운 거야. 내가 사서 후회했거든.”
업무 이야기, 인간관계 고민을 해도
“그거? 나도 겪어봤어.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내 말이 맞아.”


제목 추가 (18).png


경험을 나누는 게 아니라
경험으로 덮어버리는 대화.


그들은 자기가 겪어봤다는 이유로
모든 상황을 단 하나의 결론으로 몰고 간다.
“내가 맞다.”


심지어 자기가 모르는 분야도 예외는 없다.

내가 영화 얘기를 꺼냈다.
“이번 영화 평이 좋던데 봤어?”
그러자 그들은 이렇게 답했다.
“아~ 그거? 별로래. 나 아는 사람이 봤는데 재미없다더라. 몰라, 근데 내 말이 맞아.”
자기 눈으로 보지도 않고,
그저 전해 들은 한 마디를
'확정적 진실'처럼 말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명확하게 틀린 게 증명돼도,
그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아니, 그 영화 평점도 높고 상도 받았던데?”
하고 말하면
그들은 씩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아니면 말고~ 난 그냥 그렇다길래 말한 거야.”
“그건 네가 좋다니까 좋은 거지 뭐~”
“내 얘기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 돼~”


제목 추가 (19).png


결국 남는 건
책임 없는 한 마디.
그리고 이상하게도 내 탓이 되어버린다.


"그런 의미로 한 말 아니었어."
"네가 좀 예민하게 들은 거야."
"괜히 나한테 그렇게 따지지 마~"


결국 대화의 시작은 '경험 공유'였지만,
끝은 늘 '내가 틀린 걸 인정하지 않는 법'이 된다.


나는 애써 이해하려 했다.
그들도 그냥 자기 경험을 얘기하고 싶었겠지.
틀리는 게 두려워서 그럴 수도 있고,
자기 확신을 지키고 싶은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 경험을 방패처럼 쓰고,
상대의 말은 흘려듣고,
결국 틀려도 책임지지 않는 태도는
듣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그 순간, 대화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그냥 혼자 떠드는 발표일 뿐이다.


결국 나는 또 한 번
이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