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웃자 Aug 25. 2022

열한번째 꿈

꿈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꿈에서 아버지와 통화했다. 아버지는 시골집으로 친척을 데리고 가는 길이라고 말씀하셨다. 생전에 아버지한테 쉴 틈 없이 전화가 왔는데 꿈에서도 그때처럼 전화가 계속 왔던 것 같다. 아버지는 시골집에 갔다가 다른 친척을 데리러 다시 가야한다고 말씀하셨다. 집에서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황당했다. 아버지께 시골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알겠다고 짧게 답변하셨거나 아무런 답변을 하시지 않았다. 영상통화는 아니었는데 아버지의 쓸쓸한 표정을 보았다. 어찌어찌 시골집에 갔는데 꿈에서 전화를 끊고 순간이동을 했던 것 같다. 친척들이 자리를 전부 차지해서 쉴 곳이 없었다. 별채에도 자리가 없었고 다른 사람을 위한 곳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내 자리를 마련했는데 꿈에서 깨어났다.

李 玄萌 @ www.pexels.com 이런 느낌의 시냇가였던 것 같다. 언젠가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아주 어릴 때 시골집에 자주 갔다. 명절에는 당연히 갔고 휴일에도 자주 갔다. 대문 앞 논두렁을 지나면 시냇가가 있었다. 미꾸라지와 다슬기를 잡았다. 팬티만 입고 수영도 했다. 수영하다가 기절한 적도 있었다. 아버지 등에 업혔던 기억이 난다. 무릎까지 오는 얕은 물이었는데 물귀신이 있는 것일까. 뒷산에서 나비와 메뚜기를 잡았다. 추석 때 산에서 솔잎을 따서 송편을 만들었다. 산으로 가는 길에 작은 사당이 있었는데 기웃거리기만 했을 뿐 들어간 적은 없었다. 텃밭에서 번개를 키웠다. 커다란 진돗개 번개를 좋아했다. 목줄을 하고 산책을 나가면 바람처럼 달렸고 동네 개들이 겁먹고 도망쳤다.

Dmitriy Ganin @ https://www.pexels.com 번개는 이런 느낌이었던 같다. 큰 진돗개를 키우고 싶다.

아버지는 시골에 갈 때마다 어머니와 싸웠다. 길 한복판에서 어머니한테 내리라고 소리를 질러서 어머니 없이 시골에 갔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싸우고 어린 나를 시골집에 맡겼던 적도 있었다. 언젠가부터 시골에 가지 않았다. 아마 아버지가 집에 오시지 않았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몇 달 동안 집에 오시지 않다가 명절 때 시골에 가자고 말씀하셨다. 어릴 때는 아버지 말씀대로 했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싫다고 대답했던 것 같다. 생전에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갈 때 시골집이 그대로인지 여쭈어 보았던 적이 있다. 아버지는 마을에 공장이 들어서고 시냇가에 물도 말랐다고 말씀하셨다. 먼훗날 한번쯤 둘러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열번째 만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