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볼 면목이 없소, 이제라도 용서해주오.

일반부 대상 - 이대호

by 편지한줄

사랑하는 표금옥씨, 나의 아내여!


그동안 나를 만나 얼마나 고생이 많았소. 내일모레면 환갑인데 이제야 철이 드는 모양입니다.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수십 년 만에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우리들의 지난 생활과 영화보다 힘든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갑니다. 남편이 내가 이해해주지 못해서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나는 항상 내 입장만 생각했었나 봅니다. 나와 내 가족의 삶이 너무 팍팍했기 때문에, 우리 가족보다는 처갓집 장인 장모님만 챙기는 당신이 야속했습니다.


당신도 자식 된 도리로서 당신을 낳고 기르신 부모님을 섬기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도, 난 왜 속이 좁았을까요. 장인께서는 6.25 전쟁 중에 수류탄을 갖고 놀다 터지면서 불구가 되셨지요. 장모님은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고 있구요. 딸로 태어나 두 분을 섬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습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나와 결혼한 당신은 출가외인으로 우리 집안일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낳은 아들과 딸! 그 소중한 딸이 세상을 떠났고, 아들은 혈액암으로 투병 생활을 했는데, 우리의 자식들보다 친정 부모님만 챙기시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결혼 10년 차에 늦둥이 아들을 낳고 얼마나 기뻐했던가요. 호사다마라 하지요. IMF 외환위기로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고, 나를 대신하여 당신은 아들을 업고 보험 영업을 했지요. 딸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여의도 성모 병원에서 5년 투병을 하다가 하늘나라로 떠났지요.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 속에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냈습니다.


당신과 나에게는 당시 7살 아들이 남아있었습니다. 우리의 희망 아들! 그 아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당신과 나는 열심히 살았습니다. 빚을 안고 아파트도 구입했습니다. 누나 때문에 유치원에 다니지 못했던 아들은 열심히 학교생활에 적응하면서 전국 소년체전 야구부 준우승, 스카우트 대장 등 씩씩하게 자라는 우리들의 자랑이었습니다.


희망둥이 아들이 2009년, 초등학교 6학년 ‘혈액암’으로 서울대학병원 어린이 병동에 입원했습니다. 당신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간병을 하였구요.


그런데, 산 넘어 산. 신께서 우리를 버리셨습니다. 부모님 봉양과 자식들 돌보느라 이제는 당신의 심신이 만신창이 되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내가 아파야 하는데 왜 당신에게 ‘망막색소변성증’을 걸리게 했는지 죄송합니다.


눈이 침침해진 당신은 4급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결국 실명하게 되는 치료 약이 없는 병이라는 점입니다.


지금은 아들이 힘든 병마와 싸움에서 이겨내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소. 이제부터 내가 당신의 눈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지팡이가 되겠습니다. 나랑 같이 남은 여생 서로 의지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갑시다. 항상 대화로써 문제를 해결합니다.


시어머님, 친정 어머님과 아들도 소중하지만, 당신 자신을 챙기십시오. 우리 부부만 바라보면서 살아갑시다. 함께 손잡고 당신 건강과 당신 미래를 책임지는 보호자가 될게요.

사랑합니다. 표금옥씨! 나의 아내여.


2019년 10월 20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당신의 남편 이대호 Dream!




2019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일반부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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