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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Nov 26. 2020

부적이 필요한 나이

Don't worry my baby!

잠자는 시간이 다가오면

혼자 자는 것이 무서운 9살 아이는

보통 엄마가 곁을 지켜 주며 같이 잠을 잔다.

아내의 퇴근이 늦어 지거나 집에 할 일이 있으면

아이는 혼자 자야만 한다.


왜 아빠는 가만히 있냐고 물어본다면

아이는 아빠 품에서 잠을 정말 안 든다. 

아빠는 놀아 주는 사람, 엄마는 재워 주는 사람으로

아이의 구분이 확실하다. 는 핑계고,

난 아이가 자는 시간부터의 자유 시간이 너무 좋다.

자는 시간만큼은 독박 육아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한 번은 12시가 넘어도

혼자 있는 방이 무섭다고 잠을 못 드는 아이가 답답해 보였는지

거실에 있던 아내는
아이에게 불같이 화를 냈고

방의 무서움과 엄마의 무서움 사이에서

꽉 찬 화장실서 빈자리 찾는 똥 마려운 사람처럼

문지방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있었다.


이 모순된 상황

방으로 들어가면 어둠이 무섭고

거실로 나오면 엄마가 무서운 상황

아이 입장에서 정말 어쩌라는 걸까. ㅋㅋㅋㅋ


아이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나 지금 진짜 졸린데, 방에 가면 무섭고, 나오면 엄마가 무섭고. 흑흑 흑흑ㅠㅠㅠ"


화를 내던 아내는 아이가 불쌍하기도 하고 이 상황이 웃기기도 해서

아이의 표정을 나에게도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어 남겨 두었다. 

나중에 손자에게 보여줘야지.ㅋㅋㅋ


시간이 지나 

아이는 현실을 깨닫고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인형을 안고 자보기도 했지만 효험을 못 본 아이의 선택은 바로

부적이었다.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본인 말로는 부적이 아니고 걱정인형이란다.

이걸 만들어 베개 밑에 두면 모든 걱정이 사라지게 만드는 인형이란다.

진짜라면 "아빠도 하나 주라." 하고 싶은 인형이다. 


생긴 것은 사람 모형의 납작한 나무 조각이다.

하나는 여자아이. 다른 하나는 남자아이다.

여자귀신은 여자아이로 막고, 남자귀신은 남자아이로 막으려나? 


실은 왜 두르고 있냐고 물으니

실을 두르면 효과가 더 좋아진다나? 

눈물겹다. 눈물겨워. ㅋㅋㅋㅋ


게다가 인형 옆에는 'Don't worry'가 적혀있다. 

뜻을 물으니 "행복해."란다. ㅋㅋㅋㅋ


그래 '걱정 마' 면 어떻고 '행복해' 면 어떠냐. 

이제 아빠도 가끔 옆에서 재워 줄게. 

Don't worry my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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