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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Nov 21. 2020

받아쓰기 100점 맞는 방법

감동의 100점 맞은 그날

제가 올해 2학년 이거든요. 

작년에는 1학년이었고요.

너무 당연한 애기죠? 얘기죠? 

뭐가 맞는 거죠?

여러분!  '애기'가 맞아요? '얘기'가 맞아요? 

받아쓰기 너무 어렵다.


아빠한테 물어봐야지.

"아빠~ '애기'라고 해야 돼? '얘기'라고 해야 돼?"


'애기'는 '아기'고 '얘기'는 '이야기'래요. 

방금 아빠 화낸 거 맞죠? 

표정이 '그것도 몰라' 같아요.


다시 시작할게요. 

제가 올해 2학년 이거든요. 

작년에는 1학년이었고요.

너무 당연한 얘기죠? 


근데 누구는 받아쓰기 100점 맞고도 뭐 당연한 듯이 생각하는 애들도 있더라고요. 

마치 1학년에서 2학년 넘어가듯이요. 

'딴 애들은 그렇게 당연한 백점이 난 왜 안 나오는 거지?'


언제부터였더라. 

맞다! 1학년 때는

원래 받아쓰기 0점, 10점, 20점 맞고도 아무렇지 않았거든요? 

별 생각이 없었어요.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었고요. 


그때 제 담임 선생님은 남자 선생님 이셨는대요.

정말 좋은 선생님이세요.

우리가 무슨 잘못을 하거나 뭘 잘 못 할 때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다음부터 잘하면 돼요." 

라고 항상 응원해 주셨어요. 


그때도 받아쓰기 시험이 끝나면

선생님은 혹여나 점수가 낮은 친구들이 기죽을까 응원해 주시기 위해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다음부터 잘하면 돼요." 


근데요.

제 받아쓰기는 다음부터도 잘 안 되대요.


그러다 2학년 올라갔어요.

지금 선생님이신대요. 여자 선생님이세요.

친절하시고 우리가 뭘 잘하면 비타민C도 잘 주세요.

처음 등교한 날 알림장을 적었거든요.

'다음 주 받아쓰기 1급 시험 봅니다. 매일 1번씩 쓰는 연습 합니다.'

 

'하~'

한숨이 나오대요.


그 날 잠자기 전에 아빠한테 애기했어요? 얘기했어요?

아 맞다! 얘기했어요.  


"아빠, 2학년 돼도 받아쓰기 시험 본다."

"어, 그래?"

"선생님이 받아쓰기 매일 1번씩 써 오래."

"아들! 그래. 매일 1번씩 쓰고, 이번에 백점 한번 맞아볼까?"


그렇게 매일 1번씩 쓰고 2학년 처음으로 본 받아쓰기 시험.

100점! 

맞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래도 70점이나 맞았어요.

그날 아빠가 70점이 어디냐고 다음에 100점 맞으면 된다고.

치킨 사줬어요.

 

그렇게 일주일 지나고 다시 받아쓰기 2급 시험 보는 날.

아침에 아빠랑 같이 학교 가거든요.

아빠가 갑자기 받아쓰기 100점 맞으면 만 원 준다고 하는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받아쓰기 100점만 맞으면 만 원이 제 거잖아요.

천 원도 큰데 만 원이면 진짜 큰돈이잖아요.


그렇게 시작된 받아쓰기 2급 시험.

아빠가 아침에 일러준 대로 시험 보기 전에 1번부터 10번까지 크게 소리 내서 2번 읽어보기.

까지 하고, 드디어 선생님께서 1번부터 불러 주셨어요.

"자. 1번. 뚜껑을 열고 나갈라 한다."

연필에 땀이 젖어서 미끄러질 것 같았어요.

'뚜겅' 인지 '뚜껑' 인지 

'나갈라 한다' 인지 '나갈라한다' 인지

처음부터 뚜껑 열릴 뻔했어요. 이거 아빠가 운전하다가 자주 쓰던 말인데.


10번까지 모두 끝나고 나서 

선생님께서는 채점을 위해 우리의 공책을 걷어 가셨어요.

그 시간이 얼마나 느리게 가던지 

빨리 결과가 나왔으면 했어요


그렇게 잠깐 동안의 시간이 지나고

선생님에게 받은 받아쓰기 시험 공책에는


'100'


저 정말 까무러칠 뻔했어요. 

그 순간 제 머릿속에는 아빠가 자주 듣는 Queen의 'We are the Champions'이 후렴구가 맴돌았어요.

그러다 눈가에 살짝 눈물이 고였거든요?

옆에 짝꿍이 혹시 볼까 봐 바로 옷소매로 닦았어요. 

그리고 만 원이 생각나서 웃음이 났어요.

울다가 웃으면 거기에 털이 난다고 하던데. 

'근데 거기가 어디예요?'


그 날 따라 집에 빨리 가고 싶었어요. 

나는 퇴근한 아빠를 보자마자


크게 소리쳤어요.


'아빠! 만 원!!!' 


나중에 아빠한테 들었는데 100점 못 맞았어도 만 원 줄라고 했었대요.

제가 전부터 사고 싶었던 만 원짜리 장난감이 있었거든요. 


지금까지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위의 글은 아래 시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되었습니다.

2학년 국어수업 자유 주제로 시 쓰는 시간에 아들이 쓴 시

제목 : 백점 맞은 날


받아쓰기 시험 볼 때

가슴이 콩콩콩

땀이 주루룩 주루룩

와~ 백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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