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준영 Mar 18. 2024

퍼포먼스 광고 제안서는 애자일스럽게

2022-03-31 11:26

출처 : 픽사베이

애자일 마케팅의 도입과 제안의 방향

애자일(Agile)이란 단어는 개발자에게 익숙한 단어다. 프로그램 개발 방법론으로 계획보다는 유연한 대처가 초점이다. 순수한 뜻은 '날렵한' 또는 '민첩한'이라는 형용사로 빠르고 유연한 개발 환경을 위한 방법을 위해 태어났다. 그리고 광고 마케팅업에서도 애자일 마케팅이 눈에 들어온다.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의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기존에 가이드에 굳어져 있던 마케팅 방법론이, 빠르고 민첩한 환경을 위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수년 전만 해도 그랬다. 정론적인 마케팅 캠페인의 구조를 세워둔다. 그 구조 안에서 성공과 실패에 대한 결론을 지었다. 목적과 방향 그리고 전략과 전술을 모두 정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계획 수립 이후에는 실행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온라인 시장의 확장으로 누구나 손쉽게 창업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과거보다 심각한 경쟁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기업 규모의 크고 작고를 떠나서 어떤 기업이든 브랜드이든 업종이든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더욱 커진 셈이다. 경쟁은 항상 있었으나, 창업에 대한 허들이 높은 때에는 경쟁자가 어느 정도 분명했다. 때문에 광고주만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 수월했다. 하지만 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시시각각 바뀌는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마케팅 전략이 필요해졌다. 내가 지금 확고한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고 한들, 눈 뜨고 일어나면 시장 환경이 바뀌어 있을 수 있다. 더 이상 기존을 답습하면 안 된다. 그런 시대가 왔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통해 애자일 마케팅이 태어났다. 빠르게 시행하고 수정하고 다시 시행하고, 또다시 수정하고 시행하면서 반복적으로 마케팅 전략과 전술을 변화시킨다. 기본적인 디지털 마케팅의 목표인 노출-유입-전환의 3가지 단계 안에서 목적에 맞는 캠페인과 다양한 매체 전략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기업의 성장이며, 빠른 마케팅 변화를 줌으로써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나가는 것이다.

이제는 흔해진 퍼포먼스 광고가 대표적인 애자일 마케팅의 예다. 퍼포먼스 광고의 대표적인 방법론을 애자일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각 단계 별 목적, 매체, 소재 등 각 요소들은 시시각각 바꿔나가고 결과를 측정하여 변화한다, 이를 우리는 '최적화'라고 부른다. 업종과 광고주 그리고 그 상황에 맞는 광고를 빠르게 적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머신러닝을 통해 넓은 모수를 가진 빅매체에서는 자동 최적화도 가능하다. 하지만 다양한 매체를 믹스하여 운영해야 하는 마케터의 휴먼 러닝 역시 병행되어야 한 개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자동과 수동의 최적화 작업마저도 애자일스럽게 비중을 지속적으로 조정해주어야 한다. 각각의 포인트가 모두 고려 대상인 셈이다.

