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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실 Mar 19. 2022

'3년 실전 공백'의 35세 강정호, 재기할 수 있을까

[시범경기 모먼트 ②] - 강정호 키움 히어로즈 복귀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강정호와 가장 비슷한 정도의 공백을 가진 뒤 30대 중반에 복귀한 타자는 서용빈이었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서용빈은 32세의 나이에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고, 2년 6개월가량의 공백기 이후 복귀해 2년간 1할대 타율만을 남기고 은퇴했다.


키움 히어로즈가 지난 18일 KBO에 강정호에 대한 임의해지 복귀 후 승인을 요청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키움 구단은 임의해지 복귀 승인 요청에 앞서 강정호와 2022시즌 선수 계약도 체결했다. 강정호는 음주운전 뺑소니를 비롯한 세 번의 음주운전으로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2023시즌이 되어서야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음주운전으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강정호는 2019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뛰었던 것을 마지막으로 실전 경험이 없다. 3년의 실전 공백이라는 리스크를 가진 만 35세의 타자가 되어 KBO리그에 복귀하는 것이다.


구단이 팬들을 기만했다느니, 프로 의식을 상실했다느니 같은 도덕적 비판에 앞서, 여러 관점에서 의아함이 들 수밖에 없는 영입이다. 강정호는 5년 전 세 번의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됐던 것으로도 모자라, 2년 전 복귀 추진 당시 과거 구단 담당 기자의 음주운전 관련 기사 작성에 대해 기자를 겁박했던 사실까지 드러나며 무수한 비난을 받았다. 그의 복귀 소식은 여론의 무수한 질타를 받고 있으며, 강정호가 은퇴를 선택하는 날까지도 비난 여론의 강도는 잦아들지 않을 수 있다. 안정적인 자금원이 없는 구단 특성상 꾸준한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한 히어로즈 구단으로서는 치명적이다.


고형욱 단장은 강정호의 복귀에 대해 “40년 넘게 야구인으로 살아온 선배 야구인으로서 강정호에게 야구선수로서 마무리할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어 영입을 추진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설마 한 프로야구단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정말 기회를 주고 싶어서 모든 비난을 감수하고 영입을 추진했을 리는 없다. 키움 구단으로서는 강정호가 비난 여론을 묻어버릴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쳐 팀의 우승(혹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 그라운드에 나설 강정호는 2014년의 40홈런 유격수도, 2016년의 20홈런 메이저리거도 아닌 3년 공백을 품은 만 35세 내야수다.


물론 현장에서는 여전히 강정호가 KBO리그를 폭격할 수 있다고 봤기에 영입했을 것이다. 모두가 경악했던 타일러 애플러 영입에 대한 평가도 점점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으니, 고형욱 단장님의 명안을 믿어볼 수밖에 없다. 다만 3년 가까이 실전 공백을 가진 타자가 KBO리그 레벨에서 통할지에 대해 예측해보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 '코로나19 공백'으로 커리어 망친 외국인 타자들

올스타 유격수 출신이었던 애디슨 러셀, 트리플A 타격왕 데이비드 프레이타스. 모두가 둘 다 망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키움 구단이 2020시즌 중반에 테일러 모터를 방출하고 영입했던 에디슨 러셀은 일개 야구팬들로서는 감히 KBO리그에 오리라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였다. 2012년 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더로 지명되었으며, 데뷔 4년 차에 빅리그 주전이 됐고 풀타임 2년 차였던 2016년에는 20홈런 유격수로 발돋움하며 올스타에도 선정됐던 스타 메이저리거였다. 2017년부터 급격한 성적 하락과 가정 폭력 사건 등이 겹치며 신인 시절의 영광을 잃어버리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20대 중반의 올스타 유격수가 아시아 무대에 상륙한다는 소식은 엄청난 관심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성적으로써 모든 관심을 꺼트렸다. 65경기 동안 2할 5푼 4리의 타율과 2홈런 31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기록한 채 짐을 쌌다. 다시는 그의 모습을 한·미·일 리그에서 볼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2020시즌 중반 타일러 살라디노의 대체 선수로 영입됐던 다니엘 팔카 역시 큰 기대를 받던 타자였다. 마이너리거 시절부터 거포 유망주로 기대받았고, 실제로 처음 빅리그에 콜업되었던 2018시즌에 27홈런을 몰아치기도 했다. 러셀처럼 갓 KBO리그에 데뷔한 직후 몇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종 성적은 2할 9리의 타율과 8홈런 23타점이라는 초라한 지표였다. 같은 해에 한화 이글스가 제라드 호잉의 대타로 영입한 브랜든 반즈는 74경기 동안 2할 6푼 5리의 타율과 9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러셀과 반즈에 비하면 나았지만 외국인 선수에게 기대할 성적은 아니었다. 결국 반즈는 한화 구단과의 재계약에 실패했고, 2020시즌 후 은퇴했다.


이들은 모두 반년에서 1년 정도의 실전 공백을 가진 선수들이었다. 러셀은 KBO리그에서의 첫 경기가 9개월 만의 실전이었고, 팔카 역시 반년여의 실전 공백이 있었다. 반즈는 1년 가까이 실전 경험이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마이너리그가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실패를 모두 선수 개개인의 기량 문제 탓으로 돌리기에는 '반년 이상의 실전 공백'이라는 너무나도 거대한 공통분모가 있었다.


