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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May 05. 2022

열 살 아들이 사무실을 개업했다

업종은 중고물품 판매업

퇴근길 아파트 단지를 지나다가 아들과 한 무리의 아이들을 발견했다.

그 아이들과 함께 어디론가 물건을 옮기고 있었다.

잘은 모르겠으나 무슨 작업을 하는 듯해 보였다.

집에 와서 아까 뭐하고 놀던 거냐고 물어봤다.

"친구들하고 사무실 만들었어."

"무슨 일 하는 사무실인데?"

"당근마켓 판매 사무실"

마침 오늘이 분리수거 날이라 밖에 버려진 물건 중에

당근마켓에 올려 팔만한 장난감 같은 것들을 사무실로(아마 어떤 장소인 듯)

옮기고 있었나 보다.

"사무실이 어디에 있는데?"

"비밀~ 관리사무소 아저씨들 알면 안 돼."

아이 당근마켓에 들어가 보니

제법 많은 물건들을 올려놓았다.

나름 체계도 있는 것 같았다. 아들은 사진을 찍고 본인 당근마켓에 올리는 역할이었고.

다른 아이들은 분리수거장 수거, 운반, 보관 같은 역할을 맡았고. 이러면서 사장-직원 놀이도 했다고 했다.

그럼 사장이 누구냐고 물으니

"네 명 전부 사장이야."

"진짜 물건 팔려서 돈 벌면 어떻게 나눌 거야? 만약에 1000원짜리 팔렸으면?"

"200원씩 나눌 거야."

"네 명이면 800원이잖아, 200원 남는 건?"

"200원은 회사 돈, 회사 돈으로 다른 물건 사서, 당근 마켓 올려서 팔고, 계속 반복."

"오~ 대단한데~ 열심히 해서 성공시켜 봐."


아이와 함께 돈 이야기도 자주 하고, 절약, 저금,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서인지

벌써부터 돈 모으는 것에 관심이 많아 보여서 좋다.

이 전에도 아이 혼자서 당근마켓에 올려서 판 물건이 총 14개에 판매액은 86,000원이나 된다.

거기에 '아이부자' 앱에서 미션 수행하고 용돈 받기

'캐시워크' 앱에서 매일 캐시 벌기.

방학 중 과제 수행표 체크하고 개수대로 용돈 받기.

자기가 자주 쓰는 물건을 만드는 회사 주식 알아보고 사기.

나는 유비, 아들은 관우, 아내는 성격이 장비

우리 손자는 금수저로 태어나게 하자.

아내, 아들과 도원결의를 맺음.

'복숭아나무 아래서~ 부자가 되기로 맹세를 했네~ 배당! 월세! 여어언금! 천하의 무적일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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