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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만장 이형사 Oct 30. 2022

나와 내 친구를 위한 학교폭력이야기-4

외계인 민둥이 학교폭력 피해를 입다(폭행, 공갈미수)


안녕, 나는 외계인 민둥이라고해. 원래 이름은 @#$%%^&인데 여기 지구에서는 내 이름을 발음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그래서 그냥 내 친구가 붙여준 별명을 이름처럼 부르고 있지. 단순히 내 머리가 민둥 민둥하다는 이유로 민둥이라고 하던데... 나는 뭐, 특별히 좋고 싫고가 없으니까 민둥이라고 불려도 괜찮아.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교실 칠판 뒤의 공간이야. 사람들은 칠판 뒤 벽안에 또다른 세계가 있는 걸 모르더라. 

가끔 고향별로 가기 위해 순간이동을 하는 정거장도 바로 거기 숨겨져 있는데 말야.

과학시간에 선생님이 칠판에 우주 공간을 크게 그리셨어

“애들아~ 넓디 넓은 우주 공간에서 들리는 소리를 우리가 지구에서도 들을 수 있을까?”

난 싱글벙글 웃으면서 손을 들고 말했어. “선생님, 애석하게도 지구인들은 우주 공간에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해요. 등 뒤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도 그 흔적을 보지 않는 이상 전혀 알 수가 없지요. 하지만 소리는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 파동들을 기록해 다시 소리로 변환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하면 우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거죠.”

“오호~ 역시 민둥이 너 정확히 알고 있구나, 너한테 가장 기억에 남는 소리가 있으면 우리한테 묘사 해 줄 수 있겠니?”

난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신이나서 지휘봉을 딱 꺼내들었어. 우주의 소리는 하나의 오케스트라와 같으니까.

“태양의 소리는 깊고 낮은 웅웅거리는 소리구요, 목성은 뭔가 강렬한 소리가 나요.특히 목성의 오로라는 태양계에서 가장 센 에너지 입자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엄청 큰 소리를 내지요.천왕성은 어둠속에서 울부짓는 듯한 소리가 나는데요, 가스와 액체로만 이루어진 매우 차가운 행성이라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지구... 아~~ 푸른별 지구... 지구가 내는 소리는... 정말이지 맑고 포근해요 마치 이른 아침 새들의 지저귀처럼” 학교에서 다양한 과목을 배우지만 난 아무래도 내가 살다 온 우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과학시간이 제일 좋아. 그래서 선생님의 질문에 이렇게 신나게 대답하곤하지.


“민둥민둥  민둥아~

넌 이 넓디 넓은 우주에서 어떻게 지구를 딱! 발견하게 된거야? 다른 행성들도 많은데 말야~?”

하루는 나에게 민둥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까마귀 남준이가 이렇게 물었어. 남준이는 일진고에서 전학 온 지 얼마 안 된 친구야.

“오우~너무 좋은 질문인걸~

남준이 너 나한테 은근 관심이 많구나. 고마워”

“있잖아, 이건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


난 남준이에게 다가가 조용히 귓속말을 했어. 

"지구에는 우주로 지구의 소식을 전달해주는 비밀요원들이 아주 많이 있어.난 그들이 보내는 신호를 듣고 여기까지 오게 된거구.”

“ 비밀요원? 그게 누군데?? 혹시 천체물리학자들?” “하하하. 아니야. 인간이 아니야. 자, 저기 창밖을 봐, 뭐가 보여?”

“ 온통 나무밖에 안 보이는데 설마 나무라고?”

 “빙고!! 맞아, 나무!! 나무뿐만아니라 길가에 자란 잡초같은 모든 생명체들이 지구인들 몰래 계속해서 우주로 신호를 보내고 있어. 그들 덕분에 지구에도 우리같은 생명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에이~ 거짓말, 지구에서 우주 공간까지 얼마나 먼데 고작 작은 잡초나 나무들이 무슨 수로 신호를 보낸다는 거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민둥아~“


“남준이 , 너 과학시간에 졸았구나.? 하하하

남준아, 우리 머리 위 100킬로미터부터 우주 공간이 시작되는데, 이 정도 거리는 자동차로 1시간이면 충분해. 자~ 그런데도 멀다고 생각해?”


