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터뷰7. 마케팅을 하기 위해 태어난 남자
평범해서 재미있는 직업 이야기. 죽지도 않고 또 돌아온 섬감자! 다시 연재 시작합니다.
필자의 친구 [서울살이 1년차]님과의 업터뷰. 친구들 사이에선 마케팅에 미친놈으로 통한다. 공기 없인 살아도 마케팅 없인 못 사는 남자. 마케팅마케팅 누가 말했나 얘가 말했지…
서울살이 1년차지만 사투리는 여전했다.
첫 번째 회사에 대해 얘기해줘.
광고대행사에서 알바로 시작했다가 계약직 프리랜서가 됐지. 광고를 직접 했다기보단 광고 운영, 관리 정도의 일을 했어.
그만 둔 이유는 뭐야?
첫 번째는 혼자 일하는 게 싫었고, 두 번째는 마케팅에 흥미가 생겨서 더 배우고 싶었어.
왜 마케팅에 흥미가 생겼는데?
내가 대학생 때 학생회에서 행사 기획을 했거든. 참여하는 사람들이 즐겁게 참여해 주는 게 뿌듯했고, 이걸 접목시킬 수 있는 직무가 마케팅이라고 생각했어.
그럼 다음은 마케터로 취직한 거야?
맞아. 기업 실습으로 마케팅 대행사에 들어가게 됐어.
근데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다른거야. 나는 실습생으로서 배우고 싶은게 많았는데,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어. 나보다 먼저 입사했는데 나한테 질문하던 직원도 있었고...
환경도 열악했어. 히터를 못? 안? 틀어줘서, 라디에이터에 중간중간 손 녹여가며 패딩 입고 일했어.
프로세스도 나랑 안 맞다고 느껴서, 실습이 끝날 때쯤에 인하우스 마케터(기업 내에서 그 기업의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는 마케터)를 하자고 다짐했어. 그 이후에 아는 사람이 창업을 해서 그 창업팀의 마케터로 들어갔어. 브랜드의 처음부터 함께 하며 펀딩도 하고 그랬어.
어떤 장점이 있었어?
내가 생각한 것들을 다 해볼 수 있는 거? 내가 해보고 싶은 마케팅을 해볼 수 있는 게 장점이었어.
단점도 있었을까?
난 그때 사회초년생이었는데, 초년생 단계에서 이런 일을 하는 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어. 내 연차에서는 프로세스가 잘 되어있는 회사, 사수가 있는 팀에 가서 어느정도 업무에 대한 스킬을 배워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지. 그래서 다음엔 조금 더 '내가 해야 할 일'이 명확히 정해져 있는 회사에 가고 싶었어. 그래야 마케팅을 하기도 편하거든. 그래서 우리 브랜드의 초기 목표 지점까지만 함께한 후에 그만두고 취업 준비를 시작했어.
취업 준비 기간은 얼마나 됐어?
짧았어. 한 달 도 안됐을걸?
헉. 어떻게 그렇게 빨리?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쌓아왔던 것들 덕분인 것 같아. 옛날부터 개인적으로 운영해오던 마케팅 SNS계정이 있었거든? 거기서 소통하던 사람들이 여럿 있었는데, 아무래도 대부분 서울에 계셨어. 그래서 내가 어쩌다 서울 가게 되면 연락 돌리면서 만나달라 하고, 만나서 자문도 구하고 그랬지. 그때 만난 분 중 그동안 내 활동을 좋게 봐주셨던 한 분께서 지금 회사를 추천해 주셨어. 곧 3:1 면접보고 들어가게 됐어.
와! 쌓아 온 것도 있겠지만, 그 엄청난 추진력이 너의 길을 연 것 같기도 하네.
그렇게 들어간 곳이 현재 다니는 회사인 거지?
응, 지금은 인하우스 마케터로 일하고 있고 팀원들도 많아. 하하.
지금 회사의 장점은 정말 많은 마케팅 업무를 다 할 수 있다는 거야. (장점 맞아?) 콘텐츠 마케팅, 인플루언서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등등 다 할 수 있다구! 그리고 대표님 인맥이 넓어서 유명한 회사 대표님이나 인플루언서를 볼 수도 있고 대기업과 미팅할 수 있는 기회들도 꽤 있어서 좋아!
