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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Feb 11. 2022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가족'

일반부 장려상 - 노은희

사랑하는 세건이에게


사랑하는 아들! 넌 지금쯤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겠구나. 세건이가 어느덧 사슴반에 진학하고 이번 식목일에는 화분에 상추도 심어서 엄마에게 선물해 주었지. 작고 앙증맞은 예쁜 손으로 푸른 상추를 심고 다독다독 흙을 다듬었을 귀여운 너의 모습이 떠올라서 피식 웃었어. 어린이집에서부터 세건이는 꽃을 좋아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아이라는 칭찬을 들었어. 아마도 엄마 뱃속에 세건이가 있을 때, 아빠랑 함께 공원을 거닐며 지저귀는 예쁜 새소리, 올망졸망 피어난 어여쁜 꽃들 가까이서 보고, 듣고, 느낀 탓에 자연스럽게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가 된 것 같아. 세건이는 요즘 상추 친구로 인해 많이 바빠졌지. 상추가 목마르지 않게 물도 주어야 하고, 볕이 잘 드는 곳에 상추를 놓아주고, 날마다 얼마나 자랐는지 키도 재어주는 너. 세건이가 가꾸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보살피는 모습을 보며 엄마도 배우고 느끼는 것이 많아. 지난주에 놀러 간 공원에서 작은 쓰레기까지 함부로 버리지 않고 쓰레기통에 너는 모습이 정말 대견하고 기특했단다. 작은 꼬마가 분리수거를 척척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주변의 어른들께서도 아낌없이 칭찬해주셨잖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아빠의 어깨가 으쓱해지는 걸 엄마는 보았어. 세건이가 지금처럼 자연보호에 앞장서는 착한 어린이였으면 참 좋겠다. 지난주에 엄마랑 함께 읽었던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라는 동화책 기억하고 있지? 함부르크 항구에 사는 용감한 고양이 소르바스처럼 우린 서로 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해. 죽어가는 엄마 갈매기 켕가는 세 가지 약속을 모두 지켜 준 소르바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을 거야. 알을 먹지 않고, 품어서 보호해 주고, 고양이 스스로가 단 한 번도 날아 본 적 없는 하늘을 날 수 있게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잖아. 가엾게 죽어 간 켕가의 죽음이 조금 덜 슬펐던 건 고양이 소르바스의 희생과 사랑 때문이지. 세건이에게 희생이란 단어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 세건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엄마의 마음, 세건이가 독감에 걸려 많이 아팠을 때 아빠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어.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 세건이가 아픈 게 너무 가슴 아픈 아빠의 마음이 바로 희생이야. 세상 사람들이 세건이처럼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호하고 동물들을 예뻐해 준다면 엄마 갈매기 켕가와 같은 슬픈 죽음은 막을 수 있을  거야. 세건아, 우리 내년에는 앞마당에 식목일 기념 나무를 심자. 세건이가 좋아하는 초록 소나무를 심는 거야. 멋진 계획이지? 순수하고 착한 세건아! 지금처럼 맑고 깨끗한 마음을 지켜가자. 엄마는 항상 너를 응원하고 있단다. 시나브로 찾아온 새 봄에는 우리 가족에게 행복한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소르바스처럼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가족'이 되자. 온 맘 다해 사랑해. 아들.


2017. 4. 11

세건이를 사랑하는 엄마가.




2017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일반부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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