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1년차 포수, 만 19세 나이에 태극 마크를 달다
김동헌은 키움 히어로즈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국가대표 포수다. 그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데뷔 1년차 시즌부터 키움의 주전 포수로 자리 잡았다. 같은 해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에 선발되며 태극마크를 다는 영예도 누렸다.
■ 실력으로써 행운을 붙잡다
2023년, 충암고등학교를 졸업한 김동헌은 프로 유니폼을 입자마자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주전 포수 박동원과 톱 유망주 주효상의 연이은 트레이드로 포수진에 공백이 생긴 덕분이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동안 김동헌이 백업 후보 중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고, 연차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홍원기 감독의 눈에 들며 빠르게 1군에 데뷔할 수 있었다.
당시 홍원기 감독은 김동헌을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 "야구선수로서 평생 기억에 남을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만 19세 신인 선수가 전력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동헌은 실력으로써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백업으로서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기존 백업 포수 김재현을 시즌 내내 2군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시즌 중반부터는 아예 주전 포수 자리를 차지했다.
김동헌은 2023년 정규시즌 102경기에 출장해 타자로서 242타석, 포수로서 522이닝을 소화했다. 이는 역대 만 19세 이하 포수 중 최다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실력을 인정받아 태극마크도 달았다. 2023년 시즌 중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시즌 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로 참가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백업 포수로서 팀의 우승에 기여하며 병역 면제를 받는 기쁨도 누렸다.
■ 지명권 트레이드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다
김동헌은 키움이 2020년대 들어 실시한 무수한 '지명권 트레이드'의 제1호 성공 사례다. 3년 전, 키움은 김동헌을 얻기 위해 30대 초반의 20홈런 포수를 포기했다. 하지만 키움은 김동헌이 향후 10년간 고척돔의 홈 플레이트 뒤를 책임지며 당시 포기했던 가치 이상의 영광을 안겨주리라 믿는다.
2021년 1월,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 전 마지막 시즌을 정규시즌 5위로 허무하게 마감한 키움은 타 구단과 같은 방법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없음을 깨달았다. 선수를 키워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9개 구단보다 훨씬 많은 유망주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마침 고교야구는 황금기를 맞이했고, 매년 양질의 유망주가 등장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키움은 현재를 팔아 미래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KBO리그 최초로 단일 시즌 40홀드를 기록한 필승 계투 김상수를 2022년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지명권, 현금 3억과 맞바꿨다. 2023년에는 FA까지 1년 이상이 남아 있었던 토종 에이스 최원태를 5툴 플레이어 유망주 이주형과 데뷔 1년차 강속구 투수 김동규, 그리고 같은 해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과 교환했다. 키움은 3년 동안 타 구단보다 일곱 명 더 많은 신인 선수를 지명했다(2022년 1명·2023년 3명·2024년 3명).
김동헌은 2022년 4월 24일 KIA 타이거즈에게서 받아온 지명권으로 영입했던 선수다. 당시 키움은 KIA로부터 유틸리티 플레이어 김태진과 현금 10억 원, 그리고 전체 12순위 지명권을 받으며 '20홈런 포수' 박동원을 내줬다. 그해 가을, 키움은 한국시리즈에서 SSG 랜더스와의 접전 끝에 한 끗 차이로 준우승했다. 키움으로서는 '박동원이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 법한 아쉬운 가을이 됐다.
그러나 이듬해 KBO리그에 데뷔한 김동헌의 활약은 창단 첫 정규시즌 10위의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키움 팬들을 활짝 웃게 만들었다. 김동헌은 5개월 후 자신의 스물한 번째 생일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김동헌의 서비스 타임은 아직 7시즌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