퍼포먼스 마케터는 때문에 굉장히 피곤하다. 매일매일 세팅과 분석 그리고 재세팅과 재분석을 반복에 반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일 내 효율이 급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물론 수일은 좀 과장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마케팅 방법론과 같이 캠페인 집행 전 레퍼런스를 통한 가이드를 만든다. 그리고 세팅과 시행을 빠르게 진행한다. 시행 후 시시각각 효율에 대한 측정을 진행하고 우수한 소재나 매체를 강화하고 질이 낮은 소재나 매체는 약화하거나 종료한다. 그리고 새로운 매체와 소재를 투입하여 다시금 테스트해 간다.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외부 이슈와 예상 가능한 시즈널 이슈 및 광고주나 매체 내부 이슈 등 다양한 이슈에 맞춰서 전체의 전략을 수정 보완해 간다. 굉장히 내외부 이슈에도 민감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기존 광고 방식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대행사에 있던 시절이었다. 몇 날을 회의와 PPT 작업으로 녹초가 되었다. 훌륭히 제안 작업을 마치고 결과적으로 수주를 했다. 그리고 제안 내역에 대해 엇나감 없이 캠페인은 운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내뱉은 말을 지키는 것이었다. 제안 내역과 다른 결과를 광고주 역시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변화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 기업의 숙명이다. 과거에도 그러했으나, 지금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때문에 빠른 시대를 잽싸게 쫓아갈 수 있는 조직이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조직의 유연함이 성장 비결 중 하나인 것이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독점 시장과 같은 경우 또는 다른 여타의 이유로 변화 없이 살아갈지도 모르겠으나, 판매를 중심으로 하는 커머스 시장의 대부분은 치열한 경쟁 체제에 돌입한 지 오래다. 이러한 결과로 제안서도 바뀌어야 산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과거의 제안서는 고리타분하다. 더 이상 제안서가 장황해서는 안된다. 흔히 제안 작업의 기초가 되는 시장분석, 소비자 분석, 경쟁사 분석, 자사 분석 등의 자료는 여전히 필요하지만 그것이 제안서 비중에서 많이 차지할 필요는 없어졌다. 물론 광고주가 더 많은 정보가 있다는 뻔한 이야기도 있지만, 지금의 분석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기초 토대가 있어야 건물을 짓는 것처럼 기본적인 분석을 위한 자료 확보 이상의 의미를 두어서는 안 된다.

신속한 기초 분석을 마치고 나면 콘셉트부터 캠페인, 매체, 소재 등 전략과 전술을 만들어 간다. 키 콘셉트는 분석을 통해 나오기 때문에 당연히 변화의 요소에는 속하지 않는다. 물론 트렌드의 변화가 있다면 실행 중 제언을 가능하리라. 다만 콘셉트의 이후는 애자일 방법론이 담뿍 들어간 전략과 전술을 소개해야 한다. 기본 가이드는 정하되, 언제든 분석을 통해 변화를 통해 최적화를 이뤄가는 부분이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매체 전략은 그렇다. 키 콘셉트가 나오면 사실 소재의 베리에이션에는 한계가 생긴다. 카피는 달라질지 언정 전체의 주제는 바뀌기 어렵다. 때문에 가장 손쉬운 효율 창출은 매체 운용에 있다. 그리고 이제는 제안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을 한다.

나는 운영의 묘라고 칭하는 것이다. 매체 운영 시 다양한 매체와 타깃 테스트 그리고 소재 A/B 테스트 등 전반적인 매체 관련 테스트를 하며 최적화하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기존 OFF 되었던 매체나 광고도 다시 테스트해 가며 유연한 대체를 해나가는 것에 대하여 매체 별 전략을 구성해야 하고, 그것이 굉장히 엣지있게 제안서에 녹아들어야 한다. 말로만 하면 쉬운 것 같으면서도 아직 참 어려운 부분이다.

광고주는 우리의 광고를 맡길 대행사를 선정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때문에 기존의 제안서와 같은 가이드 제안서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는 제안서의 내용 역시 천편일률적으로 같아서는 안되며, 애자일스럽게 다양한 방안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들어가야 한다. 물론 제목에서 규정했듯이 퍼포먼스 광고의 제안서의 내용이다. 브랜딩의 경우 타깃에게 동일한 기업 이미지를 인지시켜야 한다. 물론 그 안에서 매체의 활용은 달라질 수 있겠으나, 메시지나 전략 전술이 변한다면 타깃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브랜딩과 퍼포먼스는 각각 분리하여 생각해야 하며, 애자일 제안서라 명명한 것은 퍼포먼스 광고주에게 유효할 것이다. 물론 우리 역시 퍼포먼스 마케터로 애자일스러워야 한다. 애자일 제안서를 쓰라고 했다고 그 안에서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느 광고주든 브랜딩이든 퍼포먼스든, 상황에 맞춰 변화하는 제안서를 써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 세상에 정답은 없다. 현답을 찾아 떠나는 길만 있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스마트스토어 살리는 트리플 미디어 전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