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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Dec 10. 2021

대학 때 연극동아리를 했습니다.

연극은 결국 인생에 도움이 됩니다

연구회 모임에서 한 선생님 학교의 교감 이야기가 나왔다.

교육청에서 교사 대상 캠핑 지원 프로그램 신청이 있었는데, 이 학교 교감이 의욕적으로 선생님들을 설득해 신청을 했다고 했다. 결과는 떨어져서 다들 안 가나보다 하고 했단다.

그런데 이게 왠 걸? 결과와 상관없이, 그 교감이 모든 물품은 본인이 준비할 때니 선생님들은 몸만 오라고 했다고. 그렇게 해서 총 6명이 캠핑을 가게 되었단다. 20대 선생님들과 50대 남자 교감 선생님의 조합. 들어 본 적도 본 적도 없는 조합이라 상상이 안 가긴 했는데. 

그래, 평소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거나. 교감의 정성을 그대로 지나치기에는 너무도 미안했거나. 교감 선생님이 정말 호인이었거나. 했겠지 싶었다. 


10년 전만 해도 교육가족문화라고 해야 하나? 친목회 모임도 많고 회식도 많고 경조사도 빠짐없이 챙겨주는 문화가 있었다마는. 다른 조직도 다들 그렇겠지만, 이제 점점 사라지는 추세고, 너는 너. 나는 나. 옆 학년 선생님들 이름도 잘 모른다. 과장 조금 보태서, 가끔 다른 학년 복도 지나가다 보면 "누구시죠?" 외부인으로 오인하는 적도 있을 정도. 각자 만의 사무실, 즉 교실이 있다 보니 수업 마치고 서로 얼굴 안 보는 날도 많은 요즘 교직 문화에서 캠핑까지 같이 가다니. 참 드물다 싶었다. 조금은 부럽기도.


그리고 그 교감 선생님은 젊은 선생님들에게 본인의 호칭을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다고. (내 예상에는 남자 선생님들에게는 절대 그렇게 안 할 듯.) 

본인이 대학시설 있었던 동아리 후배들, 지금 대학생인 새파란 후배들도 본인을 형이라고 부른다고, 그러니 선생님들도 나를 형이라고 불러도 상관없다고 했단다. 

여자 후배의 '형' 호칭문화에서 80년대 운동권 냄새가... 나길래

"혹시 그쪽?" 물어보니

맞다네. 이 분이 평범한 교감들 사이에서 조금 독특한 면이 있는지 나름 유명해서, 자리에 있던 다른 선생님들도 아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시길래. 그분의 이름이 궁금했다. 

"혹시 그분 성함이?"

"류OO"

류OO...OO... 잠시만...  

나보다 열두어 살 많은 위 기수, 같은 연극동아리 선배였다. 순간 머릿속에서 과거 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내가 대학생 일 때, 그분은 현직 교사 OB선배였다. 

연극하는 사람의 무언가가 없다고, 끈적한 무언가, 인간탐구, 아직 자신을 내려놓지 못했다고, 예술가의 기운이 없다는 이유로 날 냉대하던 선배로 기억난다. 2000년대 초중반 이야기다.

'내 직업이 연극인은 아니잖아.' 


대학 생활은 1학년이 채 지나기 전에 벌써 지루해 졌고, 때 마침 별로 할 게 없었다고 하는 게 사실 맞은 말이다. 무언가 나를 즐겁고, 빛나게, 흥분하게 해 줄 게 필요했고 마침 연극동아리가 눈에 들어왔다.

연극을 준비하고 무대에 서서 연기하기까지의 과정은 힘들었어도 마치고 나서의 안도감, 소속감, 보람은 있었다. 하지만 나는 딱 거기까지만 느끼고 나왔어야 했다.

사실 내가 원한 건, 외국어 좀 배워서 해외 배낭여행도 많이 가고, 여자도 좀 많이 만나고, 여자도 좀 많이 만나고... 여자도 좀... 그때 생각을 떠올려도 뭐 딱히 없었네. 그러니까 계속 남아 있었나 보다. 


확실한 건 나는, 그 선배가 말하는 연극 동아리에 적합한 사람은 아니었다. 

나도 계속 연극을 하면서도 알았다. 나랑은 안 맞는구나. 그럼에도 내 의지와는 다르게 몸은 연극동아리에 계속 있었다. 그동안 있던 시간이 아까웠던 거겠지. 그렇다고 사람이라도 남았다면 아쉬운 것이 없을 텐데, 여태껏 연극동아리 사람들과 연락이 안 닿는 것을 보면, 이건 좀 뼈아프다. 시간과 인연을 동시에 날리다니.

그 당시 나는 정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너무 어리고 미숙했고,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을 계속 나에게 스스로 강요하고 있었다. 어찌 됐든 시간은 지났고 후회는 소용없다. 반성하고 성찰한 결과로 내 아들에게는 그런 실수를 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러고 보니 연극이 결국 내 인생에 도움이 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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