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 내던 아빠가 독서의 힘을 믿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기 시작한 이야기
아이의 느린 발달을 어떻게 끌어올려야 할지 고민했지만, 딱히 답이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이렇게 하면 된다'고 이야기해 줄 사람이 필요했지만, 주변에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인 예설이는 아직도 한 글자 한 글자 겨우 읽어간다. 점점 고학년이 다가오면서 내 마음에는 조바심이 커져갔다. 기다려주고 응원해주기보다는, 어느새 예설이를 다그치고 화내며 짜증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느린 아이들을 위한 책을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같은 저자의 다른 책들도 찾아보았다. 느린 아이들뿐만 아니라 일반 아이들에게도 문해력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해력을 높이려면 독서가 필수다. 아이들이 스스로 읽는 것도 방법이고, 부모가 대신 읽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도 독서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글을 읽고, 이해하고, 글로 작성해보는 것이 느린 아이들의 발달을 끌어올리는 길이라고 한다. 독서는 어렸을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림책이라도 계속 읽어주고 읽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까지는 일반 아이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느린 아이들은 특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 이해력이 일반 아이들보다 느리고 집중력이 낮기 때문에, 느린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책을 읽게 하려면 다양한 유인책이 필요하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왠지 나 자신도 의심스러워진다. 혹시 나도 느린 아이는 아니었을까?
나는 아직도 가로, 세로가 헷갈린다. 손가락으로 그려보면서 겨우 가로와 세로가 무엇인지 떠올리곤 한다. 책은 나와 거리가 멀었다. 공부? 당연히 잘하지 못했다.
나는 빠른년생이라 친구들보다 일찍 학교에 들어갔다. 당연히 친구들보다 느릴 수밖에 없었다. 시험 점수를 받아 들고 집에 돌아가는 것은 지옥으로 향하는 기분이었다. 언제나 점수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에서 함께 생활하던 외삼촌들은 나를 가르치겠다며 문제집을 잔뜩 사와서 숙제를 잔뜩 내주었다. 매일 그 숙제를 다 해내지 못했을 때는 온갖 도구로 매를 맞았다.
핑계를 대자면 그래서인지 공부가 더 싫었고, 책은 더더욱 싫었다. 전집을 사다 놓고는 안 읽는다며 혼나기 일쑤였던 내 모습을 보면 예설이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예설이에게 더 애틋한 마음이 갈 때면, 첫째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독서는 한 번 재미를 들이면 계속하게 된다는 것을.
그렇게 책을 싫어했던 나였지만, 이제는 한 달에 4권 정도의 독서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책을 읽고 어떻게 실천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저 읽었다는 만족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첫째 아이는 제법 독서를 잘한다. 이제는 어린이 문학책을 선정해 달라고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부모가 먼저 행동하면 아이들은 따라한다'고 했다.
예설이에게 독서해야 한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독서를 하도록 유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