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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Feb 11. 2022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언니에게

일반부 장려상 - 김성준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언니에게


언니야~ 세상은 복잡하고 현실은 무겁지만 거리마다 은은하고 화려한 꽃들의 노랫소리가 고귀하게 울려 퍼지고 있어. 온통 분홍빛 속삭이는 사랑 이야기가 바람결에 너무 듣기 좋네. 언니, 어느새 인생 60을 바라보는 중년이라는 사실이 무척이나 새삼스럽다 그렇지? 언니에게는 곧 결혼을 앞둔 훌륭하고 멋진 아들과 약간 까칠하지만 친구 같은 예쁜 딸이 있고 나에게는 함께 할 사랑스러운 딸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우리 어린 시절 기억하지? 모질게 가난했던 탓인가. 분명히 어린아이가 맞는데 언니는 아이의 모습이 없었던 것 같아. 손, 발 닳도록 일만 찾아다니셨던 부모님 대신에 여린 손으로 집안일이나 식사 준비도 완벽했고, 웃을 일 없는 집안에 언니만 있으면 까르르 웃음소리가 담을 넘어 행복한 우리 집이라고 인정받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네. 그렇게 존재감 확실했던 언니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나는 세상이 사라지는 것 같은 허탈감과 슬픔 속에서 잠깐 방황도 했지. (철이 없던 거지) 그저 행복하게 잘 살기만 바랬는데 -세상 따뜻하고 사람 좋은 형부지만 경제적인 실패로 무너졌을 때- 언니의 절망감은 나의 절망감이었어. 하지만 위기의 가정을 현명하게 이끌어온 대단한 언니가 자랑스러워. 그만큼 언니 자신은 바다도 도망갈 만큼 많은 눈물과 애통함을 가슴에 묻었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와...


언니가 그렇게 잘 살아왔기에. 사람답게 사는 게 뭔지 잘 보여주었기에. 언니가 우리 언니인 것이 내 인생 최고의 감사야. 언니, 짓궂은 바람에 살포시 떨어지는 벚꽃잎들이 너무나 예쁘네. 바닥에 떨어져도 그 어느 곳이든지 끝까지 우아함을 잃지 않고 그 자리를 빛내주는 벚꽃이 마치 언니를 꼭 닮은 것 같아. 그 어떤 향기보다 언니의 향기가 최고야. 항상 언니의 사랑을 받기만 했는데 이젠 내가 사랑을 선물해야지. 고맙고 사랑해.


- 귀여운 동생 쭌이가




2017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일반부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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