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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라르 Feb 19. 2024

어른스럽다는 착각

너 그거 어른스러운거 아니야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부끄럽던 적이 있었다. 질투, 시기, 불안을 인정하면 내가 초라해 보였고, 즐거움, 행복과 같은 즐거운 감정은 쉬운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했다. 훌륭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만 훌륭한 사람은 아니니 적어도 감정 숨김으로 나를 숨겼다. 하지만 감정은 잠깐은 숨길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계속 숨길 수는 없다. 감정이 기분을 만들고, 기분은 태도가 되기 쉽기 때문인데, 감정이 쌓이면 감정을 막아놓은 댐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막고 싶어도 어떤 감정은 직접 마주할 때까지 알 수 없어 대처하기도 힘들다.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감정을 숨기고, 외면만 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면 참 미련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감정은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다. 매번 감정을 직면할 수도 없을뿐더러, 어떤 감정은 당장 버티기 불가능하다. '외면' 또는 '회피'의 어감이 부정적이지만, 감정외면을 조건 없이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부모에게 심하게 혼나는 어떤 경우는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아무 일 없는 듯 게임에 몰두했다. 지금의 상황과 부모로 인해 겪는 감정을 외면하면 적어도 당장 불편한 건 해소된다. 기분이 좋아진 다음에 그 감정을 둘러보거나, 조금 더 시간이 흘러 그 감정을 감당할 만큼 성숙해진 다음에 풀어볼 용기가 생길 수도 있다. 평범한 직장인도 비슷하다. 사회생활을 겪다 보면 서러운 일이 한둘일까. 그럴 때 그 생각을 잊을 만큼 달려보거나,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나중에 힘을 찾거나 키워서 자신의 감정을 풀어내면 된다.


 자신을 다그치며 업무나 자기 계발 따위에 집중하는 일이 어른스러울 수 있지만, 과하면 이사람과의 대화는 로봇과 얘기하는 기분이 든다. 더 큰 문제는 타인이 감정을 드러낼 때 애취급을 하는 일이다. 감정을 숨기는 것이 어른의 미덕이라 생각하면, 감정을 들어내는 일은 미성숙해져야된다


 감정은 외면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무언가 모를 불편한 기분이 든다면, 자기감정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보지 않으니 실체를 모르고, 여전히 남아 있는 감정으로 설명하기 힘든 불편한 기분이 맴돈다.


 오래된 시, 이야기를 보아도 공감될 때가 있다. 감정이 시대를 초월한다는 뜻이다. 감정은 생명력이 강하다. 되도록 자기감정을 외면보다 직면을 통해 자기가 수많은 감정의 집합체임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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