지난해에도 실전 공백을 안고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 타자들의 잔혹사는 계속됐다. 지난해 키움이 영입한 데이비드 프레이타스는 2019년에 마이너리그에서 3할 8푼 1리의 고타율로 타격왕에 올랐던 강타자였다. 두산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같은 타자가 되리라는 기대를 받았으나 1년의 실전 공백이 발목을 잡았고, 결국 43경기 만에 저조한 성적으로 퇴출되었다. 한화의 라이언 힐리는 2021시즌 KBO리그에 입성한 외국인 타자 중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프레이타스와 비슷한 수준의 성적만을 남긴 채 모국으로 돌아갔다. 힐리 역시 1년의 실전 공백이 있었다. '트리플A 타격왕'과 'MLB 주전 슬러거'의 실패는 긴 실전 공백이 철저한 스프링 캠프 준비로도 만회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 이용규와 김정민, 그리고 서용빈과 이택근의 사이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위에서 언급된 타자들은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다. KBO리그에 영입될 시기의 나이 또한 반즈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이었으므로, 만 35세의 나이에 복귀할 강정호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한국인 타자들의 경우 어땠을까? 1년 이상의 실전 공백을 갖고도 다시 보란 듯이 이전과 같은 기량을 뽐낸 선수가 있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1년 이상 실전 공백이 있었으나 다시 1군에 복귀한 만 34세 이상의 21세기 KBO리거를 찾아보았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20시즌의 이택근과 이용규였다. 두 선수는 모두 2018시즌에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팀의 주전으로 활약했으나, 각각 폭행 사건 폭로항명에 대한 징계로 인해 한 시즌을 통으로 날려야 했다. 당시 이택근은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만 39세의 노장이었으며, 이용규 또한 1년의 공백이 너무나도 치명적인 34세의 베테랑이었다. 두 선수 모두 2020시즌 1군에 복귀했지만 성적은 극과 극이었다. 이택근은 스무 경기에서 1할 9푼 3리의 타율만을 기록한 채 쓸쓸하게 은퇴했다. 이용규는 풀타임 주전 중견수로 활약하며 2018년보다 빼어난 성적을 올렸고, 2022시즌 현재 4억 원의 연봉을 받으며 키움의 주전 외야수로 뛰고 있다. 다만 이택근의 경우 실전 공백이 없었더라도 노쇠화가 올 나이었으며, 이용규는 강정호보다 어린 나이에 복귀에 성공했으므로 단순 비교가 어렵다.


2018년에는 만 35세의 이대형이 약 1년만에 1군 경기에서 모습을 보였다. 이대형은 2017년 8월 6일 수원 SK전에서 전방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었고, 이는 빠른 발이 가장 큰 무기였던 이대형에게 선수 생활 차원의 위기로 다가왔다. 다행히 3년간의 활약을 높이 평가받아 KT 위즈와의 재계약에 성공한 이대형은 1년 가까이 재활에 매진했고, 2018년 10월 12일 경기에서 대타로 나서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 해에 1타수 무안타의 1군 기록을 남긴 이대형은 이듬해 18경기에서 14타수 2안타로 부진한 끝에 방출됐고, 새 팀을 찾지 못하면서 프로 커리어를 마감하게 되었다.


2015년에는 만 37세의 강봉규와 만 36세의 최희섭이 부상을 딛고 1년 만에 경기장에 나타났다. 최희섭은 개막 직후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나 허리 부상이 재발하며 기세를 이어나가지 못했고, 결국 시즌 후 은퇴를 선언했다. 강봉규는 1군에서 다섯 경기 출장에 그쳤으며 시즌 후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2008년에는 만 38세의 김정민이 1년 만에 은퇴를 번복하고 선수로 복귀해 3할 타율과 1.25의 WAR(Wins Above Replacement,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는 등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듬해에도 3할 타율을 기록하다가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고, 이듬해 부상에서 회복했으나 같은 포지션의 조인성이 리그 최고의 포수로 성장하자 재은퇴를 선언했다.


김정민과 같은 팀에서 뛰었던 서용빈은 30대 초반의 늦은 나이에 사회복무요원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약 2년 6개 월만에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신인 시절부터 팀을 대표하던 LG 트윈스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는 점, 3년에 가까운 공백을 딛고 30대 중반에 선수로 복귀했다는 점에서 강정호와 가장 비슷한 케이스다. 서용빈은 2년 동안 82타수 19안타 1홈런 11타점에 그치며 과거의 영광을 움켜쥐지 못했고, 2006시즌 후 은퇴를 선언했다. 




● 3년의 시간 뛰어넘고 2014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여러 의미에서 상술한 이야기들은 강정호의 복귀 후 성적을 예상하는 데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첫째로는 강정호가 위 선수들과 비교가 불가능한 역대급 재능을 가졌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KBO리그에서 단 한 명도 없었던 3년 공백기의 30대 중반 베테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사위는 굴러졌고 무를 수 없다. 2023시즌이 끝난 시점의 키움 구단은 "명예도 실리도 모두 잃었다..."라는 헤드라인으로 평가될까, 아니면 "우승 위해 악마와 계약한 키움"이라는 기사로 평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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