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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Jan 20. 2022

미래의 아름다운 현하에게

중등부 대상 - 김현하

세상에서 제일 멋진 꿈을 이루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미래의 아름다운 현하에게


현하야 안녕? 15살의 나는 네가 정말 좋아하는 비 오는 날 창가 옆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이 편지를 쓰고 있어. 너는 지금도 비 오는 날 슬며시 미소를 짓고 창가 앞으로 가 앉아있곤 하니?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 말이야. 그렇게 비 오는 소리를 듣고 있자면, 하늘에서 구멍 뚫리듯 내리는 비가 왠지 나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것 같았고, 우리 가족이 각자 나름대로 겪고 있을 힘든 시간들이 잘 해결되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빌곤 했었지. 지금도 그러니? 혹 그렇다면, 투둑 투둑 내리는 비가 너에게 또 어떤 행복을 가져다주었는지 기꺼이 말해주면 좋겠어. 설마, 비 오는 하늘을 볼 여유도 없는 건 아니겠지?


현하야, 15살의 너는 하루하루 누군가는 아파하고, 누군가는 땀 흘리며 싸우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어. 우리 학생들은 학교에 가서 친구들도 많이 못 만나고 집에서 작은 모니터로 친구들을 마주하고 있지.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처음에는 원격수업이 되게 좋았다? 집에서 엄마랑 빈둥빈둥 놀 수도 있고 학교보다는 덜 힘들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말이야, 이게 1년 넘게 지속되니까 내가 학교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거 있지. 정말 처음 해보는 생각인 거 같아서 살짝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하기도 하더라. 네가 이 편지를 받을 그때쯤에는 지금 우리를 아프게 했던 그 존재가 같이 살고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고작 15년밖에 안 살았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가끔은 희망이 없어 보일 정도로 슬프기도 해. 그래도 나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우리의 미소를 감추는 이 갑갑한 흰색 천을 벗어나 환한 함박웃음으로 서로를 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걸. 그래서 네가 이 편지를 받을 때는, 옛날에도 그랬던 것처럼 서로의 얼굴을 보며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나는 그렇게 믿고 있어. 매일 늘어나는 숫자에 스스로 그 생각을 더 굳게 다지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간절하게 바라고 또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R=VD 공식이 있잖아? 너도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길 바랄게.


현하야, 넌 항상 너의 꿈에 대해 진지했었는데, 어때? 너의 멋진 꿈을 이뤄냈니? 난 많이 궁금해.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내 꿈을 정할 수 있어서 그전에는 많이 조급하기도 했었는데, 기억나? 많은 친구들, 그리고 내 언니는 정말 멋진 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고 꿈의 길이 정말 확실해 보여서 부러워했었지.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정해진 꿈이 없었잖아. 어렸을 때 역사 교사로 시작해서, 선생님, 작가, 그리고 작사가라는 변천사를 거치고 엄마의 조언으로 어느 날, 날 가슴 뛰게 하는 한 길을 찾았지. '우리나라의 역사를 알리는 동시통역사'! 어렸을 때부터 내가 정말 사랑했던 우리나라의 역사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영어로 알린다면 얼마나 멋있는 일일까! 그날 이후, 정말 처음으로 이 꿈을 이룬 많은 사람들도 찾아보고 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대학 학과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다 찾아봤었어. 지금의 나는 말이야, 어쩌면 이 편지를 받는 네가 당연하게 느끼고 있을 미래의 내 하루하루를 상상하면 가슴이 막 뛰어. 얼른 그 미래로 달려가고 싶고, 그날의 희열을 느껴보고 싶어. 매일 또 하나의 꿈을 이루며 살아가는 나를 상상하면, 정말 행복한 거 있지? 나는 지금 네가 매일 또 다른 경험과 색다른 꿈을 꾸면서 과거의 15살 나에게 큰 희열을 선물해주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하나 더, 너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 어렸을 대 너는, 아주 밝고 명랑한 웃음으로 우리 가족에게 행복을 주었지. 하지만 언니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언니와 엄마가 제일 많이 힘들었겠지만 너도 많이 힘들었을 거야. 맞지? 이 편지를 받을 어른이 된 너도, 아마 가끔씩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누구나 그럴 거야. 근데 그럴 때마다 "언니가 나보다 더 힘들 거야, 엄마가 나보다 더 힘들 거야." 이런 생각 하면서 혼자 끙끙 앓으려고 하지 말고, 언니든 엄마든 아빠든 그리고 내 친구들이든 아니면 어렸을 때부터 그래 왔듯, 종이 한 장이든, 너의 아픈 고민을 이야기하고 살았으면 좋겠어. 어른이 된 너는 이제 혼자서 길을 걸어야겠지만, 옆에 항상 내 가족들이 나를 응원하며 서 있을 거야.


우아, 편지를 쓰고 나니까 부럽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꿈도 이루어냈고, 아주 멋지고 당당하게 살고 있고 언니랑 뮤지컬도 많이 보러 다니겠지? 참, 언니는 아직도 목청이 크진 않겠지? 그러면 안 될 텐데, 하하하. 엄마랑 여행도 자주 다니고 있을 거고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한 내가 많이 좋아하는 친구들하고 가끔 만나 맛있는 밥도 먹고 있을 것이고 말이야. 술도 한 잔 기울이면서 짠! 하려나? 흐흐, 생각만 해도 웃기다. 가끔 너도 편지 보낼 수만 있다면 안부 전해줘.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떻게 살아갈지 미리 예측해볼 순 없지만, 네가 보내주는 행복 한 줌에 나도 같이 웃으면서 내 꿈과 목표를 향해 더 많이, 더 열심히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아.


세상에서 제일 멋진 꿈을 이루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현하야, 너는 매일매일 눈부시다는 걸 잊지 마. 너의 그 빛을 언제나 간직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해주고 끝까지 열심히 살아줘. 현하야, 그렇게 멋진 꿈을 가져줘서 너무 고마워! 늘 건강하게 살고, 아프지 말고! 그리고, 꼭 행복하게 매일을 살아가길 바라! 곧 만나!


2021년 9월 1일 15살의 현하가.




2021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중등부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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