또, 팀원들이 다 또래라 야근할 때 빅뱅, 투애니원으로 하나되어 흥이 난다는거?
단점은, 너무 바빠. 야근 엄청 많이 하고..
지금 회사에서는 팀원들이 있어서 좋겠네?
그럼! 근데 내가 회사 내 서열꼴등이야. 맨날 놀림 당는 포지션.. 그래도 재밌어! 내가 타지에서 와서 힘들어 할까봐 회사일이 아니더라도 엄청 잘 챙겨줘.
그래도 엄청 만족하는 것 같네. 이직할 생각은 없어?
연차를 조금만 더 쌓으면 이직은 해야지! 더 큰 곳으로 가면 좋으니까. 이직준비겸 일요일마다 스터디를 하고 있어. 근데 스터디 하다가 우리 회사랑 친한 회사의 대표님을 마주친 거 있지. 주말에 왜 나왔냐고 여쭤보셔서 순간 실수할 뻔 했잖아. 아찔하다. 그래도 잘 얼버무렸어. 아마?
직업을 선택할때 가장 중요한건 뭐야?
그 직업이 내가 그리는 미래의 내 모습과 잘 어울리는 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 2순위는 잘 하는 일인지가 중요하고. 요새는 돈도 중요하지만, 순위를 매기자면 그래도 돈은 후순위이기는 해.
너가 그리는 너의 미래는 뭔데?
다른 사람의 꿈을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조금 어렵다. 구체적으로 어떤 거야?
나는 나를 챙기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도와줄 때 더 좋더라고. 그게 내 가치관 중 하나인 것 같아. 주변에서 친구가 가게를 차리고 나서 장사가 안 되거나 접는 경우도 많이 봤거든. 마케팅으로서 이걸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도와주고 싶은데 상대는 원치 않을 수도 있으니 조심스러워.
내가 아직 신뢰감이 있는 사람은 아니니까, 유명한 회사에 들어가고, 커리어를 계속 쌓으면서, 신뢰 있는 마케터가 되기 위한 환경을 세팅하는 단계인 것 같아, 지금은.
근데.. 몸값 올라가면 너의 컨설팅이 비싸지지 않을까?
내 수입을 만들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 돈은 다른 식으로 벌더라도, 내 안정적인 수익에 대한 기반이 마련되고 나면 무료 강의나 컨설팅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회사에서 사투리 쓴다고 사람들이 안 놀려?
처음엔 못 알아 듣는게 있긴 했어. 놀림보단 놀람?
조금 더 지나니 호기심이 생겨서 사투리 알려달라고 하기도 하고.
지금은 무시. 쓰든 말든 무시해…
혼자 서울살이 하는건 괜찮아?
심심하지. 입사하고 3~4개월은 맨날 야근하니까 몸 상태도 진짜 안 좋아졌어. 그 덕에 오히려 심심하다는 생각을 잘 못하긴 했지. 그런 시절이 지나가고 나니 조금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알게 됐고. 밸런스를 잡아나가니까 시간이 좀 생겨서 최근에는 취미생활도 하고 있어.
마지막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줘.
최근에 한 팀원이 책에서 본 얘기를 해줬는데, 어느 나라는 단어중에 실패라는 단어가 없대. 그 단어가 없으니까 어떤 행동을 해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거야. 우리는 '실패'라고 하면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잖아. 단어가 주는 힘이 참 큰 것 같아.
나도 돌이켜보면 마케팅 대행사에 들어갔던 거, 창업팀 멤버로 초년생 시절을 보냈던거, 그 당시엔 실패라고 생각했는데, 전의 경험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아. 어떤 경험에도 실패는 있지만 그걸 실패라고 하지 않으면 좋겠어. 그래서 진부한 말이지만, 뭐든 도전하라고 하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이야기하라고 하고 싶어. 그러다 보면 마법처럼 이루어 진다고. 내가 그랬거든!
[그때 그 순간]
이삿짐 싸고 서울로 떠나던, 그때 그 순간!
-서울살이 1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