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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르시 Aug 08. 2023

6세 처음으로 혼자 밥을 먹기 시작하다

만 5세인 아이는

음식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아이이다.


육아 휴직기간 모유, 분유, 이유식을 먹을 때까지는

체중이 70%에 달하는 걱정 없는 아이였다.


하지만 몸무게 정체기가 1년, 2년 왔다 갔다 하면서

아이는 결국 만 5세 체중이 1%이다.


체중이 1%이다 보니

한 번만 토해도 탈수가 와서 응급실에 간 적이 있었고

1년에 3~4번은 구토로 응급실에 가고

1년에 2~3번은 3일~15일간 입원을 하며 회복했다.


먹을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좋아하는 간식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배고프다고 얘기했던 적은

탈수로 입원해서 링거로만 영양을 보충하다가

퇴원했을 때 그뿐이었다.

간식을 안 주어도 배고파하지 않는 건 똑같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체중에 대한 부모의 스트레스로

떠먹였다.

처음엔 티비를 보며 떠먹여 주었고

그렇게 해야 많이 먹여주었으니 그게 우리의 방법이었다.


그런데 그게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서

티브이를 끄고 떠먹여 주니

돌아다니는 아이를 붙잡으며 떠먹였다.

부모에게 아이 밥먹이는 시간은 스트레스였고

아무것도 못하는 시간이었다.



이번 영유검사 때

의사 선생님께 혼났다.

대대적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아이가 1프로의 체중은 심각한 거라며 혼내셨다.


아이는 체중으로 인해 대학병원도 다니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피드백 주신건

유전이었다.

남편은 고등학교 때까지 170에 40 키로 대였다.

어머니는 남편이 아이 때 정말 안 먹었다고 얘기해 주셨다.

유전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놓긴 했지만..

언제까지 떠먹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는 지역의 영양플러스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심각하게 저체중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담당자분이 말씀하신 건 굶더라도 스스로 먹게 해 주고 2시간 전 간식 절대 주지 말고 너무 배고파서 죽으려고 하면 우유 한잔 정도만 허용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남편이 결단을 했다.

며칠 굶더라도  

40분 시간 내에 스스로 먹도록 하고

시간 내에 먹지 못하면 그날 간식은 금지

그리고 식판을 무조건 뺐는 것으로.


과연 통할까 싶었다.

원래 3칸 있는 식판에 주는 편이었다.

억지로 먹이니 반찬이 적어도 잘 먹었다.


첫날은

가락국수는 리필해서 먹고 돈가스도 리필해서 먹어서 첫날은 리필한 것 외에 다 먹었다. 40분이 걸렸다.


둘째 날

밥이 뻑뻑하다며

버거워하길래 미역국에 말아먹을 것을 권했다.

그랬더니 잘 먹었다.

 

셋째 날

좋아하는 납작 만두와 함께

요리를 해주었더니 깨끗하게 25분 만에 먹었다.


넷째 날

도서관을 갔다가 집에 늦게 온날이라

순식간에 밥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간장 비빔밥을 해주었다.

간이 짜서 밥을 더 많이 넣었던 상황이라

어느 정도 먹었을 때 조금 덜어주었고 다 먹었다.


다섯째 날

아이가 먹는 것만 먹으려는 편이라

오늘은 닭곰탕 닭을 조금 먹으면 간식을 준다고 했다.

그랬더니 몇 번 더 먹었고 밥도 다 먹었다.



아이 스스로 먹게 하면서

가장 눈에 띄게 좋았던 점은


첫째

아이가 시간 내에 다 먹고

스스로 다 먹었어요! 뿌듯한 눈빛을 보았다.

나도 그 눈빛을 보니 좋았다.


둘째

티비를 안 보고 돌아다니지 않고 먹으니

먹으며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음식 만드는 동안 티브이를 잠깐 켜주지만

다시 보고 싶어 하면 설거지하는 동안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영상을 멈춰두는데 화면보호기 사진들을 보고 서로 대화하며 밥을 먹기도 한다.


셋째

나는 일찍 먹고 일어나서

설거지를 먼저 하는 동안 아이는 스스로 먹고

아이는 먹자마자 나와 아이가 서로 놀 수 있는 시간들이 확보되어 너무 좋았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되는구나

끌려다니는 육아를 했던 나인데..

지금 이 쉬는 시기에 남편과 함께 의견을 맞추며 육아해 가니 이 시간이 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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