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르시 May 05. 2023

질문을 던져야 답도 찾을 수 있다

여성인력개발센터 경력개발 상담 1회차

12시 경력상담 약속

11시 40분에 도착했다.


휴게실에서 자격증 학원 비용등 체크하고 있었다.


12시 상담실로 들어갔다.

어? 상담사분이 남자분이시네 조금 놀랐다.

그래도 차갑지 않고 편한 인상에 자리에 잘 앉았다.



왜? 경력상담을 하러 왔는지 질문하셨다.

주저리 주저리 얘기했다.

그 와중에 내가 이런 단어를 썼다.

'자존감이 낮아서'


상담을 한참 이어가다가 상담사분은

"아까 문득 지나가는 말로 자존감이 낮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왜 그 말씀을 하셨나요?"

질문 하셨다.


난.. 항상 생각했다.

'난 자존감이 낮다'라고 굳이 그 이유가 어디서 왔는지 깊이 생각은 못했다.


영어를 못해서 일까? 해도 해도 안되는 영역이니까.. 나는 바보라고 생각해서 일까?

왜? 왜? 나는 무엇때문에 안된다고 생각하며 살까?

부모님이 엄격하셨는지 상담사 분이 물어보셨지만.. 아니다. 엄격하지 않았다. 두분이 생계로 너무 바쁘셔서

방목에 가까웠기에 엄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 생각났다.

초등학교 2학년때 염ㅇㅇ 선생님이 기억났다.

난 혼날 일을 했었다. 내성적인 나에겐 친구가 없었다. 부모님도 나와 놀지 못할정도로 바빴고..

친언니들도 나와 놀진 않았다. 너무 심심했다. 매일매일 티비만 봐도 심심했다.

어느날.. 옷걸이에 걸린 엄마 외투에서 지폐를 발견했고

그것으로 과자를 사먹고 사고 싶은 것을 사니 기분이 풀렸고..

아이들에게 사주니.. 주변에 아이들이 놀아주었다. 좋았다. 외롭지 않았다.

돈을 다썼다. 엄마 주머니에서 또 빼서.. 아이들에게 사주었다.

1990년대.. 초저학년이 몇만원씩 들고다니는게 이상해보였던 친구는.. 선생님에게 일렀고

선생님은 조회시간에 나를 앞에 세워두고 궤도로 나를 때리며.. 도둑질한 너 잘못했다며..

아이들 앞에서 큰소리로.. 혼내셨다.

혼내는게 맞다.. 난.. 그게 잘못인지 몰랐기에 혼내고 알려주시는것 맞다..

하지만.. 30~40명 있는 한반의 앞에서... 조용한 조회시간에... 도둑놈이라고... 혼내는건..

어린아이에게 너무나 가혹했다.


그 이후 나는 조용히 살았다.

3분 말하기할때도.. 어느누구도 나를 바라보지 않길 원했다.

'도둑놈'인걸 소문으로 듣고.. 날 손가락질 할까 봐 무서웠다.

그렇게 움츠러들어 있었다. 학창시절 내내.



상담사분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그 선생님이 잘못했네요.. 그 이유가 맞겠다고 공감해주셨다. 눈물이 났다.

"그 선생님 만나면 뭐라하고 싶어요? 무슨말 듣고 싶어요?"라고 물으셨는데..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눈물만 났다.


상담사분은.. 만약 그때 그 초2아이가 그렇게 상처받은걸 알았다면.. 선생님도 미안해하실꺼라고.. 얘기해주셨다.. 

지금 그 선생님을 만난다면..

"선생님.. 엄마돈을 가져오는건.. 가족돈이라.. 그게 도둑질인지 몰랐어요.. 알려주셔서.. 알려주신건 감사해요.. 하지만 선생님.. 많은 아이들 앞에서.. 저에게 꼬리표 붙이셔서.. 제 삶에 너무나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제가 두세번 했던 도둑질도 아니였고.. 처음.. 했던 실수였는데.. 그 실수를 그렇게 뭐라하시면... 제가 무슨행동을 하고 살아가나요? 선생님은 실수하신적 없나요..? 저에게 이렇게 큰 상처 주신것도.. 선생님이 큰 실수인데.. 많은 선생님들 앞에서 얘기했다면.. 선생님도 좋으셨을까요? 선생님 너무 했어요. 너무 미웠어요. 초2면 아직 어리고 어린아이인걸요..전.. 너무 외로웠어요.. 외로움이 도둑질을 합리화할 수 없겠지만.. 친구가 필요했고.. 무언가 사주면 친구들이 왔어서.. 그게 행복했을뿐이였어요.. 수단과.. 방법이 잘못된것... 이제 바라보면 알아요.. 그떄 그렇게 혼내셨어야만 했나요.." 말하고 싶다.




근데.. 이 어린시절 얘기하면서..

자꾸 나의 딸이 계속 생각났다.. 그게 나와 같이 교차되면선 너무 힘들었다.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이 안 놀아준다며 아이는 힘들어하고 외로워한다.

친구들을 좋아하지만.. 외향적인 친구 4명과.. 혼자 내향적인 우리딸..

5명의 여자아이들..

여자애들은 끼리끼리와 단짝 성향이 강해서.. 그에 속하지 않으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처럼 내향적인 아이다보니.. 적극적으로 끼지는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그 불안감으로 아이는 틱과 비슷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상담받는데.. 그 모습이 마치 나의 어린시절 모습 같았다.

외로워서.. 안놀아주어서.. 같이 놀고싶어서.. 그 불안함을 이기고 싶어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상담사 분이 하신말씀은

경력 개발상담을 하면서 얻고자 하는건 

업무에 대한 성장

그리고 자신의 발견 등 인것 같다고..

나의 마음을 잘 봐주셨다.



상담사분은..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 보자고 얘기해주셨다.

운전면허도 있다면 운전도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고.. 하나하나 작은것 부터 해나가면 된다고 얘기해 주셨다.

실수 할 까봐 무섭다고 얘기했더니..

상담사분은.. 차를 처음 운행 시작하고 한시간 지났는데.. 탄내가 나길래 뭐지? 했는데

사이드브레이크?를 걸고 운행을 했어서 그랬다고.. 

누구나 실수하고 실수하면서 배워나가는거라고.. 실수를 두려워할필요 없다고 얘기해 주셨다.


내가 영어를 싫어하고 수학을 좋아했던 이유는..

수학은 무한 반복으로 계속 풀면 실수하지 않고.. 그 범위의 것은 풀 수 있다.

그런데 영어는 단어를 계속 외워도 그게 잘 되지 않았고.. 여러번 스피킹 리스닝등 실수를 해나가며 배울 수 있는게 언어였기에.. 그 실수가 싫어서.. 계속 영어는 도전하지 않고.. 수학만 나는 해왔던것 같다..

실수해도 괜찮아.

실수하며 배우는거야.

괜찮아.



초2때의 너는.. 그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아이였지만..

현진아 너는.. 지금 성인이 되었고..그 뻥 뚫린 마음.. 아무 상처없이 메꿔지지 않겠지만..

그걸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생각이 있는 사람이야.. 

현진아.. 너가 밟아온길 .. 딸이 같이 밟기 원하지 안잖아..

우리 용기내자.. 넌 할 수 있어.



작가의 이전글 1일1정리_심지은 읽는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