"뭐? 자동차로 겨우 1시간 거리라고? 그렇게 가깝다고? 믿을 수 없어. 너 나 놀릴려고 거짓말 하는 거지?”

“하하... 거짓말? 우리 외계인들은 거짓말을 전혀 못해.부정적인 감정도 느낄 수 없고말야. 지구인들과 많이 달라.”


“뭐? 그럼 넌 기분이 나쁘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소리야? 부정적인 감정을 못 느끼니까? “

“응. 몰라. 우린 오로지 긍정적인 감정만을 느낄 수 있어. 그래서 누가 때린다고 해도 아픔을 느끼지 않고 놀림을 받아도 비참하거나 우울하지 않아.

그래서 애들이 날 ‘민둥이’라고 부르면서 머리를 때리고 가거나 급식줄에 서 있을때 등을 밀어 넘어뜨려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아. “


“거 참... 오로지 좋은 감정만 느낀다니... .

그런식이면 외계인 학교에는 학교폭력사건도 전혀 일어나지 않겠네?”


“하하. 외계어에는 ‘폭력’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 당연히 학교폭력이라는 표현도 존재하지 않고 말야.


‘참! 남준이 너, 중학교때 학교 짱이었다고 했지?

말 나온김에 물어보자. 그땐 왜 애들을 괴롭히고 다닌거야? 아무 이유 없이 그러진 않았을테고...”


“아... 중학교 시절말이지... 좀 부끄러운데... 사실은 그냥 심심해서 괴롭혔던 것 같아. 땅에 기어다니는 개미들을 재미로 죽이듯이말야. 작디 작은 개미들을 보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손가락으로 꾹 눌러보거나 밟아보기도하고 그러잖아? 그러다가 죽더라도 미안하거나 슬프지도 않고...아마 중학교때 내내 난 이런 식이었던 것같아. 그리고 드물게 이유가 있었던 경우는... 뭐...참새처럼 몸집이 너무 작거나, 파랑새처럼 타고 난 혈액형이 너무 특이하다든가...딱새들 처럼 내가 좋아하는 걸 굳이 싫다고 딱딱거리면서 말한다든가...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괴롭히고 그랬지...이랬던 내가 일진고에 입학 한 후에는 맹금류들에게 둘러싸여서 기도 못 펴고 살았어~ 지나고보면 다 자업자득이지 뭐."


 남준이는 후회의 한 숨을 길게 내쉬면서 하늘을 처다봤어.


“아... 알겠다. 넌 너보다 약해보이거나 좀 다른 면이 있으면 괴롭혔다는 뜻이네. 일진고에는 너 보다 센 애들만 있었기때문에 거꾸로 네가 괴롭힘을 당하는 입장이 된 거구 말야. 맹금류들 때문에 괴로웠겠지만 반대로 맹금류들 덕분에 네가 변한 것 일수도 있겠어. 이렇게보면 나쁜일이 반드시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니네, 안그래?”

“아오~~ 민둥아~ 정말이지... 아니라고는 도저히 말을 못하겠네. 말하자면 인생에서 “때문에”가 “덕분에”로 바뀌는 순간이구만~~ 


내가 중학교 내내 괴롭혔던 호석이를 치킨집에서 그런식으로 마주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호석이 “덕분에” 용기내서 사과하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겠더라.”




"와~ 남준이 어른 다 됬네. 난 지구인들이 이렇게 멋지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워. 내가 덩달아 행복해지거든. 자~ 오늘부터 존경의 의미로 널 내 어깨위에 앉도록 해줄게." 난 남준이에게 어깨를 내밀었고 남준이는 “와하하~” 하더니 한번에 탁 올라 탔어.

 그때 뒤에서 비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어.

“일진고 찌질이랑 근본없는 민대가리 둘이 잘 논다 잘 놀아~ 크크” 북경오리 도람푸형이 담배를 뻐끔거리면서 다가 왔어. 학교에서 담배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도람푸형은 툭하면 학교폭력위원회에 회부되거나 경찰에 잡혀가곤 하는 3학년 전체 짱이라서 저렇게 

규율을 안 지키는 게 몸에 베인 것 같았어. 

