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화장실, 나만 쓰는 듯이

by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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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볼일 보러 들어갔다가,

조용히 분노하고 나오는 곳이 있다.


공용 화장실.


세상에서 가장 간단해야 할 일이

가끔은 그날 하루 기분을 망쳐놓는 일이 되기도 한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내가 만들지도 않은, 하지만 치워야 할 것들.


물을 내리지 않고 간 흔적.

겨우 내렸지만, 대충이라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경우.

사용한 휴지를 아무 데나 던져놓은 모습.

변기 커버 위에 묻은 무언가.

세면대 안에 버려진 음식물 찌꺼기.

변기 옆 작은 휴지통 안에 쑤셔 넣은 테이크아웃 커피잔.

그리고… 휴지가 없다.

왜냐하면 누군가 가져갔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게,

한 사람이 만든 게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이 반복될 때마다 드는 생각은 하나다.


"대체 이 공간을, 누구의 집처럼 쓰는 거지?"


특히 변기 커버 위에 남겨진 신발 자국을 볼 때면

정말이지 눈을 의심하게 된다.


정말, 올라간 걸까?

설마?

하지만 분명 그 방향과 간격은

앉은 게 아니라 서 있었던 사람의 흔적이다.


닿기 싫었던 거겠지.

본인의 맨살이 닿는 게 찝찝했던 거겠지.

그래서 변기 위에 올라가서 볼일을 봤던 걸까?

아니면 엉거주춤하게 앉아 있다가

결국 소변이 튀고 말았던 걸까?


그 사람은 자기 피부가 닿는 걸 걱정했지만,

다음 사람의 기분과 위생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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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옆의 작은 휴지통.

분명 ‘휴지’만을 위한 곳이다.

그런데 왜 거기에 김밥 비닐이, 탕수육 국물통이 들어 있는 걸까?


"설마 여기 버리면 치워주겠지."

라는 아주 단순하고 무책임한 믿음.

공공의 공간을 누군가의 뒤치다꺼리로 만드는 마음.


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다.

비누를 가져가는 사람.

화장실 휴지를 통째로 빼가는 사람.


공용 물건이란 건

‘서로가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아예 안중에 없는 걸까?


나는 애써 이해하려 했다.

정말 급했을 수도 있다.

다른 데 버릴 데가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휴지가 없어서 그냥 챙겨간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반복된다. 습관처럼.


그리고 그 뒤를 치우는 건

항상 다음에 들어오는 우리들이다.


화장실이 불결한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건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니라

“나는 남을 배려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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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 화장실은, 이름 그대로

‘공용’이다.

모두가 함께 쓰는 곳.

그러니까 누군가가 먼저 쓰고,

누군가가 뒤따라 온다.


그건 아주 단순한 질서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질서를 무시한다.


나는 이해하려 했다.

진짜 몰라서 그런 건가?

자기 하나쯤이야 괜찮다고 생각한 건가?


하지만,

자기 불쾌감은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챙기면서

다음 사람의 불쾌함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또 한 번

이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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