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게 양보만 했던 첫째에게, 아빠가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아픈 동
어느 날,
첫째 아이가 제게 질문을 해왔다. 다른 친구들처럼 동생과 함께 태권도도 다니고 피아노 학원도 같이 다니고 싶은데, 왜 예설이는 그럴 수 없느냐는 질문이었다. 학원을 같이 다니고 싶다는 말에 저는 "예설이는 아픈 아이라서 같이 다니기가 어렵다. 집에서도 둘이 같이 있으라고 하면 못 있지 않나. 왜 그런지는 알고 있지?"라고 답했다. 아이는 풀 죽은 모습으로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돌아갔고, 그 모습이 참으로 눈에 밟혔다.
보통 둘째가 생기면 첫째가 시기심을 표현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저희 큰 아이는 그런 시기심이 없었다. 오히려 동생을 더 챙겨주려 했고, 아빠, 엄마가 동생을 만지지 말라고 하면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동생과 무엇인가를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는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물론 저희 부부도 예설이를 태권도에도 보내고 싶고, 첫째와 함께 하교하고 학원도 다니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언제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르고 부모인 저희도 통제가 쉽지 않은 아이인데, 어떻게 첫째에게 맡길 수 있겠는가. 운동이 부족한 듯하여 스포츠짐에 보내보려 데리고 갔었지만, 마스크를 쓴 옆 친구의 마스크를 벗겨버리고 질서를 지키지 않으며 선생님의 통제를 따르지 않아 거절당하기도 했다. 미술 학원에서도 옆 친구의 그림에 색을 칠하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게 하면 떼를 쓰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에 학원은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그런 예설이에 대해 첫째 아이에게 무엇이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참으로 난감했다.
사실 어려서부터 첫째 아이에게는 예설이가 아픈 아이이니 잘 도와주고 이해해줘야 한다고만 이야기했다. 첫째 아이의 입장에서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분명 부모의 관심이 모두 예설이에게 향해있었기 때문에 많이 외로웠을 텐데도 그런 표현 한 번 하지 않은 기특한 아이이다. 언제나 아빠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아빠가 새벽에 일찍 일어나니 본인도 일찍 일어나겠다며, 새벽 6시쯤이면 기상해서 공부하고 학교 가기 전에 잠깐의 게임을 하는 첫째이다. 아빠로부터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별로 없어서인지, 나도 그런 기특한 아이에게 사랑 표현 한 번 제대로 못 해줬다. 강하게 훈계하고 언제나 다그치기만 했던 아빠였는데도, 매일 아침 "사랑해요"라고 먼저 말해주고, 회사에 출근할 때면 문 앞까지 꼭 마중 나와서 "잘 다녀오세요" 하고 인사해주는 착한 아이이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데,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줘야 하지만 어쩌면 그 사랑을 다 충족 받지 못했을 아이인데도 너무나도 잘 성장해주고 있다. 책을 읽고 "이런 부분이 뇌에 좋데"라고 이야기해주면 다음 날이면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참으로 기특하다. 물론 며칠 가지 못하기도 하지만, 시도해봤다는 것이 얼마나 대견한가. 관심과 마음은 둘째에게 더 많이 가지만, 첫째에 대한 기도를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글을 통해 첫째에게 말해주고 싶다. "아빠도 너를 많이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