난 그동안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 

“형 안녕하세요.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전 우주에서 온 민둥이라고 해요. 애는 친구 남준이구요. 일진고에서 전학 왔어요.”

도람푸 형이 우리를 아래 위로 훑어 보더니 피식 웃었어.

‘나 저 형 싫어, 먼저 간다~’

남준이는 도람푸 형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내 귀에 이렇게 속삭이고 나서 휘리릭 날아가 버렸어.

“야~너 우주 어디서 왔어?

우주 전체가 너네 집은 아닐 거 아닐거 아냐? "

“아~ 제 고향을 물어보시는 거군요.

전... 지구에서 250만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왔어요.”

“안드로메단지 메로난지 난 모르겠고, 너 돈 있냐?”

“돈이요? 돈은 없는데요. 전 원래 돈이 필요하지 않거든요.”

“뭐야? 짜식 너 털어서 돈 나오면 십원에 한 대다.”

도람푸형의 말을 듣고 나는 제자리에서 콩콩 뛰면서 이렇게 말했어.

“하하하. 형, 저는 이렇게 털어도 나올 게 없는데요. 저 외계인이잖아요. 지구인들과 완전 달라요.”


“으하하, 그래 넌 탈탈 털어봤자 아무것도 안 나오겠다. 미안 내가 실수했네. 크크 근데 너 좀 웃긴데 크크크 오늘부터 내 옆에서 꼬봉해라, 엉?”

“네? 꼬봉요? 에이~ 제안은 감사하지만 저는 그런 거 안해요. 너무 바쁘거든요”

도람푸 형은 내 말을 듣자마자 눈을 번뜻이더니 내 다리를 걷어 찼어. 난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지. 형은 쓰러진 내 몸에 마구 발길질을 했어. 한참동안 씩씩대면서 때리고 욕을 퍼붓더니 어느 순간에 딱 멈췄어.

“하하,, 형, 다 끝났어요?” 

난 바닥에서 벌떡 일어서면서 말했어. 도람푸형이 깜짝 놀라면서 뒷걸음을 쳤어.

“너, 너 뭐야? 왜 멀쩡해?”

“아~ 형~ 아직 모르셨구나. 외계인들은 아픔을 느끼지 못해요. 부정적인 감정도 모르구요. 그래서 누가 욕하거나 때려도 아무렇지 않아요. 그런데 형, 얼굴이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으세요?”

도람푸 형은 ‘뭐 이런 게 다 있어?’하는 눈빛으로 날 처다보면서 뒷걸음질 치더니 어디론가 뛰어가버렸어.

“어... 형 어디가요? 가지 말고 저랑 같이 놀아요~ 오늘은 안 바빠요,,저 한가해요오~~”

도람푸 형에게 궁금한 게 참 많았는데 그렇게 서둘러 가버리니 너무 아쉬웠어.


다음 날, 담임선생님이 날 불렀어.

“민둥아, 너 어제 도람푸한테 맞았다고 하던데... 괜찮니? 지나가던 2학년 학생들이 너 맞는 모습 보고 경찰에 신고했어. 지금 경찰서에서 여성청소년수사팀 형사님들이 오셨는데 네가 어제 있었던 일 얘기를 좀 해드려야 할 거야. 도람푸는 이미 경찰서에 있으니까 형사님들께 맘편히 다 얘기 하렴.”


“안녕, 네가 안드로메다에서 온 민둥이구나. 반갑다. 혼자 지내는 것도 힘들텐데 이런 일이 생겨서 마음이 안 좋겠구나. 우리가 널 도와줄테니 하고 싶은 말 뭐든지 편하게 하렴” 형사님이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시면서 말씀하셨어.


“안녕하세요. 지구의 형사님들.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서 반가워요. 어제 도람푸 형이 절 때리고 욕한 건 사실인데요 저는 하나도 아프지도 마음이 상하지도 않았어요. 왜냐하면 우리 외계인들은 긍정적인 감정, 좋은 감정만 느끼거든요. 그래서 전 형을 처벌하고 싶지않아요.”

