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준영 Jul 04. 2022

조직 관리는 숙성이 필요하다.

진한 향과 맛을 지닌 조직원을 숙성하는 방법

출처 : 픽사베이


올바르지 못한 관리는 방치와도 같다

 와인은 온도와 습도에 굉장히 민감하다. 최근 출시되는 와인셀러는 화이트 와인과 레드와인의 칠링 온도도 따로 맞출 수 있다고 한다. 유명 와인 판매업자의 얘기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와인을 서늘한 곳에 보관하다가 마시기 전 30분 정도 칠링해서 마셔왔는데 번거롭기도 하고 냉장고에 두자니 잡내가 섞이는 것 같아 최근에 셀러를 구매했다고 한다. 가장 맛있는 온도와 습도가 존재하는 와인과 같이 우리의 조직 관리도 가장 적절한 관리 방법이 존재한다.

 관리자로서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와인이 종류 별로 가장 맛있는 조건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 역시 각자 필요한 영역이 다르다.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관리를 하는 것은 와인을, 그리고 조직원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다. 더군다나 굉장히 높은 수준의 관리 리소스를 투여하면서 결과적으로 조직이 와해되는 결과를 낳는다니 얼마나 속 아픈 이야기인지 모른다. 올바르지 못한 관리를 하느니, 차라리 방치를 하는 것이 이로울 수 있다. 관리 리소스를 다른 업무에 투여하는 것이 결과에 대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관리는 숙성이 필요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와인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숙성'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서이다. 앞 서 말했듯이 개개별 조직원은 그에 걸맞은 관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개개별 관리는 충분한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숙성 과정이 충분히 옳은 방향이냐에 따라 썩어서 버려야 할 수도 있고, 그 가치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숙성은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원하는 방향의 조직원을 배양하는 과정이다.

 머릿속으로 상상해보라. 조직원 한 명 한 명을 떠올려라. 그들은 각각 어떤 성향인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부족한가. 지금의 직무가 올바른지 또는 어떤 업무를 맡겼을 때 신뢰가 가는가. 또는 어떤 업무를 맡기고 어떠한 조직원으로 성장시키고 싶은가. 각각의 로드맵이 그려진다면 그에 합당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30년 산 발렌타인이라든지, 몇 년산 와인들은 그들이 가장 숙성이 잘 될 수 있는 환경에서 긴 시간에 거쳐 세상으로 나온다. 당연히 그 가치는 처음 생산했을 때와는 다르다. 그저 주류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안에는 가치를 위해 긴 시간 숙성의 역사가 존재한다. 그만큼 깊은 향과 맛을 자랑하는 것이다. 조직장으로서 조직원을 바라보는 자세가 그렇다. 이제 막 인턴이 된 친구가 있다. 방향에 대해서 혼란스럽고 그저 시키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친구다. 이 친구가 지금 내 자리에 올라섰을 때를 생각해본다. 그때, 잘 숙성된 와인과 같이 그 빛나는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그렇게 성장시킬 수 있을까.


가만히 두는 것이 숙성이 아니다

 온도와 습도를 맞췄다고 좋은 와인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와인이 서늘하고 어두운 지하 오크통에 있는 이유는 가장 외부 환경 변화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회는 그 어느 곳보다 환경 변화가 심하고 거칠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조직원을 숙성시키기 위해서는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상황에 대하여 시뮬레이션하고 조직원이 외부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최대한 빠르게 기존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꾸어야 한다. 오크통의 위치도 바꾸어 보고 압력도 조절하면서 말이다. 조직원 개별적으로 매일 변화에 맞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율해야 한다. 숙성은 그런 것이다. 가만히 두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환경을 유지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내가 속한 마케팅 업종은 특히 시대적 변화 트렌드가 거침없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유통 구조가 두려워서 조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나왔다.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포지셔닝을 만들어 가자니 하루하루가 두렵고 신선하다. 나뿐만 아니라 조직원들도 거친 파도에 올라탄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세상은 거친 바다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앞을 헤아리기 어려운 곳이다. 배의 부선장 정도 격인 나의 역할은 거친 바닷속에서도 항해를 위한 조직원들이 불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몰아치는 바람의 방향을 예측하고 파도의 방향을 읽어가면서 배가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느 미래가 되었을 때, 우리가 따뜻한 나라 어딘가 정박하게 된다면 말이다. 그때는 누군가는 노련한 갑판장이 될 수도 있고, 누구는 최고의 조타수가 될 수도 있다. 모두가 깊은 향과 맛을 가진 숙성 잘 된 와인이 되어 있는 것이다.


