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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업터뷰

일은 형벌이다

업터뷰5. 돈 많은 백수는 모두의 꿈이다.

by 섬감자

필자의 친구이자 3년 차 공무원인 [분노조절잘해] 님과의 업터뷰. 인터뷰 내내 이런 이야기를 써도 될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썰들을 쏟아냈다.


첫 번째 직업이 지금 하는 일인가?

그렇지. 나는 다른 일은 안 해봤고, 첫 직업이 공무원이었어. 이제 3년차 공무원이 되었네.


공무원을 선택한 이유를 알려줘.

나는 직업을 고를 때 열정을 쏟는 것보단 생계 수단으로서 생각했어. 일하면서 보람이나 만족감을 못 느낄 것 같더라고. 일은 일. 어차피 그럴 거라면 스트레스 덜 받고, 나를 덜 갈아 넣고, 워라밸이 지켜지는 일을 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공무원을 준비했고 합격했지.


지금 직업에 만족하는 점은 뭐야?

사회생활이나 의전하는 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건 좋아. 내 할 일 잘하면 되고, 승진의 압박이 크게 없고, 요즘 같은 불경기에 잘리는 것에 대한 걱정이 크게 없는 거?

또, 여기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는 건 좋은 것 같아.


불만족스러운 점도 있겠지?

응. 일에 보람이 적은 편이야. 매일 루틴한 업무를 하다 보니 결과물이 없다는 게 아쉬워. 목표를 정해 달려 나가거나,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일이 거의 없다 보니 보람이 적은 것 같아. 또, 주변 또래에 비해 도태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때도 있지.


이직을 생각해 본 적도 있어?

크게는 없는데, 만약 하게된다면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어. 되도록이면 사람을 안 만나는 일? 지금은 사람을 상대 하냐 마냐에 대한 선택권이 나한테 없잖아. 정말...너무한 사람이 오더라도 나는 나쁘게 말할 수 없는 게 힘들기는 해.

그리고, 직장인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적은 것 같아. 객관적으로 공무원은 워라밸이 잘 지켜진다고들 하잖아. 근데 나는 그것도 적다고 생각해. 저녁 6시에 돌아오고 나면 시간이 너무 없는 거지. 퇴근 후에 진짜 나의 무언가를 하려면 ‘지친 나’만 남는 거야.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책도 읽고, 여러 취미생활을 했거든? ‘쌩쌩한 나’를 아침에 쓰고, ‘지친 나’를 회사에 보내는 거야. 아침형 인간인지 다행히 그런 루틴이 또 잘 맞더라고.


만약 이직하게 되면 생각해 본 직업은?

책방을 해보고 싶어. 내 취향의 책들을 큐레이션 해놓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 뿌듯할 것 같아. 아니면 아예 반복적으로 몸 쓰는 일도 괜찮을 것 같아. 나는 일할 때 생각이 너무 많거든. 바쁘면 바쁜 대로, 한가할 땐 한가한 대로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그냥 로봇청소기처럼 청소만 하면서 살고 싶어. 그게 안 된다면... 스탠딩 코미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에게 ‘일’이란?

일은 다 힘든 것 같아. 일하는 데 돈 받는 이유가 뭐겠어? 남들이 하기 싫은 일을 대신 해주는 거니까 돈을 받는 거잖아. 요리하기 싫은 사람들이 요리를 먹기 위해 요리사에게 돈을 내는 거잖아. 회사 업무도 마찬가지로 돈 주고 맡기는 일을 하는 거니까, 하기 싫어! 일이라는 것은 안 하는 것이 베스트다.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은 없다!


그럼 만약 300억이 생기면, 아예 일을 안 하고 살 거야?

당연하지! 취미생활은 하겠지만, 직업을 갖고 일하진 않을 거야.

일은 형벌이야. 왜, 에덴동산에서는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었는데, 금지된 선악과를 따먹었기 때문에 하나님이 형벌로 앞으로는 땀흘려 일을 하게 했다- 뭐 이런 내용도 있잖아? (분노조절잘해님은 무교다)


마지막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글쎄.. 나도 아직 이 진로가 내 진로 맞는가 모르겠는디... 진로는 늙어 죽을 때까지 고민해야 하는 것 같네요.




[그때 그 순간]

공시 준비하다가 현타올 때 혼술 많이 했었지.

-분노조절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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