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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영 Nov 23. 2024

늘 그 자리에 있지 않아야 썩지 않는다

리더가 가지는 다양한 레퍼토리의 중요성 

 대학교 학부 시절부터 팀 과제와 팀 공모전, 그리고 마케팅업에 종사하면서 팀 테크트리를 알차게 타고 올라온 경험을 바탕으로 든 생각이다. 흔히 말하는 밴드웨건 효과로 개인의 노력은 언제나 경중을 달리 한다. 하지만 성공하는 팀에는 누가 됐든 늘 먼저 앞장서서 업무를 처리하고 먼저 나서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인물이 있었다. 내 좁은 경험이 조악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일지 모르지만 내가 경험한 모든 성공하는 팀은 그 자리에 '리더'가 있었다.

 꽤 뻔한 이야기지만 언제나 일리 있는 문장 중에 하나다. "리더(leader)는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앞장서서 달리는 사람이다." 공감하고 동의하며 인정한다. 조직에는 동양적 관점의 '장(長)'이 아니라 서양적 관점의 '리더(leader)'가 필요하다. 대한민국도 선진국이 되면서 더욱 그렇다. 회사나 조직장에게 충성을 바랄 수 없다. 반대로 능력 있는 인재를 어떻게 조직에 머무르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 되었다. 

 그리고 세대와 함께 세상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내가 가진 지식이 2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내가 배운 지식과 쌓아온 경험이 선배로서 조직장으로서 충분히 작용했다. 그들이 없으면 까마득한 후배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다. 고여있는 물도 서서히 썩었다. 기후 온난화가 심해지는 것과 같이 조직 관리도 상황이 바뀌었다. 나의 지식과 경험이 후끈해진 조직 관리 세상의 변화에 따라 빠르게 썩는다. 같은 곳에 머물렀다간 금세 상한다.

 세대와 세상의 변화가 리더의 역할을 규정한다. '변화'에 유연한 리더가 이 세상에서 필요하다. 변화에 유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미 촌스러운 신조어 중 하나인 '알잘깔딱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는 조직원의 향한 것이 아니었음을. 리더는 늘 그 자리에 있지 않아야 썩지 않는다. 그리고 알잘깔딱센 업무를 하기 위해선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가 필요하다.

 리더의 결정은 언제가 무겁다. 리더의 말에는 권한도 있지만, 책임도 뒤따르기 때문이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조직은 결과론적이다. 과정은 다음이다. 때문에 리더의 말로 시작된 결과에 따라 조직의 책임 방향이 정해진다. 그런데,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결정을 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한 사람의 '경험'으로 감당할 수 없는 기하급수적 시나리오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꿰어 나온다. 이때 중요한 것이 리더의 '레퍼런스'가 된다.

 설득커뮤니케이션의 이론 중 여전히 가장 큰 중요성을 가진 정교화가능성모델(elaboration likelihood medel)이 있다. 간략히 정리하면 소비자가 구매 행동을 하기 위한 정보 탐색 과정이 논리적 판단을 통한 중심 경로(central route)와 비논리적 판단을 통한 주변 경로(peripheral route)로 나뉜다는 것이다. 리더가 의사 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중심 경로가 있고, 빠르게 다양한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주변 경로가 발생한다.

 중심 경로에 속한 업무의 경우, 레퍼런스도 중요하지만 해당 시점에 발생한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 정보가 없이 할 수 없는 의사결정들이다. 예를 들어, 300억 입찰 참여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게 되는 경우 입찰 금액만 보고 기분 좋아서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다. 입찰 참여하는 업체는 어디며, 우리의 인프라와 리소스로 참여가 가능할지, 입찰을 하기 위한 정량적 정성적 요소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리더의 '경험'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

 주변 경로에 속한 업무는 다르다. 그리고 변화한 세상에서 중심 경로 업무보다 더욱 변화무쌍하기도 하다. 주변 경로의 의사결정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개념이 휴리스틱(heuristics)이라는 심리학 개념이다. 휴리스틱은 충분한 정보와 시간이 없는 경우, 어림짐작으로 결정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심리적 도구다. 예를 들어 우리가 생필품을 살 때 자동차를 사듯 정보를 구하고 비교를 하며 사지 않듯이 기존의 이미 존재하는 정보 또는 느낌 등 비논리적 의사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주변 경로에서의 휴리스틱을 리더의 '레퍼런스'로 정의한다. 그리고 리더의 레퍼런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림짐작 기술이다. 비논리적 의사 결정으로 보이지만 나름의 논리가 존재하며 논리의 이유를 상황에 맞춰서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유연함의 기술이다. 다시 말해 리더의 레퍼런스는 논리 구조다. 리더는 다양한 논리 구조를 가지고 다양한 상황에 꺼내 쓸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정성적 조직 관리를 다룬 아티클에서 소개한 페르미 추정이 있다. 구글 면접 질문 방식으로도 유명하다. 기초 지식과 논리적 추론으로 짧은 시간 안에 근사치를 추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리더의 레퍼런스와 일맥상통한다. 의사 결정의 긍정적 결과를 만들기 위해 리더는 <기초 지식과  논리적 추론>이라는 논리 구조를 다양하게 가져야 한다.

 지식 혁명의 시대다. 혹자는 4차 혁명(지식 혁명)을 AI 등장으로 5차로 구분해야 한다고 하기도 한다. 그만큼 지식의 총량이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그리고 지식의 총량을 어린 시절부터 감당하고 살아가는 디지털 네이티브가 조직으로 들어오고 있다. 나를 포함한 지금의 리더들이 안타까운 이유다. 리더의 레퍼런스가 다양하지 못하면 결과를 내지 못한다. 결과를 내지 못한 리더는 조직에서 필요치 않는다. 리더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흐르는 물 같이 계속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리더의 레퍼런스를 통한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지금 날의 리더가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마케팅과 관계가 떨어지는) 교육학을 공부한다. 공부의 의미는 분명 조직 관리에서 피어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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