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축의금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101

by 포텐조

벽돌시리즈 백 일번째

다들 축의금 얼마내야 할지 고민이다. 밥 안 먹고 안 친하면 5만 원, 먹으면 10만 원 기타 등등 공적이거나 사적인 생활에서 관계도에 따른 금액 계산은 곧 자기 생활비와 직결되기에 단돈 만원이라도 다들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근데 나는 가끔 이야기하지만 방구석 외톨이라 누군가 축복해 줄 기회가 없었지만 그런 나에게도 4년 된 거의 유일한 친구 중 한 형이 결혼을 해서 오늘 참석하고 밥 먹고 왔다. 누군가는 축의금을 매번 내서 질린다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런 걸 할 사람조차 없어 언급조차 못한다.


불쌍하다고 하면 불쌍한 거지만 누군가라도 관심 가져주고 이야기를 나눠준다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것임을 다들 망각하는 것 같다. 경제적 셈법으로 다들 결혼식에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지만 나는 축의금 초보라 그리고 의리를 생각해서 가난한 대학원생치고는 많이 낸 것 같다.


당연하지만 이론적으로 관계를 어떻게 돈으로 환산하냐는 말은 막상 내 입장이 되면 이번 달 카드 값을 생각하노라면 망설이게 되는 건 당연하다. 처음 내보는 축의금은 액수보단 그래도 깨끗한 순수한 마음으로 그를 축하해 주었다. 인맥이 넓어지면 그 의미는 흐릿해지고 소울리스가 될 순 있겠으나 초심으로 돌아가면 아마 지금을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가끔은 주고 받는 행위가 계산해서 싫다고 하는데 나도 예전엔 그런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무 자르듯 분리할 순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돈 없어도 살아갈 물질에 자유로운 영혼이여야겠지만 인간 그리고 사회는 돈이라는 솔직한 매개체로 돌아가고 있다. 내가 아무리 퍼줘도 마음만 받아도 고맙지만 사람이란 게 또 내심 받으면 기분이 좋은 건 당연하다. 그러기에 나는 솔직하게 베풀어서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이든 물질이든 뭐든. 매번 돈으로만 옛날에 겨울연가 원빈처럼 돈으로 사랑을 사려한다거나, 마음이니 정성이니를 핑계로 물질을 안 주려한다는 것도 이해가 마냥 가지는 않는다. 심리학 어느 부분에서 인간은 맥락의 동물이라고 하듯이 맥락 속에서 특정요소가 빛을 발하고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마음 그리고 돈. 딱 독립시켜 보면 마음은 허상이요. 돈은 종이쪼가리일 뿐이다. 무형의 관계라는 범주안에 이 모든 것이 결국 가치가 생기고 사람과 사람사이에 유무형의 표현이 이루어진다.


멤버들이 "축의금 얼마내야할지 고심이다"라 발언하면 역시나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내기가 꺼려지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신랑신부의 귀중한 손님으로 왔다면 더군다나 각별한 사이라고 생각하면 자기가 정한 기준만큼 내는 게 좋겠지만 맘에 안 드는 사이, 공적관계일 경우는 체면치레정도만 하는 것 같다. 또 축의금은 회수된단 생각으로 하기도 한다는데 사람들의 지갑이 굳어지는 이유가 결혼을 요즘 잘 안 하는 것이 또 하나의 보편적 현상이라 자기 자신은 까마득하거나 안 할 수도 있어서 이마저도 상호 정전협상(?)처럼 마냥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것 같다.


이런 현상 그리고 동거문화나 비혼주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주장도 이해는 가지만 이제는 사회에 앞서 나는 개인의 권리가 우선시될 수 있다 생각하기에 책임 안에서 무엇을 하든 자유이지 않나 싶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돌아올 것을 기대하나 그렇지 않아서 화가 난다면 상대방이 괘씸하다 생각할 순 있다. 그러면 이 인간이 처세를 잘 못하는구나 하고 정리하면 되는 것 같다. 괜히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좁은 사회생활에 적 하나 더 만드는 꼴이 될 거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면 은근 사람들은 나만 눈치챈 것 같지만 다들 말은 안 하지 동감들을 한다. 이런 사람이 똑같은 행보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자기 깜냥에는 개인대 개인으로 대처해서 넘어간다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보편적으로 불신의 이미지 혹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회적 평판이 굉장히 무서운 것 같다. 아무튼 오늘 결혼식을 다녀오며 버스 안에 글을 작성해 보았는데 친하다는 사람에게 초대받아 축하해 줄 수 있는 자리 또한 있는 게 이 또한 귀중한 경험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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