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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터닝포인트가 싫어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12

by 포텐조

벽돌 시리즈 열두 번째.

뻔한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한다.

벌써부터 하품 나오는 소리 들린다. 민심이 요동치는 분위기에도! 자 그럼에도....

요 며칠 병상 같은 침대에 누우면서 생각했던 점을 말해보고자 한다. 아직 완쾌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일 모임을 진행할 수 있을 거는 같다. 우리는 흔히 미디어 매체나 주변의 자극으로부터 영웅적인 서사시와 임팩트 있는 특정상황에 대해 듣거나 보면서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자수성가, 고진감래, 성장과 극복, 스포트라이트 등의 키워드가 달린 콘텐츠에 대해 이입을 하면서 "와! 나도 저러는데 대단하다" 혹은 "에휴 나는 저렇게 못해"등 다양한 느낀 점이 있겠지만은 그 일시적 시점에 대해 대단히 과장하거나 그것이 그 사람을 완전히 변하게 만들어 버린 터닝포인트가 있기에 달라진 것이라고 생각 내지는 착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터닝포인트를 싫어한다. 어느 순간 공중파 인터뷰에선 "터닝포인트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람은 그리 금방 쉽게 변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순간만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은 오히려 그 사람에 대한 모욕일 수 있다. 1년 365일 8760시간. 수포자인 내가 계산기로 365 곱하기 24시간을 넣어보니 1년은 곧 8760이란 시간이 나온 것이다. 우리가 떠올리는 터닝포인트는 짧게는 몇 분 길게는 하루 안에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고 나오듯 비포 애프터의 모습이며, 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거의 구천시간정도가 일 년인데 24시간 안에 지금의 나를 만들어 내는 건 결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터닝포인트주의자였지만 집착을 해도 그렇게 단기간에 이루어내는 게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나 자신 한정으로. 본인의 삶이 계속 일정적으로 유지가 되며 설령 삶이 불행하다 하더라도 어느 한 구석에는 그것 나름대로 변화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점이 있기에 서로 부딪히다가 가라앉는 경우를 나는 경험했다.

그래서 급작스런 터닝포인트를 싫어한다는 게 몸도 싫어한다는 것이다. 급진적인 방법들도 있겠지만은 적어도 나에게는 그리 먹혀들지 않았고 대다수의 변화는 "스며든다"는 것으로 표현해보고 싶다. 일상이 되어버리는 것. 혹자는 습관이라 이야기하는 그것 말이다. 하지만 습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또 뭔가 있어 보이는 변화가 전제될 수 있기에 조심스레 꺼내본다. 습관보다는 일상 속 스며드는 행동이 나에게는 좀 더 적합한 단어인 것 같고 나중에 찬란한 영광을 드러내는 순간은 그 스며드는 행동이 쌓이고 쌓여 내놓는 과정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선 순환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반대의 경우인 악 순환도 그렇게 만들어진다.

침대에서 나는 나를 격려하기로 했고 어제는 5분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엔 15분 해보니 감기 때문에 가뜩이나 머리에 열나는데 과부하 걸리는 줄 알았다. 외부적인 조건과 환경은 스스로에게 완벽성과 당위성을 부여한다. 다음 주까지 몇 페이지하고 제출하기, 보고서 제출등과 같은 과제는 가끔은 내 한계(?)를 뛰어넘지만 용케 발등에 불 떨어져 하기는 한다. 그래서 시험 벼락치기할 때 "아 시험 끝나고 이제 제때 공부한다"라 다짐하지만 끝나고는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 본체를 킨다. 쉽지 않다. 나 스스로를 나의 의도에 맞게 변화하기에는. 이런 대단한 나를 인식하며 시작하지만 이내 작심삼일로 끝내는 나를 보며 자책하고 쪼그라들어버리니 욕심은 큰데 현실은 안 따라주니 그것대로 힘든 것도 컸다. 우리는 새해에 큰 결심을 한다. 서술했듯 거의 9천 시간 가까이 되는 일 년의 시간 동안 어느 순간 실패자였던 그가 대성공을 거둔 사람의 모습을 보노라면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9천 시간은 그중 단시간만에 변화되어 버린 순간은 사실 전무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1분 1초 그 사람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의 매 일상을 알 수가 없다. 우리는 대중 앞에 선 그의 찬란한 모습만 볼뿐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서기까지의 시간은 되돌아가 보면 조금씩 무언가를 집중하기 시작했고, 곡선을 마구잡이로 그리며 성공이라고 인식되는 포인트에 자리 잡은 것이며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며 내가 추구해야 할 방법이기에 나는 그렇다고 여기지만 다른 사람은 충분히 다를 수 있다. 심리학에서도 급진적인 방법도 있기에 변화가 마치 극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지만 글세 나는 그런 용기도 부족하거니와 그런 에너지도 없어서 스포이드로 한 방울씩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지름길은 없으니 박물관 화병 다루듯 조심스레, 스며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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