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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Feb 11. 2022

여보! 사랑해요

일반부 장려상 - 이미선

여보! 사랑해요


뒤척이다 잠이 깨 일어나 앉았습니다. 옆에서 자는 당신을 무심코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깊이 패여 있는 갈매기 모양의 주름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세 마리가 줄지어 날아가는 듯 뚜렷하게 보입니다. 얼굴에서 지나간 당신의 세월이 느껴집니다. 또한 투박한 손이 당신의 삶을 대변해주는 듯했습니다.


20여 년 전 나는 당신을 만나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죠. 그러나 삶은 평탄치만은 않았지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지요. 흔히들 사람들은 아이를 키우기가 힘들다고들 합니다. 우리는 그런 세상에서 지적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며 참으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세상의 벽도 실감했지요. 그럴 때마다 나는 눈물로 이야기를 대신했습니다. 그렇게 견디며 늘 힘들다고 투정을 부려도 당신은 무던히 받아주었지요.


한때는 당신이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와 아이를 힘들게 할 때마다 원망도 하고 죽이고 싶도록 미워한 적도 있어요. 이제야 고백하는데 당신이 욱한 마음에 아이를 함부로 대하거나 때릴 때는 정말로 막다른 생각도 한 적 있답니다. 그러다가 아이의 티 없이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보며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졌답니다.


그때는 '당신도 아프겠구나.'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고, 이해를 못 하는 당신이 원망스럽기만 했어요. 그런데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어쩜 나는 당신의 아픔을 외면해 버렸는지도 모르겠어요. 내 아픔이 더 크게 보여 당신을 제대로 들여다볼 생각조차 못한 거죠.


내가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해 아이가 아픈 것 같아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았던 지난 세월, 그래도 당신은 나에게 원망은 하지 않더군요. 그것만으로도 고마웠어요.


어느 날 나에게 아이에 대해 너무 몰랐다며 자기반성을 하는데 그제야 내가 조금씩 숨이 쉬어지더라고요. 그렇게 지금도 아이의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는 당신, 노력해가는 당신을 보며 요즘은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답니다.


여보! 우리 지금처럼만 하면 언젠가는 마음속까지 밝게 웃는 날이 있겠지요. 앞으로는 당신 자신도 돌아보며 건강도 챙기고 즐겁게 살아가 봅시다. 우리 집의 대들보요, 기둥인 당신 힘내요. 내 인생의 반쪽인 당신이 있어 든든해요. 평소에 자주 하지 못한 말, 서신을 통해 전합니다. "여보! 진심으로 사랑해요."


2017. 5. 2

당신의 아내 미선.


 


2017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일반부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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