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준영 Mar 20. 2022

안정적인 조직 변화를 위한 명분을 만들자

기업 규모와는 별개로 조직은 언제나 변화한다. 조직은 유기체와도 같아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한다. 반대로 퇴화하여 그 끝에 소멸하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몸담은 조직도 참 많은 세월 동안 참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변화의 과정에서 살아남은 자와 낙오한 자들이 존재한다. 물론 살아남은 자가 성공한 것은 아니며, 낙오했다고 실패한 것은 아니다. 그저 조직에 머물렀느냐, 떠나갔느냐의 차이일 뿐이며 철저히 기업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살고 죽고가 결정될 뿐이다.  


기업의 시각에서 조직 변화에 있어 최대한 많은 인원을 안정적으로 살아남게 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조직의 변화는 개개인에게 엄청난 수준의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그중에서는 정보 제공이 수직적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 전사 직원들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누가 어떻게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게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안함을 떨치기 위해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뿐이다. 눈과 귀를 막고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과 불안함을 뛰쳐나가는 것. 전자는 불안함을 피하기 위해 모든 일에 수동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고 소극적이 되어간다. 정보 단절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직에서 불필요한 사람으로서 변해간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문제 때문에 사람이 망가진다. 반대로 능동적으로 불안함을 피해 도망가는 것은 결국 조직 이탈로 귀결된다. 어떤 결과가 됐든 정보 단절이 불러오는 결과는 조직에는 굉장히 부정적이다. 모든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되겠지만 불안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보는 여과하여 전달해야 하는 것이 1차적인 방어막이 될 수 있다.


이제 모든 조직 변화에 대한 의사 결정이 완료되었다면, 변화의 대상과 변화의 대상에서 벗어나는 두 그룹이 만들어진다. 전사적인 변화가 아닌 국소 변화라면 간극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먼저 변화의 대상에서 벗어나는 그룹에 대해 언급하자면 일반적으로 변화라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안도를 하는 경우가 가장 흔할 것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현재의 조직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조직원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해당 조직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있어 굉장한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모든 조직 변화에 앞 서 각 조직장들의 충분한 인원에 대한 의사를 인지해야 한다. 변화에 대한 욕구가 있는 조직원은 협의에 따라 좀 더 빠르게 조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쉬운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로 변화의 대상이 된 조직원에 대한 문제가 크다. 실제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져버린 조직원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앞 서 말한 조직원들의 의사 파악이 가장 중요하지만 부득이한 조직 변화의 상황에서는 충분한 설득이 필요하다. 오늘 가장 주요하게 다루고 싶었던 내용이기도 한데, 일단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는 변화에 대해서는 급해서는 안된다. 절대로 급해서는 안된다. 물론 질질 끌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빠른 의사결정은 중요하지만 다양한 변수에 대한 고려를 고민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 조직과 개인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명분이다. 정치판에서 흔히 말하는 '대의명분'이다. 명분(名分)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첫 번 째는 도덕상의 일이고, 두 번 째는 구실이나 이유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명분은 이 둘을 관통하는 하나의 뜻이다. 도덕적으로 분명히 해야만 하는 구실이나 이유다. 누가 봐도 납득할 수밖에 없는, 되려 거부하는 조직원이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충분한 이유가 필요하다. 그 명분 없이 조직의 변화가 부득이하게 일어난다면, 부득이하게 인력 감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과거와 달리 개인의 능력이 정량화되어 가면서 스스로를 이적 시장에 내놓는 사람들이 많다. 이직에 대한 벽이 낮아지고 평생직장의 개념은 없어졌다. 이 상황에서 개인에게 불리한 조직 인사 개편에 대한 합의를 어떻게 일으켜낼 것인가. 그리고 합의를 통한 조직 안정화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가장 빠른 것은 처우 개선이다. 연봉이나 복지의 파격적인 개선은 조직원들에게 남아야 하는 명분을 만들어 준다. 사실 자본주의 시대에 그 이상의 방안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물질적인 명분은 기업의 부담이 너무 크다. 때문에 무형의 명분을 개개인에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개인 성장이 될 수도 있고, 되려 안정적인 회사 생활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의 로열티가 높은 조직이라면 조직 안정화를 위한 개인의 희생마저도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다만 개인의 로열티를 정량화할 수 없기 때문에 희생을 반복하기란 더욱 어렵다.


조직장이 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고, 또 다른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진행 상황에 대해 나름 공유를 받고는 있지만, 썩 내키지는 않는다. 조직장으로서 변화도 스트레스지만, 변화의 대상인 조직원들에게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매력적인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알고 있지만 명분 없는 개편을 통해 또 다른 이탈이 일어날 것이라는 개연성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그리며, 조직원이 아닌 상위 조직장과의 협상이 필요하다. 조직원들에게 충분한 명분을 주어줄 수 있는 조직 변화로의 협의가 필요하다. 아마 많은 조직장들의 고민이기도 하지만, 최대한 많은 인원이 수긍할 수 있는 대의명분을 따른다면 조직 안정화의 길에 한걸음 다가서는 것이 아닐까. 내가 가지고 있는 비전과 명분을 가장 먼저 상위 조직장이 이해해주길. 그리고 그 변화의 바람을 조직원이 아닌 조직 장인 내가 먼저 받아넘길 수 있도록 차근차근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보 제공과 의사 취합 그리고 마지막 명분까지 갖춰진다면, 웬만한 변화의 이슈에도 굳건한 조직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그리고 신뢰받는 조직장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나와 그리고 같은 고민을 하는 수많은 조직장들이 좀 더 많이 고민하여 더 많은 조직원이 평안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조직 변화에 있어 조직장은 그런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원을 고객처럼 대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