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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Dec 10. 2020

피부병으로 삭발까지 한 아들

땜빵의 추억

아이 머리에 땜빵이 생겼다. 대만에 정착한 지 3개월 만의 일이었다.

아이를 샤워시키고 머리카락을 말리는 아내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빨리 와 봐! 얘 머리 봐봐!"

좁쌀만 한 크기 2개에 콩만 한 크기 3개의 땜빵이 있었다. 무슨 벌레가 문 것 같은 옅은 붉은색의 발진이 나 있었다. 다음날 바로 피부과를 찾아갔다. 의사의 중국어를 모두 이해할 순 없었지만, '무슨 피부병이라는 것과 먹는 약을 처방받아 가고, 바르는 연고는 없다.'였다. 피부병인데 연고 처방이 없다니. 이해가 다소 안 갔지만 처방대로 먹는 약을 일주일간 먹였다.

그 일주일간 매일 아침마다 머리털이 나는지 확인하는 일은 늘 기대와 낙담의 연속이었다. 차도는 없었다. 

설마 이대로 머리털이 안 나는 건 아니겠지? 모낭이 완전히 파괴된 건가? 나중에 아이가 커서 할 원망을 생각하니 앞이 컴컴했다. 

"아빠, 나 왜 머리에 땜빵이 세 개나 있어?"

"그게 말이야, 별자리 문신, 삼각형자리..."


혹시 대만의 더운 날씨 때문에 피부가 적응을 못해서 그런가 싶어 그날 바로 삭발도 했다. 아이는 본인도 어색한지 난생처음 짓는 표정을 보였다. 머리카락이 짧아지자 땜빵은 완전히 도드라져 보였다. 마음이 조금 아팠다.

아내는 민간처방으로 생강을 바르자고 했다. 생강 성분이 들어간 탈모예방 샴푸도 있으니 효과가 있을 법했다. 사실 삭발을 한 이유 중에 하나도 생강즙을 바르기 편하게 위함이었다. 바로 시장에 가서 생강 한 봉지를 사 왔다. 생강을 깨끗이 씻고 껍질을 깐 후, 생강즙을 짜냈다. 여기에 설탕과 뜨거운 물을 부으면 생강차가 완성된다.처럼 생강차 만드는 일이었으면 참 좋았을 테지만, 생강즙 만드는 내내 소원을 빌었다.

'머리야. 제발 자라라.'

혹여나 생으로 된 생강이 너무 강할까 걱정이 돼서 물을 섞은 생강즙을 땜빵 부위에 매일 아침저녁으로 발랐다. 그렇게 일주일을 열심히 발랐다. 그 일주일 동안, 옆에 잠든 아들에게서는 전통 찻집 냄새가 났다.


시간이 약인지 머리카락은 났다.

처음엔 잘 안 보였는데 땜빵 부위의 두피를 가까이서 보니 솜털만 한 머리카락이 자라고 있었다. 시간이 더 지나고 땜빵은 완전히 메워졌다. 참 다행이고 생강에게 고마운 순간이었다. 


지금도 생강만 보면 아들의 땜빵이 생각나는. 

탈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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