“아 그렇구나, 역시 외계인은 지구인과 굉장히 많이 다르네...네가 그렇게 폭행을 당하고도 아픔을 느끼지 않는다니 정말 다행이야. 그런데 민둥아, 이번에 도람푸의 행동을 눈 감아 준다면 앞으로 도람푸가 또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건 막기가 힘들거야. ”

“아... 형사님, 제가 그런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도람푸형이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건 막고 싶어요. 왜냐하면 지구인들은 굉장히 섬세해서 모든 감정을 다 느끼고 고통을 받기도 하니까요.”


난 형사님 덕분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게 되었어. 내가 그 형을 처벌하지 않으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 누군가는 남을 괴롭히는 행동에 마지막을 선사해 주어야 한다는 것. 그게 결국은 도람푸 형을 위한 일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래서 난 형사님들이 알려 주시는 절차를 잘 따르기로 약속했어. 그냥 말로만 피해를 입었다고 말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고 들었거든. 제일먼저, 어제 일에 대해서 피해자진술조서 라는 것을 작성하게 되었어. 형사님들이 질문을 하면 난 사실 그대로 말했어. 내가 어디를 어떤 식으로 맞고 또 어떤 욕설을 들었는지를 꼼꼼히 물어보고 기록하시더라. cctv에 녹화된 폭행 장면을 가지고 오셔서 나에게 보여주시길래, 내가 맞다고 확인해 드리기도 했어. 

며칠 뒤, 도람푸형과 학교폭력담당 선생님이 내가 살고 있는 칠판 앞으로 와서는 내 이름을 불렀어.

“민둥아, 거기 있니? 민둥아 ?”

“민둥아, 도람푸가 너한테 사과하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왔어.”

“네 바로 나갈게요~”

칠판 앞으로 나가니, 형이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었어. “민둥... 미안하다.”

형은 나한테 편지를 하나 내밀었는데 펼쳐보니 ‘사과편지’라고 써 있었어.

“민둥아. 도람푸가 너한테 사과편지를 썼어. 둘이 얘기 좀 해볼래?”

“네 좋아요 선생님, 형을 칠판 뒤로 잠깐 데리고 가서 얘기할게요. 형한테 보여주고 싶은게 있거든요.”

“그래, 1시간이면 되겠니”

“네, 선생님 1시간이면 충분해요 1시간뒤에 칠판 앞에서 뵈어요~"

난 형을 칠판 뒤의 공간으로 안내했어. 형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이 휘둥그래졌어. 

“형, 여긴 지구와 다른 차원의 공간이라서 감각이 조금 다르게 느껴질거예요. 그래도 걱정할 것 없어요. 내 손만 꼭 잡고 있으면 돼요. 자 ~ 가요!!”

난 형의 손을 꼭 잡고 순간이동 웜홀 정거장으로 갔어. 웜홀은 우리를 감지하자마자 알롤달록 무지개빛 입구를 열어줬어.

“형, 웜홀의 입구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갑자기 느려지는데요. 느낌이 좀 이상하더라도 겁먹지 말아요.

거길 통과해야 시간여행을 할 수 있거든요. “ 

삐로롱삐로롱~~~슝슝~~~

웜홀은 우리를 순식간에 과거로 데려갔어. 형과 나는 투명체로 변해서 어떤 공간에 붕 떠 있었지.

“어,여..여긴 내가 어릴 때 살던 곳인데...”

웜홀이 우릴 데려간 곳은 형의 고향 집이었어.

아홉살의 도람푸가 어두운 방에 혼자 앉아 텔레비전을 처다보고 있었지. 주변에 어른은 없고 혼자였어.

스스르 방문이 열리더니 술취한 남자 어른이 비틀거리면서 쓰러지듯이 방바닥에 누웠어.


“도람푸야~~ 니 엄마한테서 연락 없냐?”


어린 도람푸는 대꾸도 하지 않고 텔레비전만 처다보고 있었어.

“이 녀석이 아빠가 말하는데 대답도 없어? 말을 해 말을!! 너도 날 무시하냐? 일로 와, 너도 좀 맞아야겠다.  뭐하냐~? 는지럭거리지말고 잽싸게 와!”