모두 다른 방식으로 숙성하라

 다시 맨 앞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내가 경험한 리더가 조직원을 망가뜨리는 대표적인 예는 모든 조직원을 동일한 조건으로 컨트롤하는 것이다. A팀장은 실무가 굉장히 능숙하다. 한 팀의 리더이기 이전에 실무 능력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능력자였다. 때문에 리더가 된 이후 마이크로매니징의 결정체가 되었다. 자신을 통하지 않은 업무란 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고객사의 만족도는 높았다. 아무렴 실무 능력이 뛰어난 A 팀장이 모든 캠페인을 관장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하지만 조직은 내부적으로 곪고 있었다. 숙성이 필요한 개별 팀원들은 충분히 자신들의 능력을 펼치지 못한 채 A팀장이 원하는 것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A팀장의 눈에 들지 못하는 자는 낙오했다.

 개인적으로 마이크로매니징은 실력이 있는 실무자들이 할 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한다. 나는 애초에 실력보다는 꼼수로 성장했던터라...마이크로매니징 자체를 하기 어려운 조건이기도 하다. 때문에 마이크로매니징이 '나쁘다'라고 이야기하는 아티클을 보면서도 크게 공감을 하지는 않는다. 마이크로매니징은 훌륭한 조직 성장의 방식이다. 하지만, 잘못된 마이크로매니징이 조직을 곪게 만들고 그런 사례들이 모여서 마이크로매니징이 조직 관리에 나쁘다는 편견을 심어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앞 서 A팀장이 그 나쁜 예시 중 하나다. A팀장과 결이 비슷한 B과장은 그 조직에서 굉장히 찬사를 받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해당 팀과 전체 조직에서 A팀장과 B과장에 대한 불신은 굉장히 높았다. 실력과 별개로 리더로서의 인정은 받기 어려웠다. B과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A팀장과는 다른 결이었고 다른 숙성 방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A팀장의 노련한 실무 능력은 마이크로매니징이 아니어도 충분히 습득시킬 수 있다.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방향이 같다면 조직은 앞으로 나아간다. 때문에 A팀장은 출중한 실무 능력이 팀에 스며들 수 있는 조직 숙성을 고민했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해당 팀은 또 여러 팀으로 쪼개졌다. 기존 팀원들은 다른 팀에 분산도 되었고 퇴사자도 있었다. 팀의 규모가 커지면서 영업과 실무, 조직 관리까지 버거웠던 A팀장은 기어코 실무를 놓지 못하여 영업과 관리에 있어 낙제점을 받았다. 물론 A팀장만의 잘못은 아니다. 실무 능력만 보고 리더의 역할을 맡겼던 회사 인사 시스템의 실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안타까운 예시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리더십 관련 영상과 서적에서도 종종 거론되는 내용이다.

 나의 업무 스타일과는 별개로 조직원은 조직원의 업무 스타일은 만들어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조직원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 나와 같은 업무 능력과 방법을 가질 수 없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내 딸, 아들 역시 내 맘대로 되지 않는데 내 핏줄도 아닌 조직원들을 나와 같이 만든다는 것은 욕심 아닐까. 그들에게 맞는 숙성법을 찾고 오랜 기간 성장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것이 조직원과 조직을 점진적으로 성장시키는 방법이다.


이전 13화 조직 이기주의가 기업을 망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