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
이 책의 서두는 인공지능으로 시작한다.
엄마인 나는 앞으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아이에게 인공지능에 대해 어떤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 나에게 딸이 인공지능과 사람의 차이에 물어본다면 어떻게 답해줘야할까?
요즘은 IT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챗지피티를 흔하게 써본다. 인공지능이 연구논문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 생활에 가까이 닿아 있다. 질문에 사람이 답하는 것인지 인공지능이 답하는 것을 구별할 수 없고 인공지능의 답변이 사람의 것보다 낫다고 사람들이 말하기도 한다. 이런 지점들에 대해서 토론하다보면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될 수 없는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나는 주로 인공지능이 사람의 오류까지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람은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약자에게 도움을 주며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당장 나에게 유익이 되지 않더라도 양보를 하기도한다. 심지어 사람은 자신의 것을 나누어주는 희생의 선택도 한다.나는 사람의 양심과 도덕적인 선택을 인공지능이 따라오지 못할것 같다. 이것에 대한 정의를
단어로 내리기가 어려웠다. 책에서 구체적인 ’지능‘과 ’지성‘의 차이가 설명되어 나에게 개념으로 정리되었다. 지능은 세상에 나와있는 정보를 학습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라면 지성은 답을 알고 있어도 상대방이 민망해할수있거나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면 모른척 할수도 있다. 지성은 나에겐 도움이 안되는 선택이라도 감당하도록 한다. 내가 주장했던 인공지능의 한계가 인간의 ‘지성’을 갖지 못하는 이유로 설명되어있다.
또한 인공지능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수도 있다는 주장에 나는 반대한다. 생명의 탄생을 인공지능이 흉내낼수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탄생할때마다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진 두개의 개체가 조합되는 과정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이미 있는 정보를 분석하여 정리된 답변을 내어줄뿐 세상에 없던 새로운 생명력을 가진 존재를 만들 수 없다. 나는 내 딸이 커가는 과정을 보면서 ’인공지능이 내 딸을 만들어 낼수있을까?‘ 생각해보았지만 못할것같다.이 부분에 있어서 최재천교수님은 인공지능끼리 섹스를 하는 지점이 오면 두려워해야하지만 그럴일은 벌어지지않을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인공지능이 우리보다 문제를 훨씬 빨리 풀어낸다. 이런 시대에 우리나라 교육의 한계가 무엇일까? 여러가지 문제들을 들 수 있겠지만 ’출제‘하는 능력을 길러내지 못하는게 가장 큰 문제이다. 전체 과정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어야한다. 한국교육은 부분만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길러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런 교육방법은 인공지능을 다룰수있는 인재를 길러내는데 적합하지 않다.
이 책에서 인공지능 파트 이후 흥미로웠던 내용은 함께 더불어살아야하는 이유에대한 것이었다. 우리는 경쟁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상대방이 없으면 오히려 내가 죽게되는 순환관계를 갖고 살아간다. 국제적인 관계를 보아도 그러하다. 한개의 나라만 전세계에 존재한다면 언어, 기술, 문화, 음식 등 다양성이 없어진다. 우리는 다른것을 볼때 낯설고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만큼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도 없다.
