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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라르 Jun 21. 2023

누군가에게 면접에 대해 조언한다면

인사담당자도 뭣도 아니지만

 지금 회사에서 개발과 디자인을 하며 6년 차가 되었습니다. 작은 회사이다 보니 입사하고 퇴사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면접관이었으면 하고 싶은 질문과 어떤 후배를 들이는 게 좋은지 제 스스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능력 있는 동료는 환영이니까요. 그래서 큰 도움이 안 되겠지만, 제가 겪은 면접과 어떤 면접이 기분이 좋은지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면접은 구술이기에 말을 잘해야 합니다. 말은 글과 다르게 발음, 제스처, 눈빛, 자세와 같이 보이는 것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사람의 여유와 자신감은 이 단계에서 보이기 마련이죠. 하지만 말은 소통의 도구이기 때문에 보이는 것보다 담겨 있는 내용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내용이 없는 말의 멋은 금방 지루해집니다. 


 하지만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담긴 마음입니다. 누군가 내게 요리를 해준다면 많은 반찬보다 중요한 것이 맛이고, 맛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내게 해주는 마음처럼 말입니다. 말에 진심이 담겨 있어야 말의 멋도, 내용도 끌리게 됩니다. 진심이 없다면 뽑고 싶지 않습니다.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게 아니라, 평소 지원한 직무에 얼마큼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진심으로 드러납니다.  면접에 필요한 것은 말의 멋, 내용, 진심 모두가 필요한 일이지만 저는 이 셋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진심입니다. 


 저의 첫 회사 면접은 하이닉스 sk의 면접이었습니다. 그 당시 제 나이가 24살이었는데, 어리둥절한 상태로 갔다가 망한 상태로 돌아온 것만이 강렬하게 기억납니다. 결국 떨어졌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면접에서 배우는 것들이 꽤 많았습니다. 먼저 대기업 면접은 신입직을 뽑더라도, 다른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신 분들도 많이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대기업은 그만큼 매력적인 회사라는 것이겠죠. 이점은 꽤 억울한 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경력자들과 싸워 이기냐?. 하지만 지금 다시 대기업 들어갈 수 있다면, 당시의 저 같은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제가 더 쉬울 테니까요. 저는 그리 웅숭깊지 못한가 봅니다. 사실 제가 떨어진 이유를 지금 생각해 보면 대기업 간판만 보고 지원했을 뿐, 제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직무에 별 관심이 없었다는 뜻이죠. 당시 면접관들이 귀신같이 저의 이런 모습을 캐치했을 겁니다. 저의 횡설수설한 노진심의 모습을요. 아마 경력을 가진 사람보다 지원한 직무에 더 큰 진심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한 강점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면접에서 받은 질문이 너무 특이해서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이 도시에 맨홀 뚜껑이 몇 개나 될 것 같냐?"와 같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상한 것들과 직무와 관련된 질문을 받을 줄 알았습니다. 제가 받은 질문은 "양보와 배려의 차이를 설명해 보세요."였습니다.  순간 멍해지더군요. '이게 필요한 질문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면접관은 필요 없는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지원자만 필요 없는 대답만 할 뿐이지요. 그 당시는 대답하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면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것 같습니다.


 양보와 배려의 차이는 목적과 관련이 있습니다. 양보는 두 사람이 같은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무더운 사막에서 갈증이 심한  두 사람 중에 한 사람만 물을 마실 수 있다면 배려보다 양보가 더 맞는 상황입니다. 양보는 내가 물러나야 성립이 됩니다. 나의 목적과 관련이 크게 없는 상황이라면 양보보다 배려가 더 맞습니다. 집에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미리 에어컨을 트는 행동은 배려입니다. 양보가 될 수 없어요.  그래서 누군가 내게 배려를 보인다면 감사한 일이 될 수 있지만, 양보를 한다면 감사함과 동시에 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이렇게 대답했다면 면접관들의 마음을 훔쳤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답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만 저만의 생각을 나름의 논리로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면접관도 정해진 답을 듣고 싶은 건 아니었을 거예요. 저는 예상할 수 있는 질문이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답변 또한 천차만별이 될 것이고요. 그래서 단어를 독해할 수 있는 능력, 즉 독해력을 평소에 기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생소한 질문에 대한 의도를 이해하는 능력은 면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독해력은 같은 단어, 같은 맥락이어도 다른 깊이를 만들 수 있고,  그 깊이에 사람은 매료됩니다. 독해력을 기르는 데에는 역시 독서만 한 것이 없겠죠. 결국 독서합시다.


 만약 제가 면접관이라면, 저는 해당 직군에 대한 철학에 대해 물어볼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디자인 직군에 면접을 본다면. "본인이 생각했을 때,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로 질문할 수 있겠군요. 이러한 질문이 실용적이지 않고 추상적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무엇이 좋은 것인지 안다면 그것을 위해 노력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사용자를 편하게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이 자기표현을 하는 예술과 다른 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용자의 문제에 집중하며 해결하는 과정에서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 예쁜 디자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훨씬 뽑고 싶을 겁니다. 자신이 얼마나 이 직문에 진심인지 들어나기 때문이죠. 제가 면접관이 되어 직무와 관련된 질문을 던져야한다면 이 직무에 이들의 진심이 들어날 수 있는 질문을 던져볼거예요. 그러니 저의 눈으로 면접을 보았을때는 자신이 이 직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고찰하는 게 가장 중요한 면접 팁이 됩니다. 모두 면접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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