도람푸의 아빠는 어린 도람푸에게 마구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어. 도람푸는 울음을 터뜨렸지.

“때리지 마, 아파. 때리지 마! 흑흑...!”

“이노무시키, 지 엄마 닮아서 꼭 이렇게 건드려줘야 입을 열지!” 도람푸 형은 아홉살의 도람푸를 보면서

눈물을 펑펑 흘리기시작했어. 

난 형이 그렇게 서럽게 울거라고는 예상을 못해서  어깨를 토닥여 주면서 위로를 해 주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

무지개빛 웜홀의 입구가 다시 스르르 열리더니

우릴 칠판앞으로 데리고 갔어.

“ 도람푸, 너 왜 그렇게 울고 있어? “ 울고있는 형을 보면서 선생님이 물었어.

“ 선생님,,사실은 우리가 웜홀을 타고 시간여행을 다녀왔어요. 

웜홀에 지구인을 태우게 되면 항상

그 지구인이 가장 그리워하는 순간으로 시간여행을 가게 되거든요. 웜홀은 우릴 도람푸형이 아버지와 단 둘이 살던 아홉살 시절로 보내줬어요.”

“네가... 정말 많이 힘들었겠구나.”


선생님은 도람푸형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토닥여 주셨어. 형은 선생님의 품에 안겨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지.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에서 뭔가 몽글몽글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어. 




가슴 한 가운데가 간질간질 해서 내려다보니 뭔가 노란빛의 반짝이는 것이 이리 저리 움직이면서 나오려고 하는 것 같았어. 입을 통해서 나오게 하면 되겠다 싶어서 입을 ‘아~’ 소리를 내면서 벌렸봤지. 백조 깃털처럼 부드럽고 간질거리는 것이 내 목구멍을 통해서 천천히 빠져 나오는 느낌이 들었어.

“와~~~ 민둥이 입에서 꽃이... 나와! 해바라기 꽃이 나오고 있어~” 

도람푸형이 소리쳤어. 선생님과 도람푸 형의 앞으로 엄청나게 크고 노란, 해바라기 꽃이 얼굴을 내밀었어. 

우리 모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해졌어.그런데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였지.

내 몸에서 꽃이 나오다니, 나는 너무나 신기하고 기뻤어. 우주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일이었거든. 지구에 온 후로 이런 큰 변화는 처음이었어.

“선생님, 도람푸형! 저 고향 별에 좀 다녀올게요.

제 몸에 변화가 생기면 곧 바로 돌아오라고

부모님이 신신당부를 하셨거든요. 나쁜 변화는 아닌것 같은데 그래도 변화는 변화니까요. 

이 해바라기꽃을 들고 돌아가면 아마 가족들이 무지 기뻐할 거예요. 하하하."

난, 해바라기꽃이 시들기 전에 칠판 뒤로 가서 재빨리 웜홀을 타야했어.그래서 서둘러 선생님과 도람푸형에게 작별인사를 했지.


“참!! 선생님! 도람푸형!


까마귀 남준이한테 미처 인사를 못하고 가네요. 남준이가 무지 섭섭해 할 테니 저 대신 잘 말해주시어요~

 이번에 돌아가면 언제 다시 돌아올지 약속은 못하지만 언젠가 지구로 돌아오긴 돌아올거예요~~

어디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겨우 자동차 1시간 거리에 우주가 있으니까요. 하하하

늘 기억해주세요~ 저도 우주도 늘 가까이 있다는 걸!!”


난 해바라기꽃을 조심스레 들고 칠판 뒤로 슝~ 들어갔어. 웜홀이 날 기다렸단 듯이 마중나와 있더라구.


‘뭐야,,? 웜홀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무지개빛 웜홀 입구가 환하게 열리면서 나에게 빨리 들어오라고 텔레파시를 마구 보냈어.

난 이제 내 고향 안드로메다로 다시 돌아 가~ 대빵 큰 해바라기꽃을 들고 말야~ 하하하


자~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구인 친구들, 민둥이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곧 웜홀의 문이 닫힐려고 하네, 에구구 얼른 뛰어가야겠어... 내가 그리우면 밤하늘 볼 때마다 날 떠올려 줘~

다시 만날 때 까지~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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