저자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 외에도 다양성을 중요하게 설명하였다. 다양성은 각 생명체들이 가진 고유성을 인정하고 각자 자긴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어느날 우연히 인지심리학자의 인터뷰 영상을 본적이있다. 헉자는 우리가 예술활동을 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가 그림감상, 음악연주, 책읽기 등 예술 활동을 통해서 우리는 안정감을 느낀다고 하였다. 나는 사람이 모두 각자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창의적 활동이 있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창의적인것과 본인은 거리가
멀다고 자주 대답한다. 하지만 내가 ’돈을 쓰고 버는것에 전혀 구애를 받지 않는다면 무엇을 할때 가장 행복을 느끼나요?‘ 라고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각자가 즐기는 창의적인 활동들을 알 수 있다. 예술적인 활동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즐길 수 없게 된다.스스로 가진 창의성을 남과 비교하지 않고 믿고 즐기면 어떤 상황에서도 나만의 안정감을 찾는 예술활동을 하며 풍요로운 감정을 누릴 수 있다.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공통의 창의적 활동은 대화이다. 사람은 말을 하며 살아간다. 말이라는 것은 글에서 나온다. 말이 글이되고 글이 말이된다. 글을 많이 읽은 사람은 말을 잘하게된다. 말이라는 것은 내가 알고 있던 단어와 개념안에서 표현된다. 새로운 말과 표현은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배울수있다. 글을 읽는 것은 사람을 간적접으로 만나는 시간이다. 독서를 하는 것은 직접적인 사람과 만나서 대화나는 것과 비교하면 시간대비 단어의 총량이 훨씬 많다. 내가 새로운 주제의 책을 읽는다면 수십명과 이야기한 효과를 얻게된다.
글쓰기의 중요성, 결국 사람이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은 다른사람과 연결되고 싶어하는 사회성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연결이 되기위해서는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와 개념을 가지고 이야기해야한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언어로 일하는 사람이어도 같은 개념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만나서 이야기할때 전혀 못알아듣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유명한 물리학자이지만 파인만이 위대한 이유는 대중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과학책들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알아 들을 수 있도록 글을 쓰고 공유하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다.
나는 책을 다 읽고 나서 나의 육아휴직기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최재천 교수님이 책에 적어둔 ’방황‘의 시기가 요즘 나에게 찾아온것같다. 내가 새롭게 얻게된 엄마와 전업주부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교수님은 재밌는 일, 돈을 적게 벌더라도 즐기며 놀면서 하는
일을 해보라고 추천한다.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것이 돈이 되는 삶을 살아보라고 한다.
나는 ‘좋아한다.’는 의미를 내가 애쓰지않아도 하게되는 것으로 정의한다. 커피를 마시는 일, 책을 읽는 일, 글을 쓰는 일등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나의 주요 과제는 요리와 집안일이다. 나는 요리를 하고 집안일을 하는 것에는 좋아하기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데 재미가 잘 붙지않는다. 살림을 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남편과 대화를 하다가 남편이 집이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직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나는 처음엔 말도 안되는 엉뚱한 이야기라고 핀잔을 줬다. 하지만 요즘 이 시간을 어떻게 즐겨야하나 고민하던 차에 집을 직장으로 상상해보았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는 내가 언제든 딸이 보고 싶을때 딸을 볼 수있고 잠깐 눕고 싶을때 누울수도 있는 자유가 있다는 깨달음이 생겼다. 이런 직장은 꿈의 직장이 아닌가 싶었다. 아침에는 운동하고 점심에는 내가 먹고싶은 메뉴를 먹으며 오후에는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직장이라니 감사하다. 그리고 남편과 딸이 내가 다니는 회사 팀원이라고 가정하면 나에게 친절하고 호의적인 팀원이라 좋다.
나는 새롭게 생긴 ‘살림’이라는 과제를 즐기지하고 고민하는 와중에 이 책을 읽게되었다. 최재천 교수님은 갈지자로 왔다 갔다하며 찾은 방향 끝에 정답을 알게된다고 하셨다. 내가 지금 겪는 방황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 우리는 결과를 알고 최선을 다할 수 없기 때문에 그저 갈지자로 열심히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지금 나도 내가 살림에 최선을 다하는게 어떤 의미인지 방황하며 알아가는 중이다. 최선을 다하다보면 나중에 돌아볼때 이 과정의 의미를 알게 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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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책을 읽으며 와닿은 문장들이다.
36페이지
뻔히 알면서 일부러 져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길 방법을 다 보고 있으면서도 ’쟤한테는 져주는게 좋지 않을까‘하고 져주는 겁니다. 인간은 이렇듯 머리로 계산해낸 것과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능뿐 아니라 지성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는것이지요.
