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회사는 드디어 매각이 결정되었다. 우려하던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고용 승계가 조건이라지만 과연 지켜질지는 잘 모를 일이다. 두 아이의 가장으로서 한순간에 직장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아, 이런 X 같은 상황이 발생하다니’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마흔이 훌쩍 넘어버린 나이에 이직은 쉽지 않았다. 특히 변변치 않은 이력으로 인해 이직 시장에서의 입지는 더욱 좁아져 있었다. 이런 상황이 닥칠까 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결국 실천하지 못했던 것이다.
30대 후반, 부동산 중개사 시험을 준비했었지만, 그 또한 실패했다. 그때는 단지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고, 막연히 자영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뚜렷한 목적과 목표 없이 공부를 시작했고, 결국 시험에 불합격하고 만 것이다.
그 후로도 여러 가지 다른 길을 생각만 했지 실천하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보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마흔이 다 되어가던 때부터 '이제 회사 생활을 몇 년이나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종사하는 회계, 경영지원 업종은 회사 생활 외에는 딱히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았다. 대기업 경력이라도 있었다면 어느 정도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었겠지만, 계속 중소기업만 다녔던 나의 이력은 그다지 좋다고 말할 수 없었다. 팀장급을 뽑는 곳들은 상장사 경력이나 국제회계기준(IFRS)으로의 전환 주도 경험, 또는 연결재무제표 작성 경험을 요구했다. 이 조건들 중 내가 갖춘 것은 국제회계기준 전환 경험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직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었다. 하나는 연봉을 낮춰 지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할 줄 안다고 거짓말한 뒤 열심히 공부해서 지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방법은 위험성이 너무 컸다. 이런 고민 속에서 이러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왜 미리 준비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후회가 다시금 나를 뒤덮었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가장으로서 책임져야 할 가족들이 있었다. 연봉을 낮추더라도 어쨌든 당장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해야만 했다. 고용 승계를 한다는데 왜 이런 고민을 하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허울뿐인 고용 승계였기 때문이다. 인수하는 업체는 회계 직원을 내부에 둘 생각이 없었다. 웹디자이너에게 온라인 MD를 맡기는 식의 대표였다. 월급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업종과 관계없이 직원을 제 마음대로 부리겠다고 생각하는 대표였기에 인수되는 회사로 가서 일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 상황을 겪으며 내가 깨달은 것은 바로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이다. 생각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움직여야 하고, 행동해야 한다. 행동하지 않는 생각은 그저 생각으로 묻히고 마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처음부터 제대로 될 수는 없다. 실패를 겪기도 하고, 더디게 진행될 수도 있다. 나중으로 미룬다고 해서 이런 과정들을 거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든 빨리 시작하는 것이 낫다. 그저 고민만 한다고 해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