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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영 Apr 06. 2022

인센티브 제공의 역설

행위에 대한 의도치 않은 결과에 대하여.

인센티브 제공의 역설

인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던 때, 영국은 인도에 코브라가 너무 많아서 제거 작전에 돌입한다. 코브라를 잡아오면 보상금, 즉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초반에는 정책이 성공하는 듯했다. 코브라 씨가 마를 듯이 인도인들이 코브라를 포획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코브라 감소 추이가 줄어들더니 점점 코브라가 증가를 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영국은 인센티브 정책에도 코브라가 증가하는 것에 대한 원인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인도인들이 보상금을 받기 위해서 코브라를 직접 사육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코브라를 제거하려고 만든 인센티브가 되려 코브라 개체수를 늘리는 역할을 하고만 것이다.

이 사례는 인센티브 제공의 역설을 가장 잘 들어내는 대표적 예시다. 인센티브의 목적이 '제거'에 있다 보니 사람들은 완벽하게 '제거'되는 순간 인센티브가 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코브라를 더욱 늘려서 인센티브를 취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인센티브 제도 도입은 인센티브 구조 설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도리어 역효과를 만들 수 있다. 때문에 충분한 고민과 연구를 통해 인센티브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기업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


기업 인센티브 실패 사례

인센티브만큼 조직원 동기 부여를 자극할 수 있는 수단은 그리 많지 않다. 자본주의 시대에 특히 금전적 인센티브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동기 부여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이 지니는 직장에서 추구하는 바는 모두 다르지만 '금전'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하지만 앞 서 이야기했듯이 아무리 금전적 인센티브라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사실은 인지해야 한다.

가장 흔하게 활용되는 인센티브는 '매출'일 것이다. 상위 매출 조직에게 높은 비율의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자연스러운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구조만 보면 그럴싸하다. 그리고 보통 실패보다는 성공 확률이 높은 인센티브 정책이기도 하다. 다만 이마저도 실패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때는 2016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어느 때 A기업에서 대규모 퇴사 러시가 발생했다. 특히 한창 실무를 받쳐주어야 하는 대리~과장 직급의 퇴사로 한동안 인력 리소스 부족을 겪었다. 이유는 인센티브 계좌에서 시작됐다. 해당 기업은 매출액 기준 1위부터 3위 팀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정책 자체는 그리 이상하지 않아 보였지만 문제점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조직의 수가 많았다는 것이다. 10개 이상의 팀이 있는 기업 조직 구조 상 3위 외 4위부터 거의 10개 팀은 상대적 박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으나 '아쉽게' 등수에 들지 못한 팀들의 상실감은 더욱 컸다. 상실감은 조직에 대한 '분노'로 표현된다. '분노'의 결과는 '퇴사'로 이어졌다.

두 번째 인센티브를 받은 1위부터 3위의 팀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특히 1위 팀의 경우 압도적 1위를 했으나 1위~3위의 인센티브 편차가 크지 않았던 것이다. 1위 팀은 모든 팀원이 1년 동안 매일을 야근을 하고 주말 출근을 해가며 얻어낸 결과였다. 그에 비해 2위~3위 팀의 업무량은 평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괏값의 차이가 크지 않으니 1위 팀에서는 굳이 이렇게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퇴사하는 인원이 발생했다. 인센티브를 주어도 안 주어도 불만이 이곳저곳에서 나오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인센티브 정책의 성공을 위해 고려할 부분

앞 선 인센티브 실패 사례를 복기해본다. 인센티브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부분이 해결되어야 한다. 코브라 인센티브의 경우 근본적인 인간성에 대한 고찰이 빠졌다.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한 결과까지도 염두에 두고 면밀한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성리설(性理說)에 입각한 인간상을 고려했을 때 이익을 위해서 인간이 어떻게 움직 일지까지 고려되었어야 한다. <코브라를 잡아오면 보상을 하겠다. 단, 이익을 목적으로 코브라를 키우는 자에게는 벌금을 물리겠다.>라는 항목이 추가되었으면 어땠을까.

우리나라에서 불법 신고를 통해 보상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코파라치(코로나 파파라치), 식파라치(음식점 파파라치)와 같은 사람들인데 어느 시각에서는 정책을 악용하는 추가 불법의 사례가 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회가 좀 더 정의로워지는데 일조를 한다는 시각에 한 표를 던진다. 코파라치나 식파라치는 신고를 통해 보상을 받는다. 이 보상금은 나라 재정이 아니라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 또는 업주가 부담한다. 국가 정책을 지키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앞 서 이야기한대로 미성년자가 신분을 '속이고' 술집에 입장하고 신고를 한다면, 그에 대한 페널티를 과중하게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코브라 인센티브의 역설을 겪지 않을 수 있다.

한 연예인이 악성 댓글의 주범들을 고소하면서 합의와 선처 없이 받아낸 벌금 전부를 변호인에게 주겠다고 공언한 바 있었다. 결과에 대하여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그 변호인이었다면 고소인에게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까 예상해본다. 누구의 아이디어였을지는 모르겠으나, 악성 댓글 주범을 철저히 무너뜨리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였을 뿐 아니라 목적 달성에는 최상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다.


▼ 성리설 기반 조직 관리


정리하자면, 성공적인 인센티브를 구조화하기 위해서는 성리학적 조직원을 고려해야 한다. 코브라를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코브라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 한다. 매출을 '늘리는 것'을 목적으로 했을 때는 매출이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인센티브를 구조화할 때 1) 인센티브의 목적을 구체화하고 2) 해당 인센티브를 적용했을 때 반대 상황에 대하여 고려해야 한다. 3) 반대 상황을 고려할 때는 행동 주체의 이익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해야 한다.

아직 고려 단계에 있는 복지 시스템이 있다. 금전적 인센티브와는 다소 거리가 있긴 하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 구상 중인 시스템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다니는 병원도 늘어나는 조직원을 보면서 '건강 관리 프로그램' 도입에 대하여 고민했다. 직원의 건강을 챙김으로써 내부 만족도와 함께 우리 기업의 서비스 품질 향상까지 도모할 수 있으리라 정성적인 기대감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앞 서 정리한 프로세스에 따라 얘기하자면 목적은 1) 인력 리소스 부재의 최소화이다. 건강 상 이유로 업무 질과 근태가 악화되는 것을 줄이고, 직원 건강 복지를 통한 내부 만족도를 끌어올려 퇴사율을 줄이는 것이다. 2) 다만 해당 프로그램을 유료로 구매 시 1인 당 10만 원 정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비용 효율이 낮아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병원은 병원대로 가면서 프로그램만 활용하는 인력이 발생하면 회사 차원에서는 결과적으로 '손해'가 될 수 있다. 3) 이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1회 6주 프로그램이며, 프로그램 이후에는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때문에 개인이 남발할 수 없도록 반기 1회로 제한을 하고 결과 이후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회사 관리가 필요하다. 아직 구상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안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인센티브를 구조화할 때 잡아야 할 키포인트를 3단계화 한 것을 예로 들어봤다.

사실 세상사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아무리 뜯어봐도 시행하고 나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첫 시행 전에 한 번만 더 구조화를 하고 고민을 한다면 좀 더 나은 방향의 목적 달성과 조직 내부 만족도가 높아지는 선순환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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