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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Feb 11. 2022

내가 웃을 수 있는 건 다 엄마 덕분이야.

청소년부 장려상 - 한수림

내가 웃을 수 있는 건 다 엄마 덕분이야


엄마, 안녕? 나 엄마 딸 수림이야. 유난히 춥던 겨울이 지나고 어느덧 꽃이 피고 새싹이 자라는 봄이 왔건만, 우리 엄마는 오늘도 봄을 느낄 새 없이 일하고 있을 거란 생각에 화창한 봄날이 마냥 좋지만은 않아.


엄마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는 아빠와 이혼을 하고 나와 언니를 혼자 키웠잖아. 난 아직도 그때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나. 새벽이면 엄마랑 나랑 우유배달을 했던 일 말이야. 사실 그땐 우유배달이 마냥 즐거웠어. 항상 바쁜 엄마와 얘기도 하고 함께 운동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으니까. 겨울에 연탄이 없어서 두꺼운 이불속에서 서로를 껴안고 지냈던 날들도 난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 엄마랑 언니랑 함께 있어서 따뜻했고 즐거웠거든.


그러다가 엄마가 재혼을 한다고 했던 날, 솔직히 어려서 재혼이 뭔지 몰랐지만 난 그저 아빠가 생긴다는 사실이 좋았어. 동생이 생긴다는 것도 뛸 듯이 좋았고. 우리 가족은 더더욱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새아빠가 우리를 미워하면서부터 나는 집에 있는 게 싫어졌어. 아빠가 무섭고 미워지니 동생마저 미웠어. 자려고 누워서 언니와 울기도 많이 울었고. 그런 상황에서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엄마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나랑 언니에게는 티도 안 내고 항상 웃으면서 "조금만 더 참자"고 말했었잖아. 그땐 엄마의 그 말만 믿고 견뎠던 것 같아. 엄마가 집을 구했다고 이사 가자고 말했을 때 드디어 여기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냥 좋고 기뻤는데 이삿날 엄마의 퉁퉁 부은 눈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어. 겉으로만 괜찮은 척하는 엄마가, 우리에게는 말도 못 하고 혼자 아파하는 엄마가 너무 안쓰러웠어.


엄마, 어렸을 땐 아빠가 없는 게 조금 창피했고, 남들이 왜 동생이랑 성이 다르냐고 물었을 때 아무 말 못 했었는데 지금은 아빠가 없다는 게 하나도 창피하지 않고, 동생과 성이 다른 게 부끄럽지 않아. 아빠라는 사람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도록 엄마가 나를 마을을 다해 키워줬으니까. 


내가 웃을 수 있는 건 다 엄마 덕분이야. 그동안 힘들었던 일은 다 잊고 우리 이젠 꽃길만 걷자. 이 편지로 엄마를 생각하는 내 진심이 엄마에게 닿기를 바라며 편지를 마칠게. 엄마, 사랑해.


2017.5.8.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소중한 우리 엄마 둘째 딸 수림이 올림




2017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청소년부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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