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지호에게

일반부 금상 - 연정화

by 편지한줄

사촌 동생 지호에게


지호야! 안녕 정화 누나야.

오늘 삼촌께 지호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싸웠다는 얘기 들었어. 친구들이 다문화 가정 아이라고 놀려서 싸웠다는 소식에 누나가 마음이 많이 아팠어. 그리고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지 걱정도 되고 말이야. 누구보다 속상할 지호에게 누나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이렇게 편지를 써.


지호야. 누나가 너희 어머니, 그러니까 작은어머니를 처음 만났을 땐 외국인이라는 생각에 많이 낯설고 신기했어. 누나는 그때 외국인 친구가 한 명도 없었거든. 그리고 설날엔 떡국, 추석엔 송편 또 지호가 좋아하는 갈비! 그렇게 매년 똑같았던 명절 음식이 삼촌이 결혼하신 후엔 달라졌었단다. 처음으로 고기와 다진 야채가 들은 길쭉한 튀김만두 룸피아가 명절 상에 올라왔고 필리핀식 볶음국수도 올라왔지. 우리 가족들은 모두 신기해했어. 낯설고 이질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렇게 맞이하는 명절이 독특하고 새롭고 좋더라.


지금은 너도 알겠지만, 지호네 룸피아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많아. 너희 엄마 음식 솜씨가 좋으시잖아.


누나는 작은어머니를 떠올리면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는데, 이젠 ‘마음씨 좋은 작은 어머니’라는 생각만 떠올라. 너에게도 친절하고 멋진 어머니이시듯 말이야. 생김새나 문화는 달라도 중요한 건 ‘그 사람 자체’란다.


그리고 지호 너에게 필리핀 어머니의 문화가 나타나는 것은 피하거나 고쳐야 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당연하고 멋진 일이야. 넌 다양하고 폭넓은 문화를 알고 많은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특별한 아이로 자랄 거야. 그러니 너 자신에게 당당해지렴! 넌 하나, 두 개의 문화에 묶여있기에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거든. 지호는 12가지 색 크레파스보다 24가지 색 크레파스처럼 더 알록달록 멋진 그림을 그려낼 거야. 미술 시간에 모자이크 기법에 대해 배운 적 있니? 모자이크는 알록달록 색종이를 잘라서 이어붙이는 거야. 가까이서 봤을 땐 각자 하나하나의 색이 보이지만, 멀리서 봤을 땐 색이 합쳐져 다른 색으로 보인단다. ‘따로’와 ‘또 같이’가 공존하는 거지. 너의 다양한 모습은 하나하나 따로 빛을 발하고, 그 모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모습까지 뽐낼 수 있는 거야. 지호 너처럼 다양한 경험을 한 아이들이 창의력도 좋다는 거 알지? 지금 같은 글로벌 시대에 벌써부터 한국어와 영어 모두 잘하는 지호가 누나는 무척 부럽다!


지금은 어려서 네가 반에서 튀는 아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 그렇지만 지호가 만나게 될 세상은 지금의 몇백, 몇천 배는 더 큰 세상이야. 지금 친구들과의 관계로 고민도 많이 하고 힘들겠지만, 너의 생김새가 아니라 너의 내면을 봐줄 좋은 친구들도 많이 생길 거야.


누나는 다문화라는 단어 대신 지호, 그리고 우리 모두의 자체로 문화가 되는 세상을 기대해. 너는 너 자체로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이란 걸 꼭 마음에 새겨뒀으면 해. 그럼 지호야 다음 설날에 웃는 얼굴로 만나자!

(추신. 친구들이 다시 그렇게 놀린다면 당당하게 너는 특별한 아이라고 알려줘! 걔들이 아직 몰라서 그러는 거야. 그리고 힘든 일이 생기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알려줘!)


2019년 가을에. 정화 누나가.




2019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일반부 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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