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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년 전통, 베이징 양불고기

- 스차하이 「고육계」식당에서

by 감자 엄마


중국 베이징 음식 중에서 한국 음식 맛에 가장 가까운 요리를 만났다. 바로 「고육계」 식당의 「양불고기(카오양러우)」다. 고육계(카오러우지‧烤肉季, ‘불에 익힌 고기의 계절’을 뜻함)는 1848년에 문을 열었으니 2025년 현재 무려 177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셈이다. 모택동도 여러 번 들릴 정도로 유명 인사들의 방문도 잦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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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육계의 양불고기


양고기를 먹는다고? 양고기는 중국의 소수민족 중 1,000만 명에 달하는 회족(回族, 후이족)이 전파한 음식이다. 당나라 이후 이슬람교가 중국에 전파되면서 이를 믿는 무슬림 중국인들이 양고기를 주요 단백질원으로 삼았다. 중국 한족이 즐겨 먹던 돼지고기는 이슬람 율법상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전통의학에서 양고기는 따뜻한 성질로 간주되어 겨울철 기력을 보강하고 한기를 몰아내는 보양식으로도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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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고육계 전경


고육계의 양고기 구이 방식은 적자(炙子)라고 불리는 불고기 판과 숯불 화로를 사용한다. 적자 위에 파를 올리고 그 위에 양념에 잰 고기를 얹고 함께 저어가며 파가 익어 부드러워질 때 고수를 고기 위에 뿌린 후에 다시 잘 휘저어 고기가 익으면 먹는다. 감자 가족이 올봄에 방문한 고육계에서는 이슬람풍 식기에 양념에 잰 고기와 야채가 담겨 나와 잘 익혀 먹기만 하면 됐다. 먹어보니 한국에서 먹는 소불고기 맛과 비슷했다. 물론 중국 향신료 특유의 맛과 향이 배어있기는 했지만 불고기 전골 비슷한 조리법의 요리였다.


고육계는 베이징 여행의 필수 코스라는 「스차하이(십찰해 十刹海, 10개의 사찰이 있는 호수라는 의미)」의 번화가에 위치한다. 베이징 난뤄구샹 역에서 내려 후통(옛 골목 거리)을 20여 미터 정도 걷다 보면 아름다운 호수 스차하이에 당도한다. 스차하이 입구에서 100여 미터 걸으면 화려한 고육계 식당이 나타난다.


고육계 식당은 스차하이의 그림 같은 풍경 안에 위치하는 게 또 다른 강점이다. 고육계에서 양불고기를 먹고 난 후 작은 돌다리 건너 자동차 없는 보행 거리인 스차하이 번화가를 산책하면서 근처에 위치한 「동화거(同和居‧통허쥐)」 식당에 들러 청 황실 디저트 ‘삼부점’을 맛보면 이상적인 미식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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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육계의 역사를 소개하는 기록사진


고육계를 방문한 유명 인사들의 기록, 모택동이 방문한 사진(좌 첫번째)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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