39페이지
다양성보다 더 막강한 것은 없습니다. 유전자를 섞어서 자식을 낳으면 예상치 못한 조합이 나와요. 생성형 AI가 아무리 달라진들 자기네들끼리 새로운 자식을 만들 리는 없습니다. 거기까지 못간다면 끈내는 인간이 이길 수 박에 없는 것이지요.
53페이지
‘우리나라도 휴대전화를 잘 만듭니다. 디자인도 예쁘고 성능도 좋아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런휴대전화 한번 만들어봐라‘하는 ’숙제‘를 내주면 기술력, 디자인 능력 등을 총동원해서 참 잘 만드는데, ’출제‘는 아직도 못 하고 있습니다.
57페이지
‘저는 우리 한국이 ’통섭‘을 세계에서 제일 잘할 수 있는 민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빔밥은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음식이지만 외국인들은 보고서 깜짝놀랍니다. …. 우리는 식탁 위에 밥, 국, 반찬등 여러 음식을 두고 먹습니다. 그래서 먹는 순간에도 쉬지 않고 뇌를 씁니다. 밥 한 숟가락 먹고 고민에 빠집니다. 다음에는 뭘 먹어야 맛이 조화로울까 하면서요. 섞는 것은 우리가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60페이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기초만 잘 닦아놓으면 언제든 새로운 전문 분야에 뛰어들어 공부할 준비가 갖춰지는 것입니다.
70페이지
“화학 공부만 열심히 하면 내 연구실의 조교가 될 거다. 그렇지만 나처럼 피아노도 좀 치고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분의 말인즉슨 화학만 죽어라 하면 상상력의 폭이 별로 넓지 않고 테크닉만 가지고 있어서 상상력과 창의력 있는 어떤 교수님의 조교로 그분의 연구를 열심히 뒷바라지하는 성실한 화학자가 될지언정 노벨상은 못받을 거고, 허구한 날 잡색각 많이 하고 여러가지를 해보는 그럼 사람이라야 노벨상을 받는다는 것이지요.
122페이지
’고작 책 몇권이 그런 차이를 불러온다니 믿기지 않는다고요? 하지만 일이란 대개 그렇게 시작합니다. 그 분야의 책을 한권도 안 읽은 사람과 두어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차이는 너무도 큽니다. 그렇게 들어간 새로운 직장에서 또 새로운 공부를 하면서 한 10년 사는겁니다. 직업을 대여섯 번, 많게는 일고여덟 번 바꿔야 하는 요즘 세대에게 독서만큼 스마트한 전략은 없습니다. 독서를 통해 해당 분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 분야와 관련된 직업이 내 눈앞에 닥쳤을때 겁이 덜납니다.’
126페이지
‘황동규 시인의 시 중에 ‘홀로움은 환해진 외로움이니’ 라는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외로움’과 ‘홀로움’을 구분하고 ‘홀로움’을 ‘환해진 외로움’이라 말합니다. 스스로 선택한 혼자 있음은 사무치는 외로움이 아니라 혼자서도 충만한 ’홀로움‘인 거지요. 이렇듯 자발적인 자기 시간 확보가 창의성과 생산성을 담보합니다.
129페이지
‘모든일의 마지막에는 글쓰기가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은 글쓰기로 판가름이 나더라고요. 이건 어떤 직업도 예외가 없습니다.’
180페이지
‘디스커션은 누가 옳은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그게 바로 디스커션, 토론입니다.‘
234페이지
‘저는 방황은 젊음의 특권이라 는 말을 자주합니다…. 하지만 오랜 방황 끝에 막상 제가 좋아하는 공부를 시작하니 ’인간은 왜 자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잠자는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235페이지
제가 평생 가야 할 길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막 두드려보았습니다. 그것은 방탕이 아니라 방황이었습니다. 여러분도 마음껏 방황하십시오.
256페이지
처음부터 결과를 알고 달리는 살람은 없습니다. 나한테 주어진 일을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다보면, 거기서 다른 것으로 연결되고 또 다른 걸로 연결